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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우리가 먹는 피자는 정말 이탈리아 음식일까? - 피자에 담긴 세계사 [도서]

오늘 저녁으로 피자 어때요?

by 하상은 에디터
2026.11.04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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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숙한 음식의 낯선 이력

       

      피자를 시키는 데는 큰 결심이 필요하지 않다. 앱을 열고 몇 번 누르면 끝이고, 고를 거리는 오히려 넘친다. 고구마 무스를 두른 가장자리, 불고기 토핑, 끝나지 않는 파인애플 논쟁까지. 이렇게 흔한 음식이 어디서 왔는지는 잘 생각하지 않는다. 이탈리아, 정확히는 나폴리 음식이라는 막연한 인상이 전부다.

       

      루카 체사리의 『피자에 담긴 세계사』는 그 막연함을 파고드는 책이다.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는 음식 역사학자인 저자는 300년에 걸친 피자의 역사를 방대한 기록과 문헌으로 따라간다. 나폴리 골목의 음식은 어떻게 지구 반대편의 배달 앱까지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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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굶주린 도시의 길거리에서

       

      피자의 시작은 17세기 말 나폴리다. 이야기는 화려하지 않다. 가난한 사람들이 허기를 달래려고 밀가루와 채소처럼 가장 싸고 흔한 재료로 만들어 길에서 먹던 음식이었다. 불을 피워 따뜻한 끼니를 차릴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에게, 접어서 들고 먹을 수 있는 납작한 빵은 쓸모가 있었다. 토핑이 마늘과 기름뿐인 경우도 있었다. 19세기에 들어서는 튀긴 피자, 접은 피자처럼 형태도 여러 갈래로 갈라졌다.

       

      마르게리타 피자에 얽힌 이야기는 그래서 더 극적으로 들린다. 1889년 나폴리를 찾은 마르게리타 왕비가 피자 장인 라파엘레 에스포지토를 궁으로 불렀고, 이탈리아 국기 색을 닮은 토마토, 모차렐라, 바질 피자가 마음에 들어 왕비의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다. 널리 알려진 일화다. 굶주림을 달래던 음식이 왕비의 이름을 얻는 장면에는 피자가 지나온 거리가 압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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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를 건넌 피자, 돌아온 피자

       

      19세기 말까지 피자는 사실상 나폴리라는 도시 안에 머물렀다. 판이 바뀐 건 20세기 초다. 일자리를 찾아 미국으로 건너간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먹던 피자가 미국인들에게 알려졌고, 거기서 북미를 넘어 남미까지 퍼졌다. 이 책에서 흥미로운 대목은 그다음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피자는 미국의 문화적 영향력을 타고 이탈리아 본토와 유럽 전역으로 다시 들어온다. 고향을 떠났던 음식이 다른 얼굴로 돌아온 셈이다. 이제 피자는 우리에게 익숙한, 특별한 날의 음식이 아니라 일상의 음식이 되었다. 저자는 여기서 꽤 단호한 말을 한다. 오늘날 전 세계에 퍼진 피자는 사실상 미국식 피자이고, 이탈리아 피자도 나폴리 피자도 그 범주 안에 있다는 것이다. 나폴리 정통을 기준으로 피자를 가늠해온 사람에게는 조금 불편한 관점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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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하지 않는 전통은 없다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한 문장으로 줄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무리 전통적인 음식이라도 지금의 모습이 되기까지 수없이 모양을 바꿨다는 것. 저자는 한 세기 전의 나폴리 피자를 지금 눈앞에서 본다면 같은 음식인지 알아보기도 어려울 거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피자는 어떻게 이렇게 멀리 왔을까. 저자가 꼽는 이유는 유연성이다. 어떤 양념과 토핑이든 얹을 수 있으니 고유한 개성을 지키면서도 가는 곳마다 그 지역의 재료에 맞춰 달라질 수 있었다. 이런 성질이 없었다면 피자는 나폴리 밖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은 지역 음식에 머물렀을 거라고 저자는 본다. 가난과 이민, 도시와 산업, 전쟁과 대중문화, 세계화 같은 굵직한 역사가 피자 한 판 위에 함께 얹혀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고 보면 파인애플 피자를 두고 벌어지는 논쟁도 조금 다르게 보인다. 피자는 처음부터 가까이 있는 재료를 올려 먹는 음식이었고, 그 일을 300년 가까이 해왔다. 우리가 지키려는 "정통"이 정확히 언제의 모습인지 이 책은 슬쩍 되묻는다.

       

      피자 이야기를 늘어놓다 보니 어김없이 아릿한 허기가 밀려든다. 참나무 장작불의 열기를 묵직하게 견뎌낸 화덕에서 갓 꺼낸 피자. 그 고온의 숨결을 품은 도우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숨을 쉬듯 쫄깃하게 부풀어 오른다. 그 위를 덮은 모짜렐라 치즈 위에 상큼한 산미를 품은 토마토 소스는 도우 깊숙이 스며든다. 여기에 톡톡 터지며 달콤한 즙을 내뿜는 옥수수 콘, 탱글하게 살이 올라 감칠맛을 더하는 쉬림프, 짭조름한 풍미와 알싸한 기름기를 적당히 품은 페페로니가 자리를 잡는다.


      마무리로 푸릇한 향으로 느끼함을 지워내는 바질과 은은한 향을 더하는 올리브까지 합하면, 입안은 밀도 높은 풍미의 연회가 펼쳐진다. 한입 베어 물 때마다 고소함과 달콤함, 짭조름함이 겹겹이 밀려드는 이 완벽한 조화. 오늘 저녁은 망설임 없이 피자 한 판을 올려두어야 할 이유로 충분하다.

       

       

      *본 게시글은 ai 생성 이미지를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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