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oion] 빛이 만들어낸 환상 [시각예술]

글 입력 2016.02.24 21:26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빛 이란, 물체에 반사되어 만들어 진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볼 수 없는 빛이라는 존재가 내 앞에 서있다. 대림미술관 디-뮤지엄에서 개최한 'SPATIAL ILLUMINATION -9 LIGHTS IN 9 ROOM'에서 보여주는 작품들은 빛을 존재 시켰다. 빛이라는 존재를 따로 인식할 만한 상황은 일반적이지 않다. 그렇기에 우리는 '빛'을 알고는 있지만 느낄 수는 없었다. 예술이란 일상적인 생활에서 벗어나, 새로운 면을 보게 해주고 느끼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에 적합하게 나는 빛을 일상생활 속에서 벗어나 새롭게 느끼고 경험했다. 

1 LIGHTS IN 1 ROOM
세리스 윈 에반스(Cerith Wyn Evans)의 Neon Forms

불꽃놀이에 눈이 반짝이며 나의 감성을 싣고 불을 붙였던 그 시절, '스파클라' 라는 막대기 불꽃이 떠오른다. '스파클라'를 열심히 흔들며 남겨진 빛을 카메라에 담아 그 때의 심정을 박제한 것 처럼 'Neon Forms'에서 나오는 네온조각들은 빛의 시간을 멈추게 한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천장에 매달려 나를 반겨주는 첫 장면이 마치 한동안 박제해 두었던 나의 어린시절 감성에 인사라도 하는 듯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일본 전통 극의 하나인 '노'의 정교하고 절제된 움직임으로 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 정교하고 절제된 움직임을 나는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함께 빛으로 그렸다. 

2 LIGHTS IN 2 ROOM
플린 탈봇(Flynn Talbot)의 Primary

플린 탈봇 작가가 탄생시키는 작품들에게 담고 싶은 궁극적 목표는 작품과 관객사이의 감정적인 소통을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한다. 그는 내게 차갑고도 두려운 감정을 끌어냈다. 원뿔의 틈없는 직선의 모소리에서 나오는 아린느낌과 함께 어둠속에서 드러나는 빛의 3원색인 빨강, 초록, 파랑의 색 조합이 다른 차원으로 통하는 이질감을 만들어 냈다. 그래서 현실에서 내가 생각하는 위치인 벼랑끝에 선 나를 다시금 떠올리게 만들었다. 두려움을 매개로 전개되는 감정들이 내게로 스멀스멀 다가와 그 공간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도망쳤다. 이미 감정적인 소통은 다 한 것 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3 LIGHTS IN 3 ROOM
어윈 레들(Erwin Redl)의 Line Fade

가장 기본적인 빛 줄기로 인해 느껴지는 단순함이 나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빛이라는 매개체가 주는 차원이라는 개념 때문인지 그 속으로 들어가면 어딘가로 이동할 것 같은 '차원의 문'과 같은 상상을 하게 만든다. 또한 감옥이라는 부정적인 공간이 떠오르며 멀리하고 싶은 마음도 들게 한다. 빛이라는 현상이 주는 만화같은 공간 속에서 생각하게 하는 모든 것들이 이 세상의 것과는 동 떨어진 장소에 있는 듯한 환상을 머리 깊숙이 심어논다. 

4 LIGHTS IN 4 ROOM
카를로스 크루즈-디에즈(Carlos Cruz-Diez)의 Chromosaturation

'Chromasaturation'은 1965년 처음 선보인 작품이다. 삼원색인 빨강, 초록, 파랑의 빛으로 채워진 3개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공간속에 채워진 삼원색은 단면적인 원색이 아닌, 몽환적인 파스텔톤의 색으로 보여진다. 이는 작가가 원하는 시공간의 제약과 문화적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것에 대한 경계를 모호하게 해주는 역할이 된 것 같다. 그리고 공간마다 설치되어진, 공중을 떠다니는 듯한 육면체의 조각물은 어떠한 관념에 사로잡힌 '무언가' 일 것 같다. 항상 가지고 있는 우리의 배경, 관습, 관념들이 매달려 있는 공간에서 파스텔톤의 몽환적인 공간으로의 초대는 원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모든 것을 부정하고 우리가 그어놓은 선을 부정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5 LIGHTS IN 5 ROOM
스튜디오 로소(Studio Roso)의 Mirror Branch

스튜디오 로소는 작품을 하나의 오브제가 아닌 공간의 확장으로 인식하고 주변공간과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장소특정적 작업을 한다. 허나, 대림미술과 디-뮤지엄의 공간은 그들만의 작품 모토를 채우기에는 역부족 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무'의 공간에서 그들이 원하는 주변공간과의 어우러짐은 드러나질 못했다. 주변공간이라는 생각을 반영하기 위해 '거울'이라는 소재를 사용했지만 그런 특성이 잘 표현되지 못한 아쉬움을 'Ames Boutique Hotel, Boston, USA'에 설치되어진 사진을 보며 위안했다. 난 실제 오브제 보다는 그 오브제에 반사되어 나타나는 빛을 보고 싶었다.

6 LIGHTS IN 6 ROOM
툰드라(Tundra)의 My whale

처음 시작은 모스크바 강 위의 개조된 선박 'Brasou호' 이다. 1400개의 육각형 타일과 4개의 단초점 프로젝터를 통해 다양한 색과 무늬의 빛을 투시하여 타일의 반짝이는 무늬들이 마치 고래의 두뇌세포 처럼 살아 숨쉬는 듯한 효과를 만들어 냈다. 캄캄한 어둠속 고동치는 음파와 빛의 모양들이 숨쉬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또는 오로라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 작품은 사진으로는 박제되어진 고래의 뱃속의 느낌만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숨쉬는 고래를 보기위해서는 직접 그 속으로 들어가 봐야 할 것이다.

7 LIGHTS IN 7 ROOM
폴 콕세지(Paul Cocksedge)의 Bourrasque

작품의 이름은 '갑자기 불어 닥친 바람' 이라는 의미이다. 그대로다. 의미 그대로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움직이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만큼의 역동적인 형태에 빛을 담아 한 층더 아름답고 호화롭게 느껴진다. 흩어진 천사의 날개 깃 털들이 바람을 타고 세상에 흩어진 순백의 영혼들에게로 빨려 들어 갈 것 같다. 

 


[최요한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