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성에 대한 ‘사회학적’ 이해

글 입력 2014.12.30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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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성에 대한 ‘사회학적’ 이해

공공미술은 ‘누구나’ 예술을 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예술을 쉽게 접하지 못했던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미술을 뜻했다. 하지만 사회에서는 여러 가지 변화가 일어났고, 이에 따라 국가가 관여하고 담당해야 할 행정 영역 또한 확장 되었다. 사람들은 ‘문화’를 혜택이 아닌 권리로 인식하기 시작했고, 정부는 <문화 복지>라는 정책을 내세우면서 예술 영역에 대한 국가 개입이 이루어졌다.

예술은 그 자체로 아름다움이나 쾌(快)를 추구하고, 자기 자신을 표현하거나 자기만족을 추구하기 위한 활동으로 존재한다. 이는 지극히 사적인 영역으로서, 이성보다는 감성의 영역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영역보다도 자율성이 필요한 예술 영역에 대해 국가가 개입해 할 필요가 있는지, 그 개입에 정당성이 있는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예술 영역에 대한 국가 개입 방식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국가 개입을 통해 국가가 성취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해 분석해보고자 한다.

국가는 예술영역에 “왜” 개입하는가?

국가가 예술영역에 개입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 시각(경제학적 시각과 정책적 시각)이 있다. 하지만 경제학적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은 국가가 ‘어떠한’ 개입을 하려는 지에 대한 정확성이 부족하고, 정책적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은 국가가 개입을 통해 ‘무엇을’ 하려는 지에 대한 타당성이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취약점을 보완하고 보다 명확하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다른 개념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공공성>개념은, 공공의 이익이나 사회 통합이라는 두 가지 접근 방식에 공통의 개념적 기반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국가 개입이 구체적으로 지시하는 내용과 역할을 설명해 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공공성>개념은 <공공적 가치>와 같이 특정한 가치를 지사하는 데 사용되기도 하고, 공적 영역과 같이 특정 영역을 가리키는 데 활용되기도 하며, 공공 지원과 같이 국가 또는 정부 영역을 지칭하는 용어로도 사용된다. 뿐만 아니라, 사용되는 관점과 사용하는 주체에 따라 지시하는 내용이 서로 차이가 나거나 상반되는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한다. 이와 같이, 개념에 대한 이해가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동일한 용어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의사소통에 장애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공공성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공공성에 대한 이해는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의 구분에서 시작된다. 일반적으로, 사적인 것은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난, 접근 불가한 영역으로 구분된다. 그리고 공적인 것은 타인의 시선을 받을만한 가치가 있는, 열려있는 영역으로 이해된다. <공적인 것>과 밀접하게 연관되는 개념으로서 출발하는 공공성은 단순히 공적인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를 넘어서, 그것이 지향하는 <가치=공공적 가치>나 그러한 가치를 추구하는 활동이 이루어지는 <영역=공공적 가치가 구현되는 공간>, 그리고 그러한 활동을 수행하는 <주체=공중(公衆)>의 측면과도 관련이 깊다.

사회학에서 공공성에 대한 논의는 주로 <공공 영역>이라는 주제와 관련되는데, 사회학에서 공공성은 공공 영역을 통해 발생되는 특징이면서 동시에 공공 영역을 특징짓는 개념이다. 공공 영역은 사적 영역과 공공의 영역을 이어주는 매개 공간이다. 신흥 부르주아들은 공공 영역에서 문예 공공 영역에서의 활동을 통해 공공의 문제에 대한 논의 경험을 갖게 되었는데, 그들은 더욱 확장된 영역들까지 논의의 범위를 넓혀가면서 여론과 같은 비판 공공 담론을 형성하며 공중으로 성장했다. 사적 영역에 머물던 개인이 공공 영역을 통해 공적인 주체가 된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공공 영역이 공공적 일에 대한 관심을 매개로 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가의 직접적인 감시를 받지 않는 사적 영역에 속해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적인 관심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고 공공의 영역으로 그 관심을 확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공공 영역은 시간이 지나면서 관료제와 제도화의 진전으로 자본주의 체제와 국가 관료를 옹호하는 이데올로기적 기능을 수행하면서 공공 영역 본래의 비판적 기능을 상실하게 되었고, <공공 영역의 재봉건화>라는 인식을 가져왔다.

하지만 공공 영역은 사라진 것이 아니다. 다만, 그 사회 관계와 기능이 변화한 것이다. 공공의 권위 영역(국가)에 대한 비판 기능이 사라진 것은 ―사라지지도 않았지만― 상업화 또는 국가 개입이 확장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공공 영역은 국가 권력에 대한 비판․견제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민중들이 그러한 비판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공중으로 성장하도록 교육하는 두 가지 기능을 담당했다. 이러한 이해에 따르면, 공공 영역이 가지는 비판 기능은 역사의 산물이며, 당연하거나 보편적으로 공공 영역에 내재해 있는 기능이 아니다. 그보다는 이전의 제도나 관행들이 변화된 환경에서 새로운 기능으로 전환되면서 나타난 역사 과정의 결과일 뿐이다. 따라서 역사적 특정 시점에 비판적 담론 형성 기능이 특히 강조되었던 공공 영역은 사회의 발전 과정에서 그러한 기능보다 시민 사회 구성원의 자기 통제 능력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곧 교육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으로 초점의 전환이 이루어졌다.

공공 영역이 비판적 기능과 교육적 기능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인식은 공공성 또한 이 두 가지 기능을 중심으로 이해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시민 사회 영역에서는 주로 비판적 담론의 근거로서 공공성을 제기하고, 국가 영역에서는 교육적 기능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공공성을 제기한다. 관리 합리성에 기반한 공공 영역은 이러한 교육적 기능을 강조하는 공공성의 특징을 보여준다. 관리 합리성은 관리적 권력과 그러한 권력의 행사가 기반하고 있는 합리성을 뜻한다. 관리적 권력은 통치 대상으로서의 <주체>에 보다 큰 관심을 가지는데, 주체로서의 국민 개개인은 강제적으로 통치될 대상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고 가이드해 줄 대상으로 이해된다. 그리고 관리적 권력에 있어 국가를 통치하는 것과 개인을 통치하는 것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러므로 국가는 교육을 통해 개개인의 자기 통제 역량을 강화시켜 주고 북돋워 줌으로써 이러한 기반을 통해 한 사회와 국가의 보다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관리를 이끌어 내려고 하는 것이다.

오늘날의 사회는 더 이상 국가나 자본에 의해 수동적으로 조작되거나, 동원되는 국민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다. 그보다는 자율적이고 주체적으로 생각하는 개개인들의 활동에 의해 움직인다. 따라서 국가는 무엇보다 이러한 주체들이 스스로의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영위하게 하고 이를 통해 국가의 유지, 존속, 발전을 도모할 수 있게 하는 데 통치의 초점을 맞춘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국가가 예술 활동과 같이 사적 영역으로 보이는 공간에 개입하는 것은 예술 활동을 통해 참여자 개개인이 스스로에 대한 관리 역량 self-government 을 강화함으로써 국가의 합리적 통치를 가능하게 하려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또한, 예술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잠재적 역량을 계발케 하여 스스로의 삶을 주체적으로 영위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주체적 역량을 기반으로 사회 발전에 기여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개인의 발전이 사회 및 국가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연계 효과를 초래한다. 그러므로 예술 영역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예술 활동을 통해 개개인으로 하여금 주체적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사회적 통치를 보다 원활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예술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부수적으로 경제적 측면에서 지역이나 국가에 발전을 가져오거나 사회적 통합 효과를 불러올 수는 있어도 그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예술 자체가 공공성을 가지는 것은 분명 아니다. 그러므로 이 글은 예술이 공공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국가 개입이 타당성을 가진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국가가 예술 영역에 개입할 때는 (창의성이나 삶의 질 제고와 같은) 사적인 목적을 추구하는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개입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예술 영역에 대한 국가 개입은 예술가의 지원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며, 사회적 취약 계층에게 예술지원을 통해 개개인의 자기 관리의 역량을 강화시키고, 개인의 삶의 주체로서 보다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향유할 수 있게 함으로써 ‘사회의 안정’이라는 궁극적인 목적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는 예술 활동을 둘러싼 다양한 <맥락>과 보다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으며, 그러한 과정의 영역에서 공공성을 띄게 되는 것이다. 예술 영역에 대한 국가 개입은 이와 같은 공공성에 근거할 때 그 필요성과 정당성을 가지며, 이러한 공공성에서의 요청이 충족될 때에만 그 개입에의 타당성을 공감 받을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참고 문헌>

김세훈 외 5명 저, 『공공성』, 미메시스, 2008, p.19~53.


[최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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