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두려움이 즐거움으로 바뀌는 시간, 그 시작
글 입력 2017.01.03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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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그림을 그리지 않는 사람에게는 분명 그림에 대한 두려움이 한 가지씩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밑그림에 색칠을 하는 것이 두렵다. 연필 또는 검정색 펜만을 이용하여 그림을 그리고 명암 넣는 것을 좋아한다. 색을 입히는 순간 내 그림이 한껏 보잘 것 없는 모습으로 전락해버리는 것을 지켜보는 일은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나는 미술학원 선생님의 도움의 손길이 끊긴 뒤로 채색도구를 손에 들지 않았다.미술을 전공하는 친구들의 그림을 보면 참 놀랍다. 어릴 적 날 따라하는 것을 좋아하던 내 사촌동생은 나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그림을 그리더니 결국 전공의 길을 걷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언니 그림이 최고야!”라고 말하던 아이의 그림을 지금 보면 뒤를 따라오던 작은 보폭이 사실은 큰 보폭 이었구나 생각한다. 주변에서 계속 입이 떡 벌어지는 그림들을 보다 보니 나의 스케치북은 점점 비어간다. 그림 그리는 방법을 잊었다. 무엇을 그려야할지 잊었다.‘잘 그렸다.’라는 세상의 기준에 맞추고, 다른 그림들과 나의 것을 비교하다보면 손에 든 스케치북은 백지가 된다. ‘잘’ 그리기 위해 돈을 지불하고 취미학원에 등록한다. 하지만 여태까지 잘못 생각해온 것이 있다. 우리는 즐거움을 얻기 위해, 소중한 순간순간을 기록하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 돈을 지불하면서 이젤 앞에 앉아 그림을 그리는 우리는 과연 즐거운가? 이 책 <나를 위한 달콤한 손그림>과 함께라면 이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본격적인 내용에 들어가기에 앞서서 준비물과 그라데이션을 넣는 방법, 강약 조절을 통해 명암 넣기 등의 내용이 시범과 함께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혼자 그림을 익히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라고 하겠다!
기본 준비물: 책 <나를 위한 달콤한 손그림>, 무선노트, 색연필나의 준비물은 책 <나를 위한 달콤한 손그림>, 대림미술관 닉나이트 사진전에서 구매한 3천원짜리 무선노트, 어릴적 사용하던 색연필이다. 사실 섬세하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연필처럼 깎아서 사용하는 색연필을 사용해야하지만, 가지고 있지 않은 독자들도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집안 서랍 구석 어딘가에 박혀있을 색연필을 사용해 첫 페이지를 넘겨보려 한다.
▶ 첫 번째 걸음 '새빨간 토마토'가장 처음 등장하는 사물, 새빨간 토마토. 재수학원을 다닐 당시 어머니께서 아침 일찍마다 갈아주시던 토마토가 생각났다. 토마토를 먹어야 피부가 좋아진다며 아침밥보다 잠을 택한 나에게 어머니는 항상 곱게 갈린 토마토주스를 텀블러에 꽉꽉 채워 내 손에 쥐어주셨다. 덕분에 학원에서 나는 점심시간이 다가올 때까지 크게 굶주리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 보너스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두 번째 수능이 끝난 후 내 피부는 매우 좋아졌다. 특정 음식을 먹고 몸이 건강해졌다는 말을 별로 믿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그 '음식의 효과'를 체험한 사람 중 한명이 될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다. 대학생이 된 현재 나는 토마토를 먹지 않는다. 그러나 토마토는 나의 힘든 시절을 같이 보낸 만큼 나에게 각별한 음식이다. 채색을 하는 내내 묘하게 당시의 기억들이 스쳐지나갔다. 수험생활이 끝난 뒤로 멀리하던 토마토야, 사실 너가 맛이 없다고 생각해서 그동안 멀리한건 아니야!▶ 두 번째 걸음 '계란빵과 땅콩과자''겨울'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당연히 길거리음식이다. 그 중에서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겨울철 길거리음식은 계란빵과 꼬치오뎅이다. 초등학생 시절, 주머니에서 극적으로 찾아낸 고이 접힌 천원짜리 한 장으로 학원을 마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사먹은 계란빵의 맛은 아직도 생생하다. 빵과 맞닿은 계란 흰자는 마치 빵과 흰자가 하나가 된 듯 부드럽게 어우러진다. 삶은 계란의 노른자를 먹는 일이 고충인 나에게 계란빵의 노른자는 흰자와는 사뭇 다른 식감의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혼자 먹으면 조금 심심한 땅콩과자는 계란빵과 함께 먹으면 촉촉함에 얼었던 몸이 풀리는 느낌이다. 겨울은 시려워 밖에 나가기 귀찮고 많은 옷을 껴입어야 해 불편한 계절이지만 동시에 소소한 행복감을 전해주는 따스한 계절이다.책에 친절하게 설명되어있는 번호를 따라가다보니 어느덧 나의 노트는 흑백에서 알록달록한 팔레트로 바뀌어갔다. 채색에 대한 두려움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림을 제대로 그리기 위해서는 10만원이 넘는 색연필, 화방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두꺼운 스케치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나의 오해였다. 과제를 프린트하다 잘못 인쇄되어 버리게 된 A4용지의 뒷장, 강의를 듣다가 지루할때 눈에 띈 전공서적 모퉁이 이 모든 것이 훌륭한 캔버스이다.왜 이 책의 제목이 '나를 위한' 달콤한 손그림인지 생각해보았다. 토마토를 그리는 동안, 또 계란빵과 땅콩과자를 그리는 동안 나는 내 작은 추억들을 떠올리며 향수에 젖었다. 추억 하나하나를 돌아볼 틈 없이 바쁜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집에 돌아와 침대에 걸터앉아서 가볍게 그리는 달콤한 손그림 하나는 휴식의 시간을 갖게한다. 잊고 살던 것들에 대한 재고를 도와준다. 그래서 손그림은 '나에게 주는 선물'인 것이다.나는 그림을 그린다. 연필이 아닌 색연필을 들고, 무채색이 아닌 무지개색으로 노트를 채워나간다. 그 시간 속에서 두려움은 온데간데 없고 오로지 즐거움과 행복만 남아있다.[박이슬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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