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동경하다 : 감성 일본 여행 에세이 (3)

글 입력 2016.05.30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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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은 시리즈로 이어집니다!

▼아직 못보신 분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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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링크




기사를 읽으시면서 함께 들어주셨으면하는 BGM ♬♪
Stand by U - 동방신기








도심 속 푸른 공간 <메이지 신궁>


   사실 도시로 여행을 계획중이라면, 자연친화적인 장소를 둘러보긴 쉽지 않을 것이다. 뉴욕의 센트럴 파크도 도심 속의 휴식공간에 지나칠 뿐. 모든 것과 차단되어 자연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을 도시 안에서 찾는다? 이건 정말 말도 안되는 이야기이다. 그래. 메이지 신궁을 들어가보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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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라주쿠 다케시타 도리에서 시부야 쪽으로 5분 정도를 더 걸어 올라오면 보이는 메이지 신궁의 입구. 울창한 나무들이 벌써부터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와 포스를 뽐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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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지 신궁의 입구. 일본 애니메이션으로만 보던 저 입구(뭐라고 하는지 명칭을 잘 모르겠다)를 실제로 보니 정말 감회가 새로웠다. 다시 한번 내가 일본에 와있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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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실히 관광지라 그런지, 외국인들의 모습이나 일본 지방 사람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그들은 이 푸르디 푸른 곳에서 저마다의 추억을 그리며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혼자 있던 나는 그들의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며 카메라 앵글에 담아내기 바빴다. 주위 어느곳을 둘러보던, 사방이 초록색으로 둘러싸여있어서 그런지 마음이 평온해지고 눈이 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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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사 입구에서 마음을 정화시켜준다는 물을 입에 머금어 보기도 하고. 손을 씻어 더러운 것들을 흘려보내기도 하고. 혼자 새로운 문화에 푹 빠져 정신 못차리고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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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원을 적는 나무판자들을 걸어놓는 공간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많은 언어들이 적혀있는 나무 판자들을 바라보며 모두의 소원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이 공간은 메이지 신궁 전체의 위치 상 가장 안쪽에 배치되어 있었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불과 15분만 걸어나가면 시끌벅적한 하라주쿠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도시의 소음과는 완전히 차단되고, 적막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만이 공간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울창한 나무들에게서 나는 향긋한 향과,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 소리, 사람들이 흙바닥을 밟는 소리, 나무들 사이로 은은하게 내리쬐는 햇살. 무엇하나 완벽하지 않은 것이 없었던 메이지 신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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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이 정화되는 기분. 이 울창한 나무를 뒤로한 채 메이지 신궁에서 빠져나왔다. 원래 계획에는 없었던 곳인데, 와보지 않았으면 얼마나 후회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곳이었다.







오후의 시부야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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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지 신궁에서 걸어나와 시부야까지 다시 걸어가려고 구글 지도를 켰다. 그리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으나, 몇정거장 안되는 거리를 지하철을 타고 가기엔 돈이 아깝기도 해서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걸어가면서 마주친 한 골목길은 정말 일본스러웠다. 내가 이번 여행에서 찍은 골목들 중 가장 일본스러운 골목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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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부야 중심 거리에 가기 전에, 가보고 싶었던 아메리칸 어패럴 시부야점을 방문했다. 한국보다는 조금 더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길래 가본 곳이었는데, 생각보다 저렴하지 않아서 그냥 대충 둘러보다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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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에 오면 꼭 가보고 싶었던 일본 대표 소속사 쟈니스의 사무소에도 가봤다. 생각보다 볼게 별로 없어서 굉장히 당황했던 곳. 전세계에서 온 많은 팬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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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랜드에 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러 찾은 디즈니 스토어. 스물 둘의 감성에는 잘 맞지 않았나보다. 사람은 많았고, 저마다 카트에 물건을 잔뜩 담고 있었지만, 나는 딱히 사고싶다고 느껴지는 것들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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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일본의 무인양품에 도착! 우리나라에서 팔지 않는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판다길래 기대를 하며 들어섰다. 일명 무지퍼셀이라고 불리는 컨버스화를 사고싶었으나, 역시 일본에서도 내 사이즈는 품절. 눈물을 머금으며 다음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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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멍하게 길을 걷고있는데, 요새 즐겨보는 애니메이션인 <오소마츠상> 광고를 보게되었다. 그래서 뭐에 홀린듯이 파르코 백화점으로 들어갔다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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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르코 백화점 지하에는 이런 아담한 서점이 있었다. 여성잡지가 나열되어 있는 저 풍경이 또 너무 일본스럽다는 생각이 들어서 혼자 미소를 띄우며 카메라를 들었다. 정말 아기자기하고 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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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부야 메인 골목길. 한국 길거리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ABC MART에서 신발 구경을 했다. 가격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것 같은데 취급하는 신발 종류는 우리나라가 더 많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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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부야 패션의 근원지라는 <시부야 109>에 도착! 남자 매장과 여자 매장으로 나뉘어있는 시부야 109. 두 건물의 거리는 꽤 떨어져 있다. 남성 매장은 스크램블 교차로 오른편에 위치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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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에 드는 옷이 있으면 구매할 의향도 있었는데... 사진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하늘하늘한 공주풍의 드레스만 잔뜩 있었다. 시부야 패션이 뭔지 단박에 이해하고 왔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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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부야 구석구석을 한참을 돌아다니다보니 배에서 꼬르륵-소리가 났다. 사실 점심은 하라주쿠에서 먹을 생각이었는데, 하라주쿠에 있었을 때는 배가 별로 고프지 않아서 미루고 미루다 결국 시부야까지 오게된 것. 뭘 먹을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시부야에서 유명한 <미도리 스시>를 가기로 결정했다.

   신기한 기계로 번호표를 뽑은뒤, 10분간의 웨이팅 끝에 가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또다시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에 빠져버렸다. 요리사님들은 얼굴에 미소를 띈 채 일을 하고 계셨다. 진심으로 직업을 사랑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 나까지 행복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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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드디어 요리사님들의 사랑이 듬뿍 담긴 스시가 내 눈앞에 나타났다. 여자 혼자 먹기엔 조금 많은 양이었으나, 몹시 배가 고팠던 나에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스시 하나를 입에 넣자마자, 나는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다. 내가 이제껏 우리나라에서 맛봐왔던 스시는 진정한 스시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최고였다. 어쩜 입에 넣자마자 살살 녹을 수 있는지... 함께 나왔던 생선 미소시루와 정말 제대로된 녹차도 완전 만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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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를 채우고 방문한 곳은 시부야 <타워레코드>. 온갖 진귀한 앨범이란 앨범은 모두 모아둔 성지같았다. 한국 가수들을 위한 케이팝 앨범만 모아둔 층도 따로 있었다. 사진은 내가 좋아하는 일본 국민 아이돌인 아라시의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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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라시의 앨범 한 장을 구입했는데, 생각보다 가격이 비싸서 조금 놀랐다. 3천엔이 넘는 가격. 이럴 때 문득문득 일본의 물가를 온몸으로 느낀다. 아무튼 뿌듯한 소비를 마치고, 시부야역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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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마노테선 시부야역. 퇴근시간과 아슬아슬하게 걸쳐있어서 그런지, 플랫폼에는 정장을 입은 직장인이 많았다. 그들에게는 주황색 캐리어를 들고 서있는 작은 내가 신기했나보다. 힐끔힐끔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싫지만은 않았던 오후.







시끌벅적 신주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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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주쿠에 도착했다. 숙소가 있는 곳. 사실 여행을 시작하기 전엔, 신주쿠에서 꽤나 많은 것들을 하고 올줄 알았는데, 돌이켜보니 신주쿠에서는 정말 잠만 자고 온 것 같다. 워낙 넓고 복잡한 지역이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망설였기에 그랬던 것도 있지만, 짧은 일정 탓에 정말 속성으로 눈도장만 찍고온걸지도. 아쉽다. 다음에 또 도쿄에 오면 신주쿠에서부터 여행을 시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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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핫트랙스 문구점 같은 느낌인 <도큐핸즈> 신주쿠점. 핫트랙스보다는 더 다양한 품종의 물건을 취급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이곳에서 나는 친한 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한참이나 고르며, 기분좋은 쇼핑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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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덧 저녁. 어둠이 내려앉은 하늘 아래엔 반짝이는 네온사인이 별처럼 수를 놓았다. 얼마나 번화했는지를 알려주는 신주쿠의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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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10분 정도를 걸으며 신주쿠 투어를 했다. 사실 일본의 번화가는 어딜가나 다 비슷한 느낌인 것 같지만, 그 동네마다 가지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신주쿠는 조금 더 회사원의 비율이 많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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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은 맛있는 돈까스로! 저녁 느즈막히 만난 일본에 살고계신 사촌 고모의 소개로 가게된 이름모를 가게는 작고 아담했지만,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나는 매일 먹던 돼지고기를 튀긴 것 대신, 가지와 버섯등을 튀긴 메뉴를 주문했는데, 상상이상으로 맛이 좋았다. 

   몇년만에 뵙는 사촌 고모와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며 저녁을 먹어서 그런지, 음식도 너무 맛있었고, 함께 했던 시간도 후딱 지나가 버린 느낌이었다. 타지에서 친척을 만났을 때의 기분은 정말 포근하고 따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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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짐을 풀고 숙소에 도착했다. 2015년 11월에 새로 만들어졌다던 이 숙소는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높은 퀄리티를 자랑했다. 괜시리 지난 2달전 이 숙소를 예매한 내가 대견하고 뿌듯해지는 밤이었다. 숙소 앞 로손 편의점에서 구매한 호로요이 맥주 한캔을 들고 바스락거리는 이불에 하반신만을 넣어둔채 벽에 기대앉아 오늘 하루를 떠올렸다. 

   그 어떤 24시간 보다도 길었던 오늘 하루. 내 첫 해외 여행의 첫날. 이제껏 그려왔던 꿈에 내가 실제로 들어와있다는건 이런 기분이구나. 이렇게 실감안나고 벅차오르는거구나-를 맘껏 되새기며 흘러가는 시간을 아쉬워했다. 아직 서울로 돌아가기까진 이틀이라는 시간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있었던 시간보다 있어야 할 시간이 더 길게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너무 아쉽고 서글퍼졌다. 꿈에서 깨고싶지 않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벌써 맥주 한 캔을 다 비우고 말았다. 이제 정말 내일을 위해 눈을 붙일 시간이다. 흘러가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 1분 1초도 헛되이 쓰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지금은 자야한다. 내일을 위해. 과연 내일은 또 어떤 즐거운 일들이 나를 반길까?

   동경 맑음. 동경 하다. 동경하던 동경에 오다. 내 여행은 이제부터 또 다른 시작이다.










(4)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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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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