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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나는 요절한 천재 예술가가 되고 싶었다 [영화]

영화 <벨벳 골드마인> (1999) 리뷰

by 조은서 에디터
2026.05.20 19:04

 

 

영화 <벨벳 골드마인>의

일부 내용 및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던 고등학생 때, 내가 남몰래 마음속에 키워왔던 꿈은 바로 '요절한 천재가 되는 것'이었다. 대중문화, 혹은 문학계에서 짧지만 강한 임팩트를 남기고 간 이들. 앞으로의 수명을 끌어 쓰기라도 한 듯 젊음과 예술을 화려하게 불태우고 우상이 된 이들. 오래 살지 않아도 좋으니, 사람들의 추억하는 그들처럼 단 하나의 작품이라도 강렬하게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철없다면 철없는 생각이다. '요절한 천재 예술가'로 뭉뚱그리기에는, 실제 그들의 삶에는 수많은 사연과 복잡성이 있을 것이다. 내가 이 꿈을 함부로 발설하지 못하고 남몰래 키워왔던 이유 역시 나 또한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떠나보 경험이 있는 한 명의 팬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조심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일찍 세상을 떠난 젊은 예술가에 대한 낭만화는 아직도 꽤 만연하다.

 

젊음, 그리고 아름다움. 이 두 단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두 단어를 빛나게 하는 데는 항상 '유한성'이 있다. 젊음은 유한하고, 아름다운 것들 역시 대개 유한하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이들을 찬양한다. 영원하지 않기에. 마냥 손에 잡히지 않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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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벳 골드마인>은 젊은 시절 글램 록에 빠져 있었던 기자 아서 스튜어트가 암살 자작극을 벌인 팝스타 브라이언 슬레이드의 과거와 행방을 쫓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영화는 브라이언이나 아서의 이야기로 곧장 시작하지 않는다. 심미주의 작가인 오스카 와일드의 탄생과 어린 시절이 영화의 첫 시퀀스다.


영화의 초반부 오스카 와일드의 탄생 때부터 함께한 초록색 브로치는 100년 후 글램하고 퀴어한 스타일의 선두 주자인 잭 페리에게, 그리고 잭 페리로부터 브라이언에게 전해진다. 그리고 브라이언은 자신의 우상이자 동료인 커트 와일드에게, 커트는 훗날 브라이언에 대한 취재 때문에 자신을 찾아온 아서에게 브로치를 건넨다. 이 브로치는 재능이나 천재성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예술과 파격에 대한 열정에 가깝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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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는 글램 록에 심취했던 70년대와 달리 현재는 신문 기자로 일하며 파격과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는 그가 동경했던 스타들처럼 되지는 못했지만, 마음속 어딘가에는 화려했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과 열정이 존재한다. 어쩌면 스타들을 스타로 만들어준 것 역시 천재성 그 자체보다는 예술에 대한 열정일지도 모른다. 제 영향력으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단단한 결심이 초록빛 보석으로 빚어진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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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에 대한 조사를 이어가던 아서는 그의 본명이 '토마스 브라이언 스톤 슬레이드'라는 것을 알게 되고, 바로 이 대목에서 브라이언의 행방을 눈치채게 된다. 영화 속 70년대 최고의 팝스타가 브라이언 슬레이드였다면 현재 시점인 80년대의 인기 스타는 '토미 스톤'인데, 브라이언의 본명에서 '토마스'와 '스톤'을 조합하면 바로 토미 스톤이 된다. 즉, 암살 자작극 이후 자취를 감췄던 브라이언이 토미 스톤이라는 또 다른 페르소나로 신분을 감춘 채 활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스카 와일드의 대표작인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젊음과 아름다움이 영원하길 바라는 욕망 때문에 파멸하는 한 청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아름다움을 적극적으로 탐구하고 예술적인 삶 자체를 지향했던 오스카이기에, 그 아름다움이 덧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절실히 깨달았을 것이다.

 

브라이언 슬레이드가 자작극을 벌인 이유 역시 비슷한 이유에서 아니었을까. 누구보다 화려하고 파격적인 록스타의 삶. 하지만 자신의 우상이었던 커트 와일드가 저물어갔듯, 브라이언 역시 언젠가 인기 스타의 자리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의 화려함은 더 이상 신선한 것이 아닌 과한 것으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브라이언은 가장 절정의 순간, 안타까운 사건을 통해 사라진 젊은 천재로, 혹은 제 죽음마저 꾸며낸 해괴한 팝스타로 변모해 왕관을 내려놓는다. 사람들이 그의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을 기억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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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찍 떠난 예술가들을 추억할 때 '만약 그들이 아직 살아 있다면, 혹은 더 오래 살았더라면 어떤 훌륭한 작품들을 내놓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안타까워한다. 하지만 그건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다. 정작 굉장히 오랜 시간 활동한 예술가들을 보면, 후기 작품은 전성기만 못하다며 비난받는 예술가들도 허다하다.

 

결국 요절한 천재들이 낭만화되는 현상에는 그들의 천재성 때문도 있지만, 그들이 대중들의 앞에 머물다 간 시간이 짧기 때문이 클 것이다. 홀연하게 떠난 뒤 남은 허전함. 그 감각이 아직도 우리를 목마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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