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설명하는 데에 ‘책’은 빠지지 않는다.
취미란에 독서를 쓰고, 자기 전에는 책을 읽는 사람.
어렸을 때부터 ‘읽기’를 좋아했고, 그것은 곧 ‘쓰기’에 대한 열망으로 이어졌다. 좋은 글을 읽으면, 나 또한 이런 글을 쓰고 싶어졌다. 듣기와 말하기가 이어지듯, 내게 읽기와 쓰기란 맞닿아 있는 관계였다.
독서 이후 감상문을 쓰는 것도 그 일환이었다. 어렸을 때 숙제로 쓰던 독후감과는 다르다. 단순히 줄거리를 나열하기만 하는 것으로는 안 되고, 나의 생각과 통찰이 담겨야 한다. 어렵지는 않다. 어차피, 좋은 글을 읽으면 장르가 무엇이든 간에 통찰은 따라오게 되었다. 특히 소설을 볼 때는 소설 속 인물과 나를 어느 정도 동일시하면서, 상황을 헤쳐나가는 인물을 보고 무엇이든 간에 배우게 된다.
이번 셀프 큐레이션에서는 간접경험으로써의 독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세 편을 골랐다. 내가 소개할 세 편의 글은, 인간으로 살면서 겪는 경험들 즉, 사랑하고, 존재의 가치를 찾고, 성숙해 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열정적인 사랑과 고통이 따르는 숙명 사이에서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8216
#세계문학 #사랑이란 #심리묘사
고등학생 때 처음 읽은,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처음에는 결말 부분, 폴의 행동이 머리로는 이해되면서도 마음으로는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나 4년간의 장기 연애를 끝내며 다시 읽자, 다시 새롭게 다가오는 부분도 있었다.
나도 겪었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렇게 자로 재듯 단숨에 끊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 또다시 반복될 걸 알면서도, 어떤 운명이라던가 숙명 같은 걸 느끼게 되는 경우가 있다는 거다.
일차원적으로 읽고 여운만 남았던 당시와는 달리, 지금은 그 현실적인 면과 섬세한 심리묘사를 토대로 인물에 대해 이해가 간다. 마치 친구의 연애 상담을 해 주듯, 답답하다가도 이해가 된다는 점. 그것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소설이 살아남은 이유라 느껴진다.
목적도 의미도 없이 삶에 던져진 우리

Waiting for Godot(2001)

도박묵시록 카이지 7권, 대사가 다소 실존주의적으로 느껴진다.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8773
#세계문학 #희곡 #부조리
아르바이트를 매주 6일, 두 달째 하던 때였다. 종강하자마자 시작한 주 6일 근무. 게다가 자기 계발을 해야겠다는 일념 아래 매일 점심 도시락을 쌌고, 출퇴근 시간에는 영어 원서를 읽었고, 퇴근 후에도 영어학원과 운동으로 일주일을 빈틈없이 꽉 채웠다.
그때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미래의 무엇을 기다리길래 지금 이렇게 고통스럽게 사는 건지 궁금해졌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그럴 때 읽은 책이다.
두 달이라는 시간이 나를 크게 바꿔놓은 듯싶었다. ‘이런 내가, 미래에 방학도 없이 주 5일을 평생 일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고민도 들었다. 이걸 평생? 평생 이렇게 무언가를 기다리면서 살아야 한다니. 무의미하게 하루하루를 반복하며 살아야 한다니.
『고도를 기다리며』를 읽은 후 이에 대해 이어지는 관심으로 『시지프 신화』까지 읽게 되었는데, 이때 부정적이던 생각을 조금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었다. ‘무엇을 위해 하는가’가 아닌, ‘무엇을 해야 하는가’.
긴 시간을 딛더라도 성장할 수 있다면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9540
#한국문학 #위로 #성장소설
한국의 현대문학을 좋아한다. 세계문학전집의 고전문학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 한국어 사용자에게,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의 의도가 가장 그대로 담긴 문장이 전해진다. 또 출간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책들을 볼 수 있기에,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비슷한 생각을 하는 작가의 머릿속을 엿볼 수 있다.
김애란의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독후감 공모전 제출을 위해 읽은 책이었다. 그러나 정말 진심을 다해 글을 쓸 수 있을 정도로 여운이 남았다. 마침 책임을 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과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동시에 갇혀 있던 때라서.
우리는 끊임없이 이별을 겪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언젠가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하고 고민한다. 책 속에서뿐 아니라 현실에서 역시.
책을 읽는다. 그리고 쓰기를 통해 경험으로 만든다. 그것이 어린 시절부터 쌓아온 나의 정체성이다.
여전히, 읽고 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