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마니아 문화에서 대중예술로, 그래피티 (Graffiti) [시각예술]

캔버스에 담긴 거리의 예술 - Graffiti Art 워크샵을 다녀온 후.
글 입력 2017.03.09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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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어릴 적부터 나에게 부재했던 정서를 한 가지 꼽아 보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소녀 감성’을 외칠 것이다. 대부분의 또래 친구들이 잘생긴 발라드 가수 또는 귀여운 여성 보컬의 음악 이야기를 나눌 때에 나는 조용히 사운드 클라우드에 접속해 새로 알게 된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의 음악을 들었으며, 주말엔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로컬 뮤지션들의 소규모 공연을 보러 다니곤 했다. 그 시절 최대의 슬픔이라고 한다면 아마 ‘미성년자의 신분으로는 공연장의 애프터 파티에 참석할 수 없었다’는 것일 듯하다.
     
내 인생을 관통한 장르인 ‘언더그라운드 문화’는 나의 많은 시각을 독특하게 바꾸어 놓았다. 아직까지도 옷장에는 스트릿 브랜드에서 구매한 어두운 색상의 의상들이 대부분이며 주말이면 이태원의 사운드 좋기로 유명한 커피숍에 노트북을 펴고 앉아 글을 써 내려간다. 이는 내게 새로운 관심사를 선물하기도 했는데, 그것이 바로 오늘 내가 소개할 시각예술 분야 중 하나인 <그래피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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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온천천의 그래피티)


 꼬꼬마 어린이 때에, 작은 손으로 부모님의 옷자락을 꼭 쥐고 집 앞 온천천 보행로를 따라 산책을 나가면 하천가 벽에 그려진 그림 또는 문구가 늘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밤이 지나면 그림의 내용이 바뀌어 있기도 했으며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 정치인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그려져 있을 때도 있었다. 어린 나는 그것을 그저 ‘무서운 오빠들의 낙서’로 인식했고, 그것이 힙합의 4대 요소중 하나인 그래피티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중학교 3학년을 보내던 때가 아니었나 싶다. 실제로 내가 거주하던 온천천 인근은 그래피티 문화의 성지라 불릴 정도로 국내 그래피티의 역사를 대변하는 장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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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의 4대 요소(MC, DJ, B-boy, Graffiti) 중 하나인 그래피티의 사전적 의미는 ‘벽이나 그 밖의 화면에 낙서처럼 긁거나 스프레이 페인트를 이용해 그리는 그림’이라고 하며 흔히 스프레이로 그려진 낙서 같은 문자나 그림을 지칭한다. 처음에는 반항적 청소년들과 흑인, 푸에르토리코인 들과 같은 소수민족들이 주도해 극채색과 격렬한 에너지를 지닌 속도감 있고 도안화된 문자들을 거리의 벽에 그려내었다. 이러한 이유로 그래피티 예술은 제도권 밖 저항의 대표적 상징으로 부상해 뉴욕·런던·파리 등의 대도시에서는 뒤늦게 그래피티를 금지하는 정책을 폈지만 억누르려고 하면 할수록 그 생명력은 더욱 강해졌다고 한다. 그래피티가 무엇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게 되고 그것을 공부해 나가는 과정에서 이것이 내뿜는 강렬한 폰트와 색채의 이미지는 퇴폐적인 문화를 애호하는 나에게 큰 끌림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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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피티 작가 '범민'의 시범 작업)


  언더그라운드 힙합 문화와 그래피티에 대한 무한한 애정은 내가 전공 공부를 해 나가는 데에도 큰 영향을 주었는데, 지역의 미술문화를 리서치하여 발표하는 과제를 받았을 때에도 주저 없이 그래피티를 선택했다. 당시 나의 짤막한 프레젠테이션을 인상 깊게 보았던 친한 동기가 한남동의 디뮤지엄에서 진행된 <캔버스에 담긴 거리의 예술 ‘Graffiti Art’> 클래스를 추천해 주었고 들뜬 마음으로 그 자리에서 바로 티켓을 예매했다. 마침 클래스를 진행하는 연사 또한 평소 다양한 아트웍으로 내게 즐거운 볼거리를 선사해 주신 ‘범민’ 작가님이셨다.
 
 해당 워크샵은 현재 디뮤지엄에서 진행 중인 'YOUTH'전시의 테마인 ‘젊음’을 모토로 기획된 클래스였으며, 마카 중에서도 사용하기 쉬운 축에 속하는 POSCA의 협찬을 받아 진행되었다. 그래피티가 무엇인지에 대한 작가님의 친절한 설명과 두세 번에 걸친 시범 수업을 모두 듣고 본 후, 직접 나만의 그래피티를 캔버스에 그려나가는 작업을 시작했다. 먼저 밑그림을 연습지에 슥슥 그려보고 그것을 본격적으로 캔버스에 옮겨 채색단계에 들어갔다. 수많은 고민 끝에 작가님의 조언에 따라 색채는 민트와 오페라 두 가지로 제한하여 진행하였다. 오랜만에 잡은 붓과 마카는 설렘과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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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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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작)
 
 
첫 그래피티 작업 도전이니만큼, 심플하게 나의 이름을 표현해 보았다. 알파벳 I를 이용해 예술을 상징하는 붓을, R의 중앙에는 시각을 상징하는 눈을 그려 넣었다. 작가님의 시범을 흉내내어 평소 자주 사용하는 ‘메롱’모양의 아이콘을 살짝 그려보기도 하고 붓의 텍스처를 이용해 흐르는 듯한 모양을 더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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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레이 체험작업 중인 참가자)


작가님의 위트있는 강연과 뮤지엄의 친절한 스탭분들 덕에 우리 일행은 즐거운 분위기에서 성공적인 클래스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되었다. 뒤처리 문제 때문에 일반적으로 사용해보기 어려운 재료인 스프레이를 뿌려보는 기회 또한 가졌으며 클래스가 끝날 즈음엔 작가님의 격려와 피드백이 주어졌다. 그래피티 문화를 애호하는 수용자 중 하나인 나에게는 정말 특별한 워크샵 이었던듯하다. 특히 작가님의 작업을 주욱 나열해 보여주신 프레젠테이션 시간에는 어두침침한 다리 아래와 홍대 이태원 뒷골목뿐 아닌 한 패션브랜드를 대표하는 아트웍으로, 또는 영상의 색채미에 화룡점정을 찍는 배경으로 그 활동반경을 넓혀나가는 그래피티와 작가분들을 보면서 나도 모를 뿌듯한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이것은 힙합이라는 장르의 대중화와도 일맥상통한 것이며, 젊은 세대의 열정·욕구 표현과도 밀접한 연관을 가진다. 물론 그것을 고상한 예술문화라고 일컬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역동적인 외곽과 텍스처로 젊은 세대의 문화를 생생하게 대변하는 예술이 또 있을까? 일반적인 그래피티는 같은 장소에 그려지고 덮이고를 반복해 마치 쌓인 지층과도 같이 그 세월을 대변한다. 거울처럼 우리를 비추어 그것만의 방식으로 반사된 영역을 표현해 나가는 그래피티, 앞으로의 발전과 활약을 기대해 보아도 좋을 것 같다.


[신예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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