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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insight] 무너지지 않는 삶은 없다.

헤맨 만큼 내 땅이 되는 삶

by 김지민 에디터
2026.02.18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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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동안 건강한 삶을 ‘흔들리지 않는 삶’이라고 생각했다. 감정 기복이 적고, 계획이 어긋나도 동요하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한 사람. 그런 사람이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살다 보니 알게 된 사실은 사람은 반드시 무너진다는 것이다.


말 한마디에 하루가 흔들리고, 계획이 틀어지면 마음이 조급해지고, 노력한 만큼 결과가 따라오지 않으면 자책하게 된다. 특히나 나는 예민한 편이고, 한 번의 넘어짐에도 크게 불안해하며, 내가 생각한 방향대로 일이 흘러가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크게 받는 사람이다. 그래서 더 자주 깨닫는다. 무너지지 않는 삶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왜 나는 이렇게 멘탈이 약할까 좌절하던 나날들 사이로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어쩌면 내게 필요한 건 흔들리지 않는 강함보다 다른 힘이 아니었을까. 건강을 강함으로 착각하던 시간을 지나며 나는 질문을 바꿨다.


무너지지 않을 수 없다면 무너진 뒤에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우리는 누구나 넘어진다. 예상보다 쉽게 흔들리고, 생각보다 오래 주저앉는다. 그러나 결국 다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요즘, 다시 일어나는 힘을 조금씩 기르는 중이다.

 

#1. 다양한 취미 만들기 - 취미 부자 소리를 들을 정도로 좋아하는 것이 많다. 취미가 하나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상황에 따라 꺼내 쓸 수 있는 선택지가 많을수록 삶이 조금 더 풍요로워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현실에서 쌓인 질척한 감정을 흘려보낼 통로를 여러 갈래로 마련해 두는 것이다. 페스티벌에서 뛰어놀며 땀으로 털어내기도 하고 산책이나 기타 연습으로 머리를 비우기도 한다. 독서나 공연 관람을 통해 감정의 깊은 곳을 건드리며 눈물과 웃음을 한껏 터뜨리기도 한다. 이렇게 한바탕 다 털어내고 나면 다시금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긴다.


#2. 일기 쓰기 - 솔직하게 꾸밈없이 그날의 감정과 상황을 기록한다. 글로 적어 내려가다 보면 뒤엉켜 있던 생각이 조금씩 정리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았던 건 글이 쌓인다는 사실이다. 몇 년 전의 일기를 다시 읽으면 그때는 세상이 무너질 것 같았던 고민이 지금은 희미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걸 확인하는 순간 지금의 고민 역시 언젠가는 옅어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생긴다.


#3.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태도 - 나는 약간의 통제형 성향이 있어서 일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곤 한다. 하지만 모든 상황을 내가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 역시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큰 날일수록 멀리 보지 않으려 한다. 지금 당장 내가 행동할 수 있는 것, 내가 움직여서 바꿀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한다. 그렇게 하나씩 해결해 나가다 보면 문제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더라도 최소한 '아무것도 하지 못한 나'라는 무력감에서는 벗어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나에게 생각보다 큰 안정감을 준다.


#4. 남과 비교하지 않기 -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가장 어려운 것 같다. 특히, 항상 같은 시간 선을 걷는 줄 알았던 친구들이 이미 각자 방향을 정하고 나보다 더 멀리, 더 빨리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을 보면 위축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들 때면 의식적으로 계속 되뇐다. '방향과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멈추지 않고 걷고 있다는 것이다.'라고.


#5. 실패를 지나치게 두려워하지 않기 - 나는 '헤맨 만큼 내 땅이'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실패를 시간 낭비라고만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헤매는 동안 내가 채웠던 걸음 수는 체력이 될 것이고, 내가 남긴 무수한 발자국은 언젠가 길이 될 것이다. 헤매는 동안 보았던 풍경과 느꼈던 감정은 결국 나만의 경험으로 남는다. 실패하고 넘어지는 일은 아플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모든 순간이 쌓여 더 다채로운 색의 '나'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실패가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단 낫다는 자신감마저 생기곤 한다.


나는 여전히 자주 불안해한다.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면 여전히 스스로를 탓한다. 하지만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무너지는 나를 예전만큼 힘들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건강한 삶이란 무너질 수밖에 없는 나를 인정하면서도 끝내 다시 일어나보려는 태도를 잃지 않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 되기보다 무너진 나를 외면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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