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의 기억] 그 마지막: 크리스마스의 기억

2017.12.24 14.
글 입력 2017.12.24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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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ry Christmas
!!





#64 산타의 실체


산타의 존재를 아직 믿고 계신 분들께는 안타까운 이야기이지만
그의 실체는 전세계의 부모님들이며, 부모님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까지
아직 그 존재를 믿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다같이 연기를 한다는 사실은 꽤나 흥미로운 사실입니다.

사실 저는 그 연극에 속아 오래도록 산타라는,
하룻밤만에 전세계의 모든 아이들에게 선물을 전달해준다는 초월적인 사람을 믿고 싶었으나
산타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지 채 3년이 지나지 않아 알게 되었습니다.
유치원 때의 일이었습니다.

그 날은 크리스마스를 앞둔 매우 추운 겨울날이었고
산타 할아버지가 특별이 우리 유치원에 몰래 방문하기로 한 날이었습니다.
설레는 마음을 품고 교실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기다리다,
저는 긴장한 나머지 화장실이 가고 싶어졌습니다.

화장실쯤이야 혼자 갈 수 있었기에 다녀온다 말하고
작은 교실을 나와 복도 끝으로 걸어갔습니다.
그때, 저 앞에 보이는 화장실로 마치 산타 할아버지의 것과 같은
빨간 큰 주머니를 든 사람이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다급히 따라 들어가니, 단 두 칸뿐이던 화장실의 한 칸에 그 사람이 들어가버려서
나머지 한 칸에 들어갔습니다.
일을 보고 나와 배운 대로 꼼꼼히 손을 씻고 있는데,
아까 한 사람이 들어갔던 칸에서 산타 할아버지가 걸어 나왔습니다.
산타 할아버지가요!

저는 그 때엔 약간 혼란스러웠습니다.
산타 할아버지가 사실은 젊은 여자였던가?
산타 할아버지인 척 하는 건가?

안타까운 사실은 ‘허허, 안녕?’이라며
산타인 척 말이라도 걸어주었으면 어린 아이는 또다시 속았을지도 몰랐겠지만,
그냥 당황스러워 하던 가짜 산타는 곧 화장실을 벗어나 교실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곧 따라 들어간 교실에서
선생님은 진짜 산타 할아버지가 나타나셨다며 열심히 연기를 하셨고,
산타 언니가 있던 내내 할아버지가 진짜 존재함에 놀라는 연기를 하는 선생님 덕에
저는 그 실체를 확실히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 자리에서 아이들에게 산타는 가짜고, 산타는 없다며 말할 수는 없었습니다.
모두의 동심을 지켜주고자 했던 마음보다는
거짓말을 알게 되어 놀란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올해, 9살 어린 초등학생 동생이
자연스레 산타의 존재가 없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처럼 그 깨달음이 놀라움과 실망의 감정보다는
성장의 과정이었던 것 같아 안심이 되었습니다.





# 65 크리스마스 선물


선물이란
주는 사람이 내가 없는 그 사람만의 시간 속에서
나를 떠올리며 준비했다는 생각에
그게 뭐든 항상 감사하게 받고 있습니다.

부다페스트에 놀러 갔던 친구가
보랏빛 하늘을 보며 제가 떠올라 사진 엽서를 사다 주며
별게 아니라 미안하다 말했지만
아마 올해 최고의 선물이었음을 말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 선물은
한 해 동안 가장 받고 싶었던 것을 가질 수 있는 기회로,
준 사람의 마음이야 어떠했든 나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큰 실망으로 다가 오기 마련이었습니다.

그래서 유치원 선생님들께서는 아이들에게 꼭 맞는 선물을 주고자
산타 할아버지께 그 선물을 미리 귀띔할 수 있는 방법도 마련하시곤 했습니다.
주로 아이들에게 몰래 물어본 후 부모님께 그 내용을 전달하는 식이었습니다.

이러한 절차를 걸쳤음에도
선물을 받고 크게 실망한 해가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 해에는 유치원에 미리 찾아온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하나 더 주는 해였습니다.
즉, 두 번의 선물을 받을 수 있는 크리스마스였지요.

비록 둘 다 어른들의 모의로 인해
아이들에게 전해질 선물이란 걸 알았지만 기대되는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평소에 갖고 싶은 것이 있어도 사달라고 이야기하기까지 어렵게 느껴졌기 때문이지요.

갖고 싶은 것이 무엇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할 순 없지만
아마 또래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진부한 분홍색 장난감이었을 것 입니다.
하지만 그 해에 받은 선물은 초록색 뚜껑의 24색 물감과 곰인형이었습니다.

마침 물감이 떨어져서 물감이 필요로 했고,
크리스마스 선물로 곰인형은 제격인 걸 알았지만
원했던 선물은 고사하고 성고정관념이 만연했던 그 시절에
여자아이에게 초록색 뚜껑의 물감과 칙칙한 옷을 입은 곰인형은 너무나 큰 실망이었습니다.

선물을 주는 사람이 산타가 아닌 부모님인 걸 알았기 때문에
이러한 마음을 품는 것도 선물을 준 어른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음을 알았지만
어린 마음에 속상한 감정은 깊이 박혀 아직까지 기억이 나는 것 같습니다.

물감은 잘 썼고, 곰인형은 토순이와 함께 소중한 친구가 되었지만
크리스마스라는 특별함에서 오는 부푼 기대감이 너무나 극적으로 꺼져버렸던 선물이라
아직 살짝은 미운 마음이 듭니다.





# 66 연말의 우울


연말의 우울감은 초등학교 시절 내내 찾아오던 감정이었습니다.
여기서 연말은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한,
초등학생의 겨울방학 그 이전으로 학년이 마무리되어가는 시점입니다.

25일 이전에는 매일이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며
카드를 쓰고 교실을 꾸미며 캐롤을 부릅니다.
저는 그래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캐롤을 싫어하는 편이었습니다.
캐롤은 곧 크리스마스이며 크리스마스는 한 해가 끝나가는 시점에 있기 때문입니다.

25일이 지나면 방학식 전까지 자유로운 시간을 갖습니다.
애니메이션을 보거나 먹을 것을 가져와 작은 파티를 하고
1년을 함께 보낸 친구들에게 롤링페이퍼를 씁니다.

저는 그럼 이 시기 내내 즐거운 감정과 동시에 우울하고 불안함 감정에
휩싸여 제대로 연말을 즐기지 못하곤 했습니다.
이 우울감은 성격에서 비롯된 것으로,
기껏 적응한 1년이 끝나고 새로운 반과 친구들을 사귈 생각에
벌써부터 걱정을 하며 어렵게 느끼는 것입니다.

누군가를 처음 만나 말을 건네고 어색함을 깨서
친해지기까지의 과정이 그때의 저에겐 너무 힘들고 버거운 일이었지요.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크리스마스를 포함한 연말의 분위기를
풍부하게 느낄 수 있던 시절이었는데,
미련하게도 새 학년에 벌어질 일을 미리 걱정하여
항상 우울해했는지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의 크리스마스와 연말의 기억이
항상 썩 좋은 편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연말을 즐길 줄도 알고, 새 사람을 만나는 데에 어려움도 줄어들었으며,
미래의 일을 미리 걱정하며 우울해하는 일도 없으니
이렇게 글로 남김으로써 과거의 아쉬움은 잊고
이렇게나 변화하고 발전한 스스로를 칭찬하며 올해도 수고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제는 연말이 우울하지 않으니까요.





유년의 기억을 마치며,
즐거운 기억을 끝으로 글을 마무리 할까 싶었지만
처음 글을 기고하기 시작했을 때의 그 의의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과거의 부족함과 상처가 있다면 덮어두지 말고 다시 글로 쓰고 정리함으로써
되돌아보고 어른에 가까워진 내가 어린 나를 치유하는 그런 의의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냥 즐겁고 재미있었던 기억보다는 크리스마스의 기억과 같은
일들을 쓰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도 많은 기억들을 손글씨로 남기고,
기고할 글로 만들기 위해 정리하면서 많은 회복과 감정적인 정리 또한 되었으며
유년의 기억으로 말하지 못한 아주 작은 기억들까지도
다시 한번 들여다보며 나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많이 부족한 글이었지만
가볍게 읽어 내려간 글자 하나하나가 읽는 이의 마음에 박혀 그 사람의 유년을 떠올리게 하는
작은 기제가 단 한번이라도 되었다면 만족하고 이렇게 마무리 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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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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