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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우리의 세계를 위해 - 연극 '다시 쓰는 세계'

우리의 세계에 필요한 것은 구분이 아니다.

by 박서현 에디터
2026.10.3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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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쓰는 세계>는 엄마를 잃은 슬픔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아버지로부터 독립해 홀로 살아가는 농인 여성 유림의 일상과 관계를 따라가는 작품이다.

       

       

       

      불쾌감이 없을 수 있는 관계


       

      <다시 쓰는 세계>는 네 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여러 상황과 관계, 감정 변화 등을 보여준다. 그중 두 번째 에피소드 ‘타인’은 일상에서 스쳐 가는 관계를 그리고 있는데, 그 모습이 다소 폭력적으로 느껴진다. 우리는 누군가가 말하고 듣는 행위를 평가하지 않는다. 하지만 ‘타인 여성’은 유림이 수어로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신기하다’라고 말한다. 그들은 일면식 없는 타인의 행동을 지켜보고 평가하는 말을 내뱉는 것 자체가 예의 없는 행동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유림을 도와준다는 명목하에 그에게 상처 주는 언행을 서슴지 않는다. 장애가 있다고 해서 다른 권리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 아닐진대 ‘타인’은 유림에게 ‘몰라도 된다’라고 일관한다. 그저 지켜볼 뿐인데도 화가 치밀었고, 당사자의 상처나 분노는 가늠할 수 없었다. 유림이 가진 혐오감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한 유림에게 엄마의 존재는 가족이라는 이유를 제하고도 특별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어떤 모습이든 사랑해 줄 사람’, 유림에게 엄마는 그러한 존재였을 것이다. 두 번 물어도 전혀 귀찮은 기색 없이 똑같은 말을 그대로 전해주고 행복했던 추억을 나눈다. 유림이 가진 불편함이 그저 ‘불편함’으로 끝난다. 특별히 누군가 더 희생하거나 양보하지 않는다. 서로 배려할 뿐이다. 그렇기에 엄마가 보고 싶다며 우는 유림이, 엄마가 없는 세상은 처음이라고 말하는 그의 말이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농인과 청인


       

      장애인과 비장애인, 농인과 청인. 우리는 다르므로 그저 다른 문화를 영위할 뿐이다. 그렇게 다른 존재라고 인식하고 함께 살아가는 과정에는 어려움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수어를 비롯해 그들의 문화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니 불편함 없이 그들과 소통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농인은 청인과 비교하면 소수라고 할 수 있고 세상은 청인 중심의 사회다. 청인은 그들끼리의 소통이 어렵지 않으니 수어를 배우는 것은 일종의 선택이 되고 어려움을 마주하며 소통하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지만 이것은 정말 단순하게도 다수와 소수의 문제다. 만약 농인이 다수인 세상이었다면 소수의 청인은 수어를 필수로 배웠을 것이며 모두의 생활은 농인에게 맞춰졌을 것이다. 그래서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청인으로서 그들을 나와 그저 다른 사람일 뿐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다름’을 어떻게 극복하며 살아가야 하는지, 그것을 극복이라는 단어로 형용해도 되는지, 그래서 정말 그저 다르다고만 생각하는 것은 맞는지, 그 무엇도 확신하고 답을 내릴 수 없다. 나와 다른 이를 위한다는 마음과 배려의 행동이 ‘타인 여성’의 언행처럼 농인에게 상처나 고통을 줄 수도 있다는 점도 어렵게 느껴진다.

       

      <다시 쓰는 세계>라는 작품이 그 어려움을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해결책을 제안해 준다. 유림과 명석의 관계처럼 서로 대화하고 공감과 위로를 나누는 것, 보통의 관계에서 좋은 감정을 유지하기 위해 택하는 방법이다. 보편적이고 어렵지 않은 방법이다. 농인과 청인을 구분하여 생각하거나 무언가를 배워야 한다는 강박, 대단한 다짐이나 결심이 필요하지 않다. 평소 흔하게 써오던 소통 수단이 아닐 수 있지만 그저 또 다른 방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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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쓰는 세계>를 통해 스스로 어떤 마음가짐이나 태도를 가지면 좋을지 알 수 있었다. 유림이 가족과 대화하며 그저 불편함에서 끝났던 것처럼 농인과 청인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서로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불쾌감을 주고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다시 쓰는 세계>는 사회 단위가 아니더라도 그저 내 곁에 있는 이와 연대, 그 관계가 얼마나 중요하고 왜 필요한지 설명한다. 작품을 통해 그러한 연대가 그리 어렵지 않다고 느끼며 함께 살아가고 성장할 기회를 마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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