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트인사이트에서 공연을 볼 때 내가 스스로에게 세운 소소한 규칙 중 하나는 정보를 최소화하고 보는 것이다. 좋아하고 흥미가 생기는 공연 외에 더 다양한 공연을 보고 싶은 마음이었고 연극 ’또 여기인가‘도 그중 하나였다.
몇 년 전에 영화 ‘괴물’을 인상 깊게 봤었고 이 영화로 각본상을 수상한 작가 사카모토 유지의 희곡으로 만든 연극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작가의 책을 재밌게 읽으면 그 작가가 쓴 다른 책들을 자연스레 사서 읽는 것처럼 이번 연극도 재밌게 봤던 영화 각본가의 희곡이라는 사실에 자연스럽게 공연장으로 향할 수 있었다.
총 4명의 인물이 등장하는데 인물들 각각이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어딘가 기이한 느낌을 주는 주유소 점장, 직원임에도 불구하고 일에 별로 미련이 없어 보이는 직원, 갑자기 주유소에 방문한 소설가인 중년의 남성, 무언가 숨기고 있는 간호사까지 말이다.
공연을 보면서 그들의 관계가 드러나는데 불편하면서도 아슬아슬한 느낌을 준다. 처음부터 특이하다고 생각하고 바라봐서 그런지 공연은 어떻게 흘러갈지 전혀 예상이 되지 않아서 엄청나게 집중하면서 관람했다.
사실 주유소 점장과 직원은 이복형제 사이이다. 점장인 동생은 오랜 시간 형을 기다린 것처럼 반가워서 어쩔 줄 모르는 반응을 한다. 소설가인 형은 다른 꿍꿍이가 있어서 동생을 찾은 것이고 간호사는 수상할 정도로 이 상황에 적극적이었다. 이상한 것들 투성이인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그들은 각자가 가진 욕망을 표출한다.
서로 진짜 속내를 표현하면서 그들이 그렇게 행동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공연 마지막에 '만약에'의 장면이 나온다.
만약에 지카스기가 그저 장난기와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었다면, 이 찾아온 이유가 동생이 보고 싶어서라면, 사랑에 빠졌던 간호사를 카페 일을 하며 만났던 것이라면, 직원과 즐겁게 웃으며 일할 수 있었다면. 이미 벌어진 상황을 생각하면 의미 없는 가정일 수 있지만 그 가정에 안타까움이 들었다.
이 공연을 보고 난 후 나는 역시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생각은 내가 평소에도 자주 하는 생각인데 특히 주인공 지카스기를 보면서 떠올랐다. 그의 외로움과 혼란스러운 생각을 누군가 알아주고 품어줬다면 그는 다른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사랑을 주고받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는 마음이 든다.
또한 이후에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고 그것을 과연 나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기도 했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던 형도 조금은 동생을 이해하려고 했던 것 같기도 하고 마음을 내어주기도 했다. 그런 것들을 봤을 때 온전한 이해는 어렵지만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이해심이 생긴다고 느꼈다. 간호사가 온전히 지카스기를 받아들이고 싶었던 것조차 나는 대단하게 느껴졌다.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는 알쏭달쏭 한 연극이었지만 쉽게 생각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연극으로 관람할 수 있어서 좋았다.
타인의 외로움을 이해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을 주고받는 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