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찬란하고 아름답다, 영화 '미녀와 야수' [시각예술]

글 입력 2017.03.3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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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 저주에 걸려서 야수와 비슷한 모습으로 어쩌면 영원을 살아가야 한다면 어떨까. 더군다나 그런 나에게 사랑하는 사람까지 생겨버린다면? 아마 다가가기는커녕 그 전에 체념하고 오히려 떠나보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더 빠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게 있어 <미녀와 야수>는 마냥 아름답고 예쁘기만 했던 것이 아니라 울컥, 뭔가 차오르는 슬픔도 어딘가에 묻어있던 영화였다. 그런 야수의 모습 어딘가 나의 모습도 남아 있었기 때문에.
 
<미녀와 야수>는 야수로 변한 왕자가 내면으로 자신을 사랑해주는 벨을 만나면서 저주에 풀리는 익숙한 스토리의 만화를 바탕으로 엠마 왓슨, 댄 스티븐슨이 출연하여 재구성한 영화이다. 믿고 보는 ‘디즈니’에 짱짱한 캐스팅, 그리고 최근 <주토피아>, <너의 이름은> 등 만화 영화 전성기 탓인지 3일 만에 100만 돌파의 기록을 세우고, 현재는 350만 명을 향해 달려가는 놀라운 흥행 기록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줄거리는 이미 익숙하다 못해 뻔하고, 스릴러나 액션 장르의 작품처럼 숨을 조이는 긴장감도 찾아보기 힘든 이 영화에 사람들이 그토록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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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흥행의 바탕에는 영화의 모티브가 된 애니메이션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다는 데 있다. 1991년의 <미녀와 야수>는 애니메이션 장르에서는 최초로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았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작품상을 포함하여 6개 부문에서 후보에 오르는 영광을 얻었다. 이처럼 인기를 얻고 작품성으로도 인정받았던 애니메이션이 볼거리가 많은 영화로 재탄생된다는 소식에 설레했던 사람은 비단 지금의 어린아이들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TV로 미녀와 야수를 봤던 기억은 없다. 그럼에도 영화를 좋게 볼 수 있었던 이유는 ‘보는 동안에 행복할 수 있었다는 것’이 아니었을까. 영상의 화려한 비주얼과 귀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노래들, 때로는 방정맞지만 사랑스러운 말하는 물건들까지. 사실 우리는 주변에서 늘 함께하는 일상적인 가구들이 움직인다는 점, 그리고 처음 보면 기겁할 만한 모습의 야수를 사랑한다는 점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불가능을 알고 있음에도 웃게 만들고, 때로는 눈물 나게 하는 아이러니함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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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잊을만하면 시작되는 OST는 영화의 동화적인 분위기와 아름다움을 한껏 더해준다.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예쁜 얼굴로 시선을 집중시키며 나타나는 벨의 첫 등장, 첫 손님이라며 벨을 누구보다도 열심히 대접하는 물건들, 야수의 본심을 느끼기 시작하는 벨… 이처럼 음악은 영화의 중요한 장면들을 더욱 몰입시키는 도구로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벨을 이상하게만 보는 마을 사람들과 자아도취에 빠져 사는 개스톤이 결코 밉게만 보이지 않았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으리라.

짧지만 강한 여운을 주는 글귀들처럼, 노랫말이 주는 울림은 그 어떤 대사보다도 컸다. 특히 벨을 떠나보내고 성에 혼자 남은 야수가 불렀던 ‘evermore’를 들을 때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야수가 직접 되기라도 한 듯 왈칵 몰입하기도 했더랬다.

 
"그녀가 점점 희미해진다 할지라도
그녀는 계속 나를 깨워줄 거야
내가 하는 모든 것을 같이 할 거야
 
나의 외로운 성에서 시간을 보내겠지
저 문이 열리길 기다리면서
그녀가 곧 저 문을 걸어올 거라고 나를 속이지
그리고 긴긴밤이 시작되겠지
나는 계속 그녀가 올지도 모른다며 생각하겠지
영원히 그녀를 기다리겠지."
 

모든 사람이 묵묵히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고 있지만, 영화를 보면서 가끔은 동화 같은 일들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때로는 살아가는 데 희망이자 원동력이 되어주는 그런 일들. 그런 점에서 <미녀와 야수>는 어른을 위한 한 편의 동화 같은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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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예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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