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지 않고 일하지 않아 발생한 비극에 관하여.
2060년 서울, 주 3일 3시간 노동의 시대.
고도화된 기술과 이상기후 속,
인간의 마음은 더 불안해졌다.
예술창작공장 콤마앤드(대표 이태린)의 SF연극 <워크맨>이 2026년 재연으로 돌아온다. 2025년 초연 당시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현대인의 정신건강과 노동, 기후위기, 인간 존재의 불안을 독창적으로 풀어내며 관객과 평단의 주목을 받았던 <워크맨>은, 이번 재연을 통해 더욱 밀도 높은 서사와 정교해진 인물 관계로 다시 무대에 오른다.
<워크맨>(부제: 걷지 않고 일하지 않아 발생한 비극에 관하여)은 주 3일, 하루 3시간 노동이 보편화된 2060년 서울을 배경으로 한다.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간은 더 이상 오래 일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를 맞이했지만, 역설적으로 사람들은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채 극심한 우울과 불안 속에서 살아간다. 기후위기로 인해 날씨는 수시로 급변하고, 로봇은 인간의 삶 깊숙이 침투했으며, 전체 성인 인구의 상당수가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사회. 작품은 이 낯설지만 익숙한 미래를 통해 결국 오늘의 현실을 날카롭게 비춘다.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고있는 연극 <워크맨> 속 우울장애는 두통이나 당뇨병 정도로 흔한 증상으로 그려진다. 그 속에서 인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버텨내려 하지만, 서로 연결되지 못한 채 점점 더 깊은 혼란과 비극 속으로 빠져든다. 작품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기술의 발전 속, 인간의 모습을 깊이있게 들여다 보고자 한다.
특히 이번 재연에서는 초연에서 제시되었던 미래 사회의 세계관을 더욱 구체화하며, 각각의 인물들이 느끼는 소외와 단절, 그리고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더욱 세밀하게 조명할 예정이다.
연극 <워크맨>은 ‘워크맨 운동’을 창시한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김민준’을 중심으로, 각기 다른 상처와 결핍을 가진 여덟 명의 인물을 무대 위에 펼쳐낸다.
중증 우울증을 앓고 있는 김민준의 딸 ‘김 시트왓 설린’, 기술의 발전으로 기대수명이 지나치게 길어진 시대 속에서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103세 노인 ‘최미연’, ADHD로 인해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민도윤’, 원인불명 만성 불면증에 시달리는 ‘한유리’, 한국-베트남 혼혈로 자신의 정체성 사이에서 방황하는 ‘응웬 하니’, 분노조절장애를 앓는 로봇AS수리기사 ‘정하루’, 상용화되어 다양하게 활용되는 안드로이드 로봇 ‘알마’까지. 작품은 미래 사회의 병리적 풍경을 통해 현대인의 불안과 결핍을 블랙코미디적 감각으로 풀어낸다.
‘1923년생 조선인 최영우’, ‘림보’, ‘시뮬라시옹’, ‘맵핑히틀러’ 등에서 동시대 사회의 불안과 인간 군상을 감각적이고 구조적인 연출로 풀어내며 대학로에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이태린 연출과, 과거와 미래,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독창적 서사로 주목받아온 최양현 작가가 다시 한번 의기투합한다. 이태린 연출이 이끄는 극단 예술창작공장 콤마앤드는 [미래의 현대인에 대한 추상] 시리즈를 통해 근미래 사회 속의 현대인을 탐구하며, 동시대 SF연극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받고 있다.
이태린 연출은 “이번 재연에서 초연의 감각적인 리듬감을 유지하면서도 인물 간의 관계성과 정서를 더욱 밀도 있게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특히 본 작품을 “SF연극 중에서도 과학기술사회학(STS)의 관점으로, 미래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우울과 불안, 노동과 소외 문제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또한 작품은 김준옥 정신건강의학 전문의와의 자문을 바탕으로 정신질환을 단순한 극적 장치로 소비하지 않고, 인물 개개인의 삶과 감정 속에서 구체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공연 종료 후, 김준옥 정신건강의학 전문의와의 관객과의 대화도 예정하고 있다.
초연에 이어 깊은 존재감과 섬세한 감정 연기로 호평을 받았던 배우 전국향이 ‘최미연’ 역으로 다시 무대에 오른다. 기술의 발전으로 기대수명이 비정상적으로 길어진 시대 속에서 삶의 피로와 공허를 안고 살아가는 노년의 인간상을 밀도 있게 그려낼 예정이다. ‘워크맨 운동’의 창시자이자 신경정신과 의사 ‘김민준’ 역에는 배우 남동진이 새롭게 합류한다. 인간의 정신을 치유하고자 하지만 정작 자신의 삶 역시 불안정한 인물을 통해 작품의 중심축을 형성할 예정이다.
ADHD를 앓고 있어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민도윤’ 역에는 민대식, 기억력 저하와 만성 불면증에 시달리는 ‘한유리’ 역에는 정유미가 출연한다. 한국-베트남 혼혈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응웬하니’ 역에는 이지영이 참여하며, 어린 시절 유명 키즈 크리에이터였지만 현재는 분노조절장애를 앓고 있는 ‘정하루’ 역은 임진구가 맡는다. 또한 유전성 중증 우울증을 앓고 있는 ‘김시트왓설린’ 역에는 임지영이 새롭게 합류하며, 인간과 가장 가까운 존재로 설계된 안드로이드 로봇 ‘알마’ 역은 송예준이 맡아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표현할 예정이다.
배우들은 각각의 인물들이 가진 정신적 결핍과 외로움을 현실감 있게 구현하며, 미래 사회 속 인간 군상의 복합적인 풍경을 무대 위에 완성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연극 <워크맨>은 미래를 배경으로 하지만, 결국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이야기다. 우울과 불면, 고립과 정체성 혼란, 노동과 존재의 의미에 대한 질문은 비단 2060년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도 하다.
작품은 기술 발전과 인간 소외가 공존하는 미래를 통해 관객들에게 묻는다. 인간은 왜 살아가는가. 노동이 사라진 시대에도 인간은 행복할 수 있는가. 기술은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며 살아갈 수 있는가.
다양한 인물 군상이 각자의 삶을 끌어안은 채 무대 위를 살아가는 연극 <워크맨>은 2026년 6월 25일부터 7월 5일까지 씨어터 쿰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