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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진실은 도미노에 없다 - 함수 도미노 [연극]

원인 불명의 교통사고 추적 과정에서 맞이한 진실

by 진세민 에디터
2026.02.23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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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카와 토모히로의 대표작 <함수 도미노>는 원인 불명의 교통사고로 시작된 미스터리한 사건의 진실을 추적해 가는 과정을 속도감 있게 그려낸다. 2005년 일본 초연 이후 꾸준히 공연되어 온 이 작품은 2024년 한국 초연을 통해 인셀 문화, 페미니즘, 사회적 혐오와 분열 등 동시대적 이슈를 정면으로 다루며 강한 공감을 끌어냈다. 연극 <함수 도미노>는 2026년 2월 대학로극장 쿼드의 2025-2026 ‘재연을 부탁해’ 공모 선정작으로 다시 무대에서 관객을 맞이한다.

 

 

 

도미노가 된 교통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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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교통사고가 일어난다. 연극 <함수 도미노>는 콘린종합병원 앞 교차로에서 발생한 이 교통사고의 목격자 6명이 보험 조사원의 요청으로 한자리에 모이며 시작된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몬 요이치에게 속도를 줄이지 않은 차가 달려온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요이치와 차는 충돌하지만 중상을 입은 것은 조수석에 앉아 있던 닛타의 부인뿐, 요이치는 전혀 다치지 않았다. 보험 조사원 요코미치 마사코는 사건의 경위를 파악하고자 하지만, 목격자들의 진술로는 사고가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요이치와 그의 형 사몬 모리오, 의사인 오노 츠카사, 히라오카 이즈미는 일정으로 먼저 자지를 뜨게 되고 목격자 중 한 명인 마카베 카오루가 자신의 가설을 말한다. ‘이 세계에는 도미노가 있어요.’ 차에는 단단하고 무거운 물체와 충돌한 흔적이 남았다. 그러나 동시에 그 물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투명한 벽이 생겼다는 것 아닌가. 마카베는 여기에 한 가지 가설을 덧붙인다. “투명한 벽을 만든 사람은 사고 당사자의 형인 사몬 모리오 씨예요.”

 

하나의 도미노가 넘어지면 그 도미노는 다음의 도미노에게 영향을 미친다. 한 도미노의 작용은 그 뒤의 모든 도미노에 연쇄적으로 결과를 미친다. 마카베는 세상을 움직이는 첫 번째 도미노와 같은 사람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마카베는 이번 교통사고 역시 모리오가 바라는 대로-자신의 동생이 살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세계가 연쇄적으로 영향받은 결과로 본다. 이상한 교통사고의 원인을 규명하는 함수식에 마카베는 도미노를 집어넣는다.

 

 

 

진실=존재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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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베의 가설은 상식적이지 않다. 현실이라면 마카베가 쏟아내는 가설은 정신 질환의 발현으로 이해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러나 이것은 연극이기 때문에, 관객은 교통사고에서 시작한 도미노 현상이 정말 존재하는 것인지 아닌지를 추론하며 극과 함께 호흡하게 된다.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교통사고라는 사건은 관객의 추리를 추동하는 장치다. 관객은 크게 두 가지 가정을 세울 수 있다. 도미노 현상이 존재한다면, 연극 <함수 도미노>는 일종의 추리극이 된다. 모리오는 도미노가 맞고, 그의 의지에 따라 세계는 연쇄적인 영향을 받는다. 그렇다면 마카베는 정신병자(만)는 아니다. 반대로, 도미노 현상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 모든 것은 마카베와 주변 인물이 만들어낸 집단 정신질환이다. 그럼에도 도미노 현상은 상징 의미를 지닐 수 있다.

 

연극에서는 도미노 현상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증명되었다. 그러나 연극 <함수 도미노>는 관객이 세웠을 법한 가정을 가볍게 통과하는 방식이었다. 연극은 마카베를 도미노로 지목함으로써 오히려 도미노의 힘을 상대화시켰다. 도미노의 실존이 보여준 것은 오히려 도미노의 무작위와 인간의 능동성이었기 때문이다. 연극에서 도미노 현상이라는 열광에 온전히 포섭되지 않은 인물은 마카베의 동창이자 정신과 의사인 오노 츠카사와 보험 조사원 요코미치 마사코뿐이었다. 이상한 교통사고, 기적적인 HIV 완치, 그러나 사망한 닛타부인이라는 현상을 바탕으로 이 둘은 도미노가 존재하며 그것은 모리오가 아닌 마카베였음을 밝혀낸다.

 

그런데 이 모든 과정이 이상하지 않은가. 연극 <함수 도미노>는 콘린종합병원 앞에서 발생한 이상한 교통사고의 원인을 찾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보험을 위한 조사 과정은 마카베로 인해 도미노 현상이라는 가설을 검증하는 것으로 대체된다. 모리오의 사생활을 뒤쫓는 과정에서 정작 현실의 문제-보험금, 의식을 잃은 닛타 부인-는 해결되지 않았다. 마카베는 현실의 인셀을 닮아있다. 그가 현실을 인지하는 방식대로 문제를 해결했을 때 당도하게 되는 곳을 연극은 은유로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교통사고가 일어났을 때 목격자들이 할 수 있는 확실한 일-보험금 지급 방식의 개선 요구하기와 닛타 부인의 병원비 모금하기 등-이 있음에도 도미노에 눈이 먼 사람들은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 도미노가 사실일지라도, 그것이 가린 분명한 진실들에 대해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우리는 세상을 탓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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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반드시 세상을 탓해야 한다. 우리는 직관적으로 이 세계의 불공평함을 이해한다. 어디에서 어떤 형태로 태어나 어떠한 환경 속에서 성장했는지가 결정하는 두꺼운 목록을 우리는 이해한다. 그것이 오직 나에게 주어진 결과라고 할지라도, 모든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는 것은 오만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각자의 삶만을 살 수 있을지라도 그 속에서 세상의 몫을 발견해야 할 의무가 있고 자신 역시 세계의 원인이라는 무거운 진실을 수용해야한다.

 

도미노의 존재를 누구보다 바란 것은 HIV에 걸린 토로 히로미츠도, 의식불명 아내를 지키는 닛타 나오키도 아닌 바로 마카베 카오루였다. 마카베 카오루는 자신이 직업이 없는 이유를, 여자를 만나지 못하는 이유를, 사회로부터 외면받는 이유를 도미노에 찾았다. 마카베에게야 말로 도미노는 신이었다. 별것도 아닌 인간이 도미노가 되어 세상을 관장하고 자신을 들러리로 만든다는 믿음과 원망으로 매일을 살아냈다. 이는 자신을 피해자와 희생자로 규정하고자 하는 시도로 보인다. 마카베는 도미노가 있는 세계를 불공평하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마카베가 원하는 것은 자신이 도미노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단지 탓할 수 있는 대상을 바랐을 뿐이다. 그렇기에 마카베가 쏟아내는 증오는 현실의 증오와 닮아있다.

 

증오를 정의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그것은 기본적으로 복잡한 문제를 간단하게 규정하고 싶은 욕망에 기생한다. 예를 들어 높은 실업률, 실질소득의 감소, 전통적 가족의 해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까닭은 국가 정책의 실패, 세계 질서, 자본주의 등 복합적임에도 당장 옆에 있는 여성, 성소수자, 이주민, 장애인만을 탓하고 싶은 마음 같은 것이다. 와중에 정치는 복잡한 문제를 복잡하게 해결해야 함에도 오히려 사람들의 단순화 욕망을 추동하는 방식을 취하기도 한다. 연극의 마지막 장면에서 진실을 마주한 마카베는 붕괴하고 이내 증발한다. 그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한 것을 이루었기에 파멸했다.

 

이기쁨 연출에 따르면 연극 <함수 도미노>의 일본 관객들은 한국 관객들보다 마카베를 자기 자신과 동일시하고 연민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한다. 다르게 말하면 한국의 연출진과 관객들은 마카베에 대해 보다 부정적인 견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밟고 있는 땅이 다르기에, 극장에 모이는 사람들이 다르기에 당연할까. 그 차이는 온전히 이해되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연극 <함수 도미노>는 마카베에게 가장 많은 대사를 허락했다는 것이다. 마카베의 정신 분열과 논리적 추론을 숨기지 않고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동시에 그가 가정한 도미노라는 것이 붕괴시키고 해결을 방해한 현실 역시 그대로 보여주었다. 극장 밖 현실, 우리는 딱 여기에서부터만 시작할 수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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