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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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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는 그저 나이가 들면 저절로 '멋진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사회에서는 종종 몸만 자란 채 마음은 성장을 멈춘 '어른 아이'들을 마주하곤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멋진 어른은 '뿅'하고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다듬어진 존재라는 것을 체감한다. '성숙하다'라는 말의 사전적 정의는 '몸과 마음이 자라서 어른스럽게 되다.'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른스러운' 것이 곧 성숙한 것일까?


이러한 어른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 있다. 작가 ONE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모브사이코 100》이다. 단순한 그림체와 화려한 액션, 소소한 개그 뒤에는 인간에 대한 애정과 깊은 통찰력이 담겨있었다.

 

 

 

모브와 레이겐: 초능력자 제자와 시급 300엔짜리 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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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카게야마 시게오(모브)는 특별한 초능력을 갖고 있다. 세상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엄청난 힘을 가졌음에도, 자칭 영능력자 레이겐 아라타카의 상담소에서 시급 300엔을 받으며 제령 아르바이트를 하는 평범한 중학생이다.


반면 스승 레이겐에게는 초능력이 없다. 그는 영을 보지 못하지만, 무엇이든 그럴싸하게 만드는 현란한 입담과 잔재주로 퇴마사 행세를 하는, 냉정히 말하자면 '사기꾼'에 가깝다. 도망치듯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차린 '영 기타 등등 상담소'에 어느 날 어린 모브가 찾아와 자신이 초능력자라며 고민을 토로했을 때, 레이겐은 모브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고 적당히 공감해 주고 돌려보내려 한다. 하지만 모브가 진짜 초능력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이 기묘한 사제 관계가 시작된다.

 

 

 

미성숙한 어른이 건네는 가장 성숙한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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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브...! 나는... 나는...! 나한테는 말야...! 영능력도! 초능력도! 아무런 힘도 없어!! 가진 게 없다고!!! 거짓말... 처음부터...! 다 거짓말이었어....!

 

 · · ·

 

난 감추고 있는 내 진짜 모습이 정말 싫지만 나한테는 거짓말이 있었으니까 너랑 알고 지낼 수 있었던 거고 모브한테도 그 힘이 있었던 덕에 지금의 네가 있는 게 아닐까?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이 뭐냐면... 너는 그대로면 돼! 이제 내가 없어도 괜찮아! 괜찮아! 슬슬 받아들여줘. 너 자신을! 너라면 모브라면 그게 가능하다는걸! 나는 알고 있어."


 - 《모브사이코 100》 3기 12화 中

 

 

레이겐은 도덕적으로 완벽한 인물은 아니다. 거짓말로 먹고사는 그는 사회적 잣대로는 낙제점에 가까운 미성숙한 어른일지 모른다. 그렇기에 레이겐은 모브에게 자신의 정체가 까발려질까 봐 늘 전전긍긍하고, 과거로부터 도망쳐 온 텅 빈 내면을 마주하기 두려워하는 미성숙한 어른이다.


그런 레이겐이 3기의 마지막 화에서 모브의 폭주를 막기 위해 뛰어든다. 정장 차림을 벗어던진 채 너덜너덜한 모습으로 모브 앞에 선 레이겐은 자신에게 영능력도, 초능력도, 아무런 힘도 없다고 소리친다. 혼란스러워하는 모브에게 너만 특별한 게 아니라며 초능력을 가진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라고 외친다.


모브 앞에서의 레이겐은 완벽한 어른처럼 보였지만, 사실 그도 불완전한 하나의 인간이었을 뿐이다. 모브 역시 오래전부터 레이겐에게 초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모브에게는 '초능력자 레이겐'이 아닌 '인간 레이겐'이 필요했다. 레이겐은 모브를 이용한다고 생각했을지 몰라도, 사실 누구보다도 모브의 인격을 존중해준 유일한 어른이었다. 비로소 솔직해졌을 때, 모브를 향한 그의 마음은 진실했다.


그는 미성숙한 어른이지만 아무 힘도 없는 '보통의 인간'으로서 어린 모브가 짊어진 초능력이라는 비현실적인 무게로부터 '싫을 때는 도망쳐도 된다'고 말해준다. 레이겐에게는 영능력만큼 대단한 능력은 없지만 이미 모브에게 인생의 가르침을 준 진정한 스승이다.



 

나 자신을 마주 보는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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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멋진 어른이란 결점 없는 완벽한 존재가 아니다. 자신의 미성숙함을 인정하고 마주할 용기를 가지며 타인의 고통에 기꺼이 손을 내미는 사람이다. 레이겐은 모브와 함께 성장했고, 초능력보다 위대한 '진심'이라는 가치를 증명했다.


《모브사이코 100》이 남긴 교훈은 '사람에게는 사람이 필요하다'이다. 아무리 강력한 힘을 가진 초능력자라고 할지라도 인간이라는 한계점 안에서, 혼자서는 위태로운 존재이다. 작중에서 모브가 말하는 것처럼 사람이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성장하는 것이다. 모브와 레이겐처럼, 타인과 관계를 맺고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줄 때 비로소 진정한 성장이 시작된다.


모브를 향한 투박하지만 진심 어린 레이겐의 위로는 우리가 그리는 가장 성숙한 구원이었다. 레이겐은 성숙한 어른은 아니었지만, '좋은 녀석'이다.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기둥은 완벽한 영웅이 아닌 '인간적인 어른'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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