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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일상의 빈틈을 유머로 채우는 법 [미술/전시]

맥스 시덴토프 개인전: Seriously Not Serious

by 조은서 에디터
2026.05.14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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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시, 티켓부터 심상치 않다. 예술가의 얼굴 사진이 티켓 한 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 안경알은 짝짝이일뿐더러 그마저도 실제 안경이 아닌 그림이다. 본격적인 전시물들로 이어지는 입구는 예술가의 상반신 모양이다.

 

티켓부터 입구, 그리고 작품에서도 자신의 존재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 예술가는 나미비아 태생의 컨셉추얼 아티스트 '맥스 시덴토프'다.

 

 

 

맥스 시덴토프 개인전: Seriously Not Serious


 

장소: 그라운드시소 센트럴

기간: 2026.03.27 - 2026.08.30

 

맥스 시덴토프는 영상, 사진, 조각, 광고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8월 30일까지 그라운드시소 센트럴에서 열리는 그의 개인전 < Seriously Not Serious >는 맥스 시덴토프 특유의 유머 감각과 빛나는 통찰력을 엿볼 수 있는 전시다.

 

그는 아주 일상적이고 사소한 순간을 재료 삼아 커다란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보여준다. 본 오피니언에서는 그의 개인전에서 인상 깊었던 작품들을 위주로 리뷰하며 그가 사람들을 웃음 짓게 한 포인트들을 되짚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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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제대로 전시를 관람하기 전부터 예술가의 존재감을 강력히 드러냈었는데, 전시 초반 작품이 <수줍은 예술가>라는 것은 굉장히 아이러니한 일이다. 드러나고 싶으면서도 숨고 싶은 현대 예술가들을 표현했다고 하는데, 작가 자신도 이런 기분을 느껴본 적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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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앞서 했던 말이 무색하게, 첫 섹션의 전시품 대부분은 작가 자신의 얼굴이나 사진을 활용한 작품들이었다.

 

형형색색의 낙서들이 가득한, 자는 얼굴의 설치물은 꼭 만화에서 보던 장면이 눈앞에 튀어나온 것 같았다. 자신이 직접 모델이 되어 찍은 사진 작품들도 여럿 있었는데, 인터넷에서 밈(meme)으로 돌아다닐 것 같은 블랙 코미디스러운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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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 시덴토프의 작품은 단지 물리적인 것에 그치지 않는다. 즉흥적인 찰나의 순간마저 예술이 된 작품도 있다.

 

베니스 비엔날레에 공식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던 당시, 그는 비엔날레에 방문해 마치 작품을 감상하듯 허공을 바라보았다. 이에 다른 사람들도 그와 같은 곳을 바라보게 되었는데, 이 장면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 되었다. 어쩐지 사회 실험 같기도 한 이 작품은 맥스 시덴토프가 스스로 새로운 기회를 쟁취해 냈다는 의미 또한 담겨 있는 것 같다.

 

자신에게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았을 때 이를 창의적으로 돌파해 낸 그의 방식이 천상 예술가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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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나 불쾌한 사람을 마주했을 때 종종 하는 생각이 있다. '저 사람은 언제부터 저런 사람이었을까? 원래 그런 사람일까, 아니면 어떤 계기가 있었을까?' 맥스 시덴토프는 오랜 논쟁거리였던 인간 본성의 선천성과 후천성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유머러스하면서도 날카롭게 드러낸다.

 

수많은 알이 벽을 가득 채우는 가운데, 각각의 알 아래 개개인을 가리키는 듯한 수식어가 적혀 있다. 결국, 아직 제대로 태어나기도 전인 '알'의 상태부터 누군가를 낙인찍는 것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괴짜, 주인공, 농부, 겁쟁이 등등 직업의 명칭부터 거의 욕설에 가까운 부정적인 수식어들까지 나 자신과 어울리는 수식어를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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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상 깊다 못해 당황스러웠던 섹션은 바로 거대한 맥스 시덴토프 조형물을 관람객들이 직접 그려볼 수 있는 섹션이었다.

 

가운데 조형물을 두고 빙 둘러서 자신이 서 있는 각도에서 보이는 조형물의 모습을 도화지에 담아 보는 것이다. 이젤의 위치가 모두 다르다 보니 관람객들이 담게 되는 조형물의 모습도 다르고, '어떻게 그려야 한다'는 강박도 없기에 저마다의 자신의 개성과 관점을 더할 수 있다.

 

한쪽에서는 그동안 방문했던 관람객들이 그린 그림 중 흥미로운 작품들을 선정해 전시해 두고 있었다. 다들 자신만의 화풍이 돋보이는 것은 물론 그림을 그리지 않고 '프롬프트'를 작성해 창의력을 보여준 작품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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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섹션에서는 광고, 브랜드 필름 등 맥스 시덴토프가 참여했던 상업적인 캠페인들을 관람할 수 있었다. 광고업계 진출을 희망하는 사람으로서 머리가 울릴 정도로 충격받았던 작품은 프랑스의 디자이너 브랜드 아멜리 피샤르와 함께한 국제 여성의 날 캠페인이었다.

 

이 캠페인에서는 물건의 일부를 자르거나 훼손하여 19%라는 수치를 가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때 19%는 전 세계 남성과 여성 간의 평균 임금 격차를 의미한다. 우리가 19%를 단순히 텍스트로만 접했을 때는 그다지 와닿지 않거나 중요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이미지들에서는 그 물건의 특히 중요한 부분이나 필수적인 부분을 19%에 포함해 이 수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각인시킨다. 이는 사람들이 이 사안을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각성할 수 있도록 하는 '빨간 약'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맥스 시덴토프의 작품은 단순히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작품들이 아니다. 단단한 메시지와 묵직한 울림이 그 아래 깔려 있다. 그것이 없었다면 웃음은 그저 흘러 지나갔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들을 더했기 때문에 그 유머가 일상 속 빈틈을 채울 수 있었다.

 

더불어, 그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닌 일상 속에서 찾아냈다는 점에도 주목해 보아야 한다. 많은 사람이 그의 작품에 공감하고 웃음을 지을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그의 소재가 일상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가장 많이 마주치는 것,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것을 조금 비틀었을 때 보이는 것들. 맥스 시덴토프는 바로 그것들을 포착해 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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