[Review] 엄마와 떠올린 향수, 뮤지컬 <창문너머 어렴풋이> [공연]

글 입력 2018.10.09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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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창문너머 어렴풋이>
*** REVIEW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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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 떠올리는 추억


정말 오랜만에 엄마와 뮤지컬을 봤다. 엄마와 나는 뮤지컬이나 연극, 영화를 좋아한다는 큰 틀에서의 취향은 비슷하지만 세부적인 취향은 아주 다르다. 나는 가리는게 많지 않고 온갖 장르를 다 좋아하는 편이라면, 엄마는 장르의 호불호도 확실하고 좋아하는 장르에서도 재미없는 내용이라면 절대 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엄마가 "뮤지컬 보러 갈래?"라는 내 물음을 단번에 수락한 것은 <창문너머 어렴풋이>가 김창완의 음악들로 만들어진 뮤지컬이었기 때문이다. 산울림, 김창완 밴드의 노래를 흥얼거리는 엄마와 함께 대학로로 향했다.



<< 시놉시스 >>

불의의 사고로 꿈과 희망을 모두 잃어버린 천재 뮤지션, ‘창식’은 봉천동 음악다방 DJ로 활동하며 살아가는 중이다. 실의에 빠진 그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칩거하지만 그의 연인 ‘정화’는 창식을 포기하지 않는다.


한편 전국 록 밴드 경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고수의 가르침이 필요한 ‘종필’과 친구들은 우연히 창식과 만나게 되고, 창식의 천재성을 단번에 알아차린 종필은 집요하게 가르침을 구한다. 그러나 차갑게 밀어내기만 하는 창식. 과연 종필의 순수한 마음이 좌절감에 빠져있는 창식을 구해낼 수 있을까? 멀고도 험한 도전의 길에 선 이들의 앞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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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 만족!



뮤지컬을 보러 가기 전, 시놉시스를 보고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너무 뻔한 이야기여서 지루하면 어쩌지? 였다. '옛 명성을 잃고 실의에 빠진 남자주인공과 그를 보필하는 오래된 연인'이라는 설정에서 60년대 특유의 신파 분위기가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뮤지컬이 시작하고 나서 우려는 만족으로 변했다. 자칫 뻔할 수 있는 이야기를 연극적인 요소로 재치있게 풀어냈기 때문이다. 다방 DJ라는 공간적 특성을 살려 슬프게 노래를 부르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던 창식이 DJ할 시간이 되자 바로 유머러스하게 바뀌는 모습은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실제로 관객이 작성한 사연을 읽어주고, 선물을 나눠주기도 해 재미는 배가 됐다. 창식과 종필이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도 배우들의 자체 슬로우모션으로 처리되어 가라앉기만 할 수도 있는 극의 분위기를 재밌게 만들었다. 극에서 등장하지 않는 배역(다방 사장님)을 관객에게 맡겨 즉흥적인 연기를 이끌어내는 방식도 유쾌했다.


유쾌했던 연극과 함께 배우들의 멋진 연주와 노래또한 잘 어울렸다. 노래뿐만 아니라 연주까지 직접 배우들이 한다니! 기대반 우려반인 마음으로 작품을 감상했는데 열정적으로 온 힘 다해 연주했던 배우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 앞에 그려진다. 가끔 어색한 부분이 있었지만 그 또한 이제 막 밴드를 시작하는 극 중 인물들의 모습과 잘 어우러지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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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마무리, 커튼콜



밴드 '개구쟁이'의 성공과 함께 극은 마무리되었다. 그 다음 배우들의 커튼콜이 이어졌다. 여러분 이 노래 아시죠! 모두 일어나주세요! 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옆에 앉아있던 엄마가 벌떡 일어났다. 커튼콜로 연주된 모든 노래를 따라부르며 들떠있던 엄마의 얼굴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시절, 60년대의 감성을 꺼내어 세대가 서로 공감하고 교류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준 배우들과 제작진께 감사하다.


뮤지컬 <창문너머 어렴풋이>는 가을의 문턱에서 엄마와 함께 나눈 소중한 추억으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다.




약간의 아쉬움



만족스러웠던 뮤지컬이었지만 <창문너머 어렴풋이>를 관람하면서 몇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우선 여성 캐릭터가 너무 수동적으로 활용된 것이다. 60년대라는 시대 흐름 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지금 2018년의 관점으로 바라봤을 때 극 중 인물 '창식'과 그의 연인 '정화'의 모습은 이해가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실의에 빠진 상태의 창식이 정화에게 화풀이를 한다거나 그 화를 받아주기만 하는 정화의 모습은 너무 답답했다.

또 다른 아쉬움은 작품 자체에 대한 아쉬움은 아니다. 너무 좋은 공연이 끝난 후 일어나 나가려고 뒤를 돌았는데 빈 자리가 너무 많아 안타까웠다. 김창완의 노래로 만든 뮤지컬이라면 많은 관객들을 불러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홍보가 생각보다 잘 되지 않은 것 같았다. 11월 4일까지 공연은 진행되니활발한 홍보가 이루어져 더 많은 사람들이 내가 느낀 재미와 감동을 함께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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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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