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건조하지만 상냥한 - 김윤아 ‘타인의 고통’ [문화전반]

글 입력 2017.04.16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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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보컬을 좋아하는가? 어떤 보컬이 노래를 잘 한다고 생각하는가? 사람마다 취향과 기준이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 다양한 목소리로 노래를 살릴 수 있는 가수가 노래를 잘하는 가수라고 생각한다. 김윤아는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 중 표현력이 가장 뛰어난 가수다.


김윤아.jpg
 

자우림 : <가시나무>


김윤아 보컬의 저력을 보여줬다고 평가받은 위의 무대는 같은 가사가 반복되는 중에 변화하는 감정이 목소리를 통해 고스란히 전달된다. 변화무쌍한 목소리로 자신만의 감정을 담아내는 보컬 김윤아의 솔로 4집 ‘타인의 고통’을 소개한다.


김윤아 타인의고통.jpg
 

2016년 12월 8일 발매된 ‘타인의 고통’은 인트로인 ‘-’을 시작으로 마지막 곡 ‘다 지나간다’까지 총 10곡이 수록되어있다. 가사가 없는 ‘-’을 제외하고 9곡에는 김윤아만의 감성이 담긴 가사가 가득하다. 이번 앨범 역시 전체 작사 작곡 편곡 프로듀스를 맡았다. ‘타인의 고통’은 다음과 같은 곡들로 이루어져 있다.



-

유리
키리에

은지

타인의 고통
안녕
다 지나간다



‘타인의 고통’이라는 앨범 제목이 말해주듯, 노래들은 고통이라는 주제에서 파생된 여러 감정들에 대해 얘기한다. ‘키리에’는 2016년 4월, ‘유리’는 2016년 11월 디지털 싱글로 공개된 노래이고, 앨범의 타이틀곡은 ‘꿈’이다.

'꿈'라이브 영상 : http://tv.naver.com/v/1424042



때로 너의 꿈은
가장 무거운 짐이 되지
괴로워도 벗어 둘 수 없는 굴레
너의 꿈은
때로 비길 데 없는 위안
외로워도 다시 걷게 해 주는

때로
다 버리고
다 털어버리고
다 지우고
다 잊어버리고
다시 시작하고 싶어

때로 너의 꿈은
가장 무서운 거울이라
초라한 널 건조하게 비추지
너의 꿈은
때로 마지막 기대어 울 곳
가진 것 없는 너를 안아주는

간절히
원하는 건 이뤄진다고
이룬 이들은 웃으며 말하지
마치 너의 꿈은 꿈이 아닌 것처럼

소중하게 품에 안고 꿈을 꾸었네
작고 따뜻한 꿈
버릴 수 없는 애처로운 꿈

너의 꿈은
때로 무거운 짐이 되지
괴로워도 벗어 둘 수 없는 굴레
너의 꿈은
때로 비교할 데 없는 위안
외로워도 다시 한 번 걷게 해주는
간절하게 원한다면 모두
이뤄질 거라 말하지 마
마치 나의 꿈은
꿈이 아닌 것처럼

마치 나의 꿈은
꿈이 아닌 것처럼

- 김윤아, '꿈'  가사 전문



‘꿈’이라는 제목만 들었을 때는 ‘타인의 고통’이라는 앨범과 어울리지 않을 거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가사를 보면 ‘타인의 고통’에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알 수 있다. ‘간절하게 원한다면 모두 이뤄질 거라 말하지 마. 마치 나의 꿈은 꿈이 아닌 것처럼’ 꿈을 이룬 사람들은 꿈을 꾸라고 한다. 간절하게 꿈꾼다면 이루어질 거라며 무책임한 위로를 던진다. 꿈을 꾸는 사람들 중에 꿈을 이루는 사람은 소수다. 원한다고해서 다 이루어진다면 꿈을 꾸는 모든 이가 꿈을 이루어야 맞는 말이 아닌가. 원한다면 이루어진다는 말은 무책임한 낙관일 뿐이다. 어떤 이는 꿈이 없어 힘들고, 어떤 이는 꿈 때문에 힘들다. 꿈을 바라보는 김윤아만의 시선이 담긴 노래는 ‘타인의 고통’에 잘 어울린다.

이 외에도 타인과 만나기를 꿈꾸는 ‘강’, 인간의 나약함을 유리에 빗댄 ‘유리’, 가톨릭에서 하느님의 자비를 구하는 기도를 뜻하는 제목의 ‘키리에’, 독과 고독 두 가지 뜻을 가진 제목의 ‘독’, 특유의 여성성이 돋보이는 ‘은지’, 앨범의 제목과 동명의 ‘타인의 고통’, 인연의 종착을 알리는 ‘안녕’, 타인의 고통이 곧 끝날 것을 소원하는 ‘다 지나간다’ 까지. 앨범에는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사회여야 개인이 행복하다는 그의 가치관이 빼곡히 담겨있다.



지난밤은 열병에 시달리다
어지러운 상념에 잠 못 들고
괴로운 순간들이면 나도 모르게
기도처럼 읊조리며
나를 다독인다.

다 지나간다.
다 잊혀진다.
상처는 아물어
언젠가는 꽃으로 피어난다.

다 지나간다.
모두 지워진다.
시간은 흐른다.
상처는 아물어 사라진다.

어두운 밤이면
별빛은 더 깊어진다.

다 지나간다
다 잊혀진다
상처는 아물어
언젠가 꽃으로 피어난다.

다 지나간다.
모두 잊혀진다.
시간은 흐른다.
상처는 아물어 사라진다.

- 김윤아, '다 지나간다' 가사 전문



‘다 지나간다’는 말. 타인이 고통 받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말. 인간이 타인을 완벽하게 이해한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나조차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는 인간에게 그것은 어쩌면 너무도 무리한 과제다. 하지만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포기하면 안 되는 과제이기도 하다. 당장 고통 받는 타인에게 ‘다 지나간다’는 말은 무책임하게 던지는 위로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그 고통이 어서 내 사람의 앞을 지나가길 바라는 소원이 담긴 말이기도 하다. 타인에게 공감하는 것은 인간으로 포기하고 싶지만, 포기해서는 안 되는 과제이다.

김윤아는 ‘타인의 고통’이라는 앨범을 통해 자신이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여러 시선을 담아냈다. 이전 솔로앨범의 타이틀이었던 ‘Going Home’의 경우처럼, 그녀의 위로는 따뜻하지는 않다. 그녀는 고통 받는 사람의 얘기를 직접 풀어내기보다 자신의 입장에서 고통 받는 사람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 주로 이야기한다. 그러다보니 거리는 조금 벌어지고 통상적 위로와는 결이 다른 가사가 담긴다. 언뜻 듣기에는 건조한, 그러나 누구보다 상냥한 위로가 앨범에 가득하다. 건조하지만 상냥한 위로, 김윤아는 담담하게 우리를 다독인다.



[김마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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