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겨울 나그네

사랑에 실패한 청년의 괴로움이 진하게 고여있는 노래
글 입력 2016.01.30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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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나그네] 슈베르트
사랑에 실패한 청년의 괴로움이 진하게 고여있는 노래
 
 
총 24개의 노래로 이루어진 [겨울 나그네]는 슈베르트의 대표적인 연가곡으로 1827년 그의 나이 30세때 작곡된 작품이다. 연가곡이란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는 완결적 구성체를 가진 가곡 모음을 뜻한다.
 
슈베르트는 [겨울 나그네]를 작곡하기 4년 전(1823년) 같은 뮐러의 시에 곡을 붙인 연작 가곡 [아름다운 물방앗간집 아가씨]를 작곡했다. [아름다운 물방앗간집 아가씨]는 청춘의 서정과 아름다움이 듬뿍 담긴 작품이었지만 [겨울 나그네]는 음울하고 어두운 정조가 가득한 비극적인 노래이다. 슈베르트는 다가올 죽음을 예감한 듯 가난에 시달리며 고독한 삶을 살고 있었고, [겨울 나그네]를 완성한 이듬해에 가난과 병 속에서 세상을 떠났다. 연가곡 전체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사랑에 실패한 청년이 추운 겨울 연인의 집 앞에서 이별을 고하고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들판으로 방랑의 길을 떠난다. 눈과 얼음으로 가득한 추운 들판을 헤매는 청년의 마음은 죽을 것만 같은 고통과 절망 속에서 허덕이고 어느덧 까마귀, 숙소, 환상, 도깨비불, 백발과 같은 죽음에 대한 상념이 마음 속에 자리잡게 된다.
 
마지막으로 마을 어귀에서 라이어를 돌리고 있는 늙은 악사에게 함께 여행을 떠나자고 제안하는 장면에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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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인 [겨울 나그네]에 걸맞게 음악의 분위기 노랫말 또한 차갑고 무거운, 다소 어두운 분위기였다. 무대의 조명 또한 푸른색의 조명과 겨울나무를 표현한 듯한 무대 세팅, 무엇보다 백재은 메조 소프라노의 의상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시작은 조재혁 피아니스트의 연주로 시작했다. 홀이 크지 않았던 덕에 좀더 피아노의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섬세함이 돋보이는 연주였다. 음악에 집중하는 사이 인터미션 시간이 주어졌고 이윽고 백재은 메조소프라노와 함께 등장해 [겨울 나그네]의 연주가 시작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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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의 노래만 들어보았고, 그것에 익숙했던 나에게 백재은씨가 첫 음을 내는 순간 신선한 충격이었다. 눈의 여왕과 같아 보였다. 가녀린 종달새와 같은 느낌의 소프라노라면 메조 소프라노는 좀더 묵직하고 홀을 에워싸는 듯한 소리로 [겨울 나그네]를 노래했다. 메조 소프라노의 매력을 알게된 좋은 시간임에는 틀림없었다.
 
[겨울 나그네]를 듣고 나서 집에 가는 길에 항상 듣던 노래를 듣지 않았다. 왠지 듣고 싶지 않았다. 가곡의 노랫말을 좀더 음미하고 싶었던 것 같다. 가곡 속의 시가 너무 좋아서 다른 노래를 듣다보면 잊어버릴 것같았다. 특히 ‘폭풍의 아침’의 ‘폭풍은 하늘이 입고 있는 회색빛 옷을 찢어놓았다.’ 라는 표현이 너무 좋았다. 이런 시적인 표현과 함께 노래를 들으니 좀더 노래가 마음 속에 와닿는 느낌이 들었다.

 
요즘 음악을 들을때면 신나는 노래, 후크송이라 불리는 단순한 가사로 이루어진 노래가 유행이고 그러한 노래에 다들 익숙해져 있다. 물론 서정적인 가사의 노래도 많지만 나와 같은 젊은 세대들에게는 폭발적인 비트와 단순한 가사로 흥얼거리기 좋은 노래가 익숙하고 대중적인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조금 걱정 아닌 걱정을 하게 되었다. 클래식 음악이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는 지금, 우리 세대에서 외면하다 보면 점점 더 설 자리를 잃게 될 수 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클래식 음악이 고상한 음악, 이질적인 예술의 분야가 아닌 사람들에게 좀더 친숙하게 다가갈 방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 공연이었다.


[유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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