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리스트를 작성하라는 말을 들었을 때, 처음엔 사실 좀 막막했다. 무엇이 하고싶다, 얼마를 벌고 싶다 등 막연한 꿈들은 여러가지 있었지만 내가 실제로 이룰 수 있을 지는 확신이 없던 그런 꿈들. 그런 꿈들을 긁어모아 버킷리스트라는 형태로 작성하려니 현실적인 문제들에 부딪혔다. 하지만 버킷리스트는 이루고 싶은 목표를 적는 리스트가 아니던가, 그런 위로를 스스로에게 전하며 꿈들을 버킷리스트로 적어보았다. 장기 연애 중인 애인과 정착하지 못한 현재의 내 모습, 그리고 점점 눈에 드러나기 시작하는 가족들의 건강과 반려동물들의 나이듦과 같은 것들이 나의 발목을 붙잡고 있었다.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나는 이루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꿈들을 2026년에 접어들어 30대를 눈앞에 둔 지금, 오늘은 진솔하게 풀어내볼까 한다. 늦었지만 학교도 졸업 예정이고, 조만간 다양한 일을 하게 될 나의 모습을 꿈꾸며 버킷리스트를 5년, 10년 이내에 이루고 싶은 목록으로 크게 2가지로 분류해보았다.
5년 이내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
5년 이내에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는 비교적 단촐하고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위주로 생각해보았다. 이를테면 생활 습관을 고치는 행동 같은 것이다. 취준 기간을 가지면서 망가진 생활 습관은 나의 게으름에 큰 일조를 했고 그 게으름은 일을 찾을 용기와 의욕을 없애는 데에 한 몫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일찍이 평범한 직장을 가졌다면 달랐을 수도 있겠지만, 현재의 나는 게으른 백수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를 극복하고 긍정적인 습관을 형성하고자 여러가지 목표를 세우게 되었다.
1. 5000만원 이상 벌어두기
- 누군가는 말했다, 이는 너무 단촐한 금액이 아니냐고. 하지만 나는 소비 습관이 좋지 않다. 수중에 돈이 모이면 나도 모르게 사치를 부리거나 필요하지 않은 물건과 프로그램 등을 자기계발이라는 목적으로 구매하곤 했다. 그래서 일을 했어도 모인 금액이 많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런 습관을 탈피하기 위해 특정 금액을 설정하고 싶었다. 5000만원을 번다면 목표치고, 그 이상을 모은다면 대성공인 것으로 작은 목표로 정하였다. 물론 5000만원으로는 독립 자금도, 결혼 자금도 어려울 수 있다는 걸 알지만 나에겐 하나의 작은 목표로서 작용할 것임을 알기에 5년 이내에 이루고 싶은 목표로 설정하게 되었다.
2. 꾸준히 런닝 / 크로키 / 책 / 어학 공부 하기
- 이는 5년간 꾸준히 유지하고 싶은 나의 습관이다. 2026년, 늦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지만 지금부터라도 꾸준히 하나씩 진행한다면 후에는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던 일들이 이루어질 것이라 믿고 있다. 항상 타인의 실력을 부러워하기만 하였는데, 그 부러워했던 실력에 다가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들 수 있는 좋은 습관을 기르고자 버킷리스트로 작성하게 되었다. 이 습관이 꾸준히 오래 간다면 나는 분명 달라질 것이라 확신한다.
3. 문화예술 및 문화정책계 취업하기
- 나는 무슨 일이든 빠르게 질린다는 단점이 있다. 취미도 정말 소위 말하는 '찍먹'이라고 할 정도로 여러가지를 건드려보았고, 깊게 파고든 것은 많이 없었다. 그러나 문화 예술은 매일매일 내게 새로움을 선사해서인지, 이를 직업으로 삼으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실제로 작가 생활을 하는 친구와 지인들의 전시회를 다니고 그들을 도우며 다양한 작가들과 교류할 때 나의 눈이 빛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더 많은 작품을 직접 보고, 그들의 생각이 담긴 작품들을 모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일지 모르겠다.
4. 일렉기타 혹은 베이스 배우기
- 베이스 기타를 시작한 친구가 스스로 밴드부를 만들고 이끄는 모습을 보며 멋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악기를 하나 잡는다면 정말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피아노(키보드)를 주로 쳐왔기에 기타를 처음 접하는 나는 순탄한 길이 아닐 거란 걸 알지만 그들이 무대에 서서 연주를 하고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뛰고 그 대열에 합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일까, 기타를 위주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5. 워킹 홀리데이 떠나기
- 워킹 홀리데이를 신청할 수 있는 마지막 나이가 되기 전 워킹 홀리데이를 꼭 떠나고 싶었다. 사실 이미 이전부터 워홀을 목표로 영어 공부와 바리스타 공부를 틈틈히 해왔다. 호주에 있는 친구는 세컨드 비자를 준비하고 있는데, 그에게서 많은 조언을 들을 수 있어 더욱 워킹 홀리데이에 대한 마음이 커져갔다. 이전에 말레이시아에서 1달 정도 살았던 적이 있는데 아주 힘들 것이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새로운 경험이 되어 현재도 나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 있기에 워킹 홀리데이는 내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새로운 길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10년 이내에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
10년 이내에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는 비교적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위주로 생각해보았다. 새로운 것을 계속 찾아다니는 내게 다양한 공부를 하는 게 행복하다는 것도 최근에서야 깨닫게 되었다. 비록 성적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지만 어문학, 생물학, 약학, 정치학, 윤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교양과 전공을 들어보았고 각자의 과목마다 매력적인 점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따라서 이러한 공부와 10년간 할 수 있는 일들을 위주로 버킷리스트를 작성해보았다.
1. 생물학 공부하기
- 나는 고등학교 때 이과에서 문과로 전향했는데, 그렇게 전과를 하면서도 내심 놓기 아쉬웠던 것이 생물학이었다. 유기체 내부의 작동 메커니즘이나 면역학, 유전학, 병리학 등 가리지 않고 모든 생물 관련 공부가 재밌고 신기했다. 어렸을 적에도 생물 관련 책들은 너무 많이 읽어서 표지가 해졌던 것들도 기억이 났다. 그래서 우리 가족들은 당연히 내가 생물학을 위주로 공부할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수학에서 발목이 잡혔던 나는 문과 과목들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현재는 어문계열을 전공하게 되었다. 글 읽는 것을 좋아했던 내게 문과 과목들은 어렵게 다가오지 않았고 수능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게 되었다. 그러나 마음 한 켠에는 생물학에 대한 여전한 아쉬움이 있고, 이를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면 좋을 것 같다.
2. 애인과 동거하기
- 나보다 연하인 애인은 나와 서로 많이 기대고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 애인과 함께한지 어언 6주년이 다 되어간다. (작년 7월에 5주년을 축하했다.)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은 만큼 나는 애인에게 누구보다도 든든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상대와 평생을 함께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동거'라고 하였다. 나는 애인과 룸메이트로서 지내면서 이 사람과 계속 함께 할 수 있는 지를 알아보는 시간을 갖고 싶다.
3. 법무사 자격증 따기
- 우연히 40대에 노무사 자격증을 취득하게 된 회사원 분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노무사로 활동하며 제 2의 삶을 사는 그 분의 모습을 보며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20대 중반에 잠시 노무사 공부를 했던 적이 있는데, 그러다가 문화 예술 위주로 공부하게 되며 법과는 살짝 거리를 두게 되었다. 충분히 안정된 삶에 정착한 후 시간적 여유가 갖춰진다면 법무사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쉽지 않은 길이라는 것은 물론 알지만, 버킷리스트니까... :)
4. 나만의 전시회 열기
- 작품을 콜렉팅 한 것이나 혹은 내가 기고했던 작품들을 직접 기획하여 전시하는 영광을 누리고 싶다. 작가 지인들의 전시회에 참여하며 많은 참고를 하고 그들이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의지가 작품에서 드러날 때 나의 심장은 쿵쿵, 빠르게 뛰곤 했다. 그들만의 연작, 새로운 시도들이 모두 내게 영감과 용기를 주는 존재들이었다. 현재는 이도저도 아닌 취준생일 뿐이지만 반드시 이루고 싶은 나의 목표다. '나의 작품을 직접 기획하여 전시 열어보기', 10년 내에 꼭 이루고 싶다.
5. 1인 혹은 소수개발 게임 만들기
- 10년의 장기 프로젝트이자 버킷리스트로 선정하게 된 이유는, 완전히 나만의 세계관을 갖춘 내가 기획하고 코딩하여 디자인한 1인 개발 게임을 만들어내고 싶기 때문이다. 주변의 수많은 게임 제작자들을 보며 (특히 게임 개발과 그래픽 업계에 발을 딛은 동생에게서 큰 영향을 받았다.) 내가 생각하는 세계를 게임으로 구축한다면 얼마나 흥미로울지 여러번 상상을 했었다. 그러나 아직은 툴을 다룰 줄 전혀 모르기 때문에 10년간 공부와 병행하며 꿈꿔왔던 게임을 만들어내는 것을 버킷리스트로 삼게 되었다.
그 이후에는...
10년을 넘어선 시간은 지금은 내게 까마득한 기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 지 아무도 모르지만, 10년보다는 더 길고 좀 더 막연할 수 있는 꿈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20년 이내에 이루고 싶은 꿈은 목록으로 적기가 애매해 줄글로 적게 되었다. 10년이 지난 후부터는 내가 많은 것과 이별해야 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2026년 현재 10살에 다가가는 반려동물들과 양가 조부모님들, 그리고 어쩌면 서로가 바빠서 연락이 끊어질지도 모르는 수많은 인연들을 생각하면 가슴을 옥죄는 것 같다. 정이 많고 감성이 풍부한 내게 20년 내에 버킷리스트는 이러한 만남과 이별, 새로운 순간들을 맞이할 수 있는 준비를 할 수 있는 '내'가 되는 것이 목표이다. 또 가족들이 모두 행복하고 건강할 수 있도록 내가 가정의 큰 주축이 되고 싶으며 이들을 화합의 장으로 이끌어가는 것이 내게 주어질 우선 과제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의 애인과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 지 모르지만, 지금으로서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인 애인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밀어주는 좋은 사람으로서 쭉 남았으면 좋겠다.
버킷리스트를 쭉 적어내려가며 든 생각은, 나를 이루고 있는 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느꼈다. 나는 항상 나의 성공적인 순간들이 나의 운과 실력으로 이루어졌다고만 생각했으나, 주변인들의 응원과 그들로부터 받은 영감과 희망, 용기, 조언 등을 통해서 현재의 내가 빚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도 이런 순간들을 소중히 하며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고 그들에게서 받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타인에게도 베풀 수 있는 이타적인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