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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당신은 유도관에 오게 됩니다 [운동/건강]

You are the Judoka

by 곽한별 에디터
2026.10.26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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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유도관에 오게 됩니다.


      유도와 주짓수를 헷갈리던 당신은 어느 날 점심에 불현듯 유도를 배우겠다고 결심하죠. 운동을 오래 쉬었지만, 주 3회 정도는 괜찮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퇴근하고, 운동 하고, 살도 좀 빼고요. 쇠뿔도 단김에 뺀다고 오늘 저녁 바로 상담을 받기로 했어요. 손목이 안 좋은데 괜찮을까요? 도복이 비싸지는 않을까요.


      관장님은 무척 친절하신, 일명 “만두귀”를 가진 분이셨습니다. 십여분간의 상담 끝에, 당신은 밖에서 구르고 넘어지는 청소년들을 보아요. 유일한 성인 여성 관원이래요, 내가 하게 되면요. 내가 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일단 한 달만 해보기로 합니다.


      가장 싼 파란색 도복을 주문했습니다. 흰 띠가 서비스로 왔군요. 도복은 초등학교 때 입었던 흰 태권도 도복이 다인데요, 다행히 몸에 꼭 맞아요. 설레는 마음으로 도장에 갑니다. 학생들이 나를 조금은 경계하고 조금은 신기한 눈으로 쳐다봅니다. 나는 모르는 척 떨리는 마음을 숨깁니다.


      가만히 앉아 있는데 인사(예의)하고 일단 도장 10 바퀴를 뛰라고, 역시나 만두귀를 가지신 단단한 사범님이 말씀하십니다. 저도 뛰나요? 그럼요. 그럼 뛰어야죠. 숨이 찹니다. 이게 얼마만에 달리는 건가요. 몇 학생들이 저를 추월하네요.


      첫날은 깍두기로 빠져서 기본 낙법을 배웠습니다. 앞구르기 뒷구르기를 하는 타 관원분들을 힐끔 힐끔 쳐다보며 측방 낙법을 배웠는데, 아니 아무리 매트가 있다지만, 이게 어떻게 스스로 넘어지겠습니까. 사범님은 “머리와 목, 팔이 꺾이지 않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하시며 완벽한 낙법을 칠 수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형편없는 나의 몸뚱아리를 탓하며 좌우도 헷갈렸습니다. 땀은 비 오듯. 앞구르기를 해 보라고 하시길래 굴러 보았죠. 안 굴러가요. 뒷 구르기요? 그냥 눕기 밖에 못 하는데요.


      저는 좌절하며 첫날을 마무리했습니다. 대련도 하더라구요. 너무 멋있네요.


      내가 계속 나가야 할까요. 괜히 내 한계만 느끼게 되는 것 같아서요.


      그러나 당신은, 약속한 대로, 월 수 금 매일 같은 시간에 유도장에 갑니다. 일단 한 달 치 수업료는 냈잖아요. 환불을 요청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하잖아요.


      밭…다리? 뭐… 치기요? 그러니까 “밭 메기”는 아닐 거잖아요. 기본 스텝과 깃을 잡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사범님은 이 이상 잘 설명할 수 없다고 하셨죠. 제 몸이 문제였습니다. 머리로 이해하기 전에 몸이 먼저 이해해야 하는데.. 하지만 당신은 땀을 계속 흘립니다.


      한 달이 끝났습니다.


      당신은 마음먹었습니다. 한 달만 더 하자고.


      감사의 마음으로 이온음료를 아주 차갑게 해서 배달시켰습니다. 선배님들이라고 부르면서요.


      당신은 이제 앞구르기를 조금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관장님과 사범님들의 친절하고 아주 단계적인 가르침 덕분에요. 어느 날은 드디어, 매트 없이, 뒷구르기에 성공하네요. 전방 낙법, 후방 낙법도 조금씩 더 잘 하게 되네요. 10 바퀴 달리기도 이젠 그리 힘들지 않습니다.


      두 달이 끝났습니다. 당신은 이제 대련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남자 중고등학생 선배님들에게 메쳐지죠. 빵 소리가 나게요. 조금은 분합니다. 나도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와중에 사범님들은 어찌나 멋지게 상대방을 넘기시는지요. 나도 언젠가는 당신을 메칠 수 있을까요?


      근육이 좀 더 붙고, 계단을 쉽게 오르내리게 되었으며, 얼굴 살이 조금 빠졌습니다. 몸무게는 거의 그대로네요. 뭐 식단을 안 했으니까요.


      아시안 게임에서 유도 경기를 보고, 부모님 앞에서 매트리스를 깔고 앞 구르기를 보여 드렸어요. 부모님은 그저 웃으셨죠. 내가 재롱을 부린다고 생각하셨나 봐요. 어느새 내 알고리즘에는 유도 선수들의 한판승(잇뽄) 영상이 뜨고, 당신은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유도 교본을 읽습니다.


      물론 업어치기를 당한 팔뚝 안쪽에는 시퍼런 멍이, 손목과 무릎에는 염좌가 생겨 한의원에 갔습니다. 하지만 스트레칭이랑 테이핑을 잘 하고, 좀 쉬다가, 다시 낙법을 잘 치면 되잖아요. 당신은 여전히 유도관에 갑니다. 그리고 어느 날은 홍백띠(8단) 감독님과도 이벤트성 대련을 해 보고, 아주 공격적이고 잘 넘어간다는 특급 칭찬까지 들었네요. 물론 체감상 수십 번은 바닥에 내리꽂힌 것 같습니다. 다음 날은 몸이 곤죽이 되었다는 말을 인생 처음 체감했네요. 그래도 감독님과 사진을 찍었어요. 몸을 움직일 수 없었는데도 미소가 나오더군요.


      유도에 사랑에 빠졌죠. 유능제강(柔能制剛)과 자타번영(自他繁榮), 예시예종(禮始禮終) 으로 향하는 그 길을 걷고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이제 흰 띠에서 벗어날 수 있는, 3개월마다 한 번 있는, 심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계속 흰 띠여도 괜찮아요.

       

      어쨌거나 당신은, 오늘도 유도관에 갈 거거든요.

       

       

       

      곽한별.jpg

      (지금까지 38기 에디터 곽한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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