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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사실 나는 미술관에 가는 것이 어딘지 어색하다.

     

남들은 그림을 통해 이런저런 것들을 느끼고, 어떤 대단한 감각을 느끼고, 의미와 가치를 읽어내는 것 같은데 나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그림을 많이 접하지 못해서일까?

 

아니다. 생각해보면, 어릴 적 그림책에 등장하는 삽화나, 사물에 그려진 프린팅을 오래도록 관찰하고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그림에서 무언가를 읽어내야 한다는 강박이 그림을 보고 느끼는 것을 방해한 것이다.

 

그런 나에게 미술 에세이스트 이소영의 『그림 읽는 밤』은 어릴 적 느꼈던, 그림을 보며 느꼈던 순수하고 소박한 감각을 일깨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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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미술에 대해 거창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프롤로그에서 이소영은 말한다.

 

 
예술은 때때로 쓸모없어 보인다. 그림을 본다고 해서, 좋은 문장을 읽는다고 해서 당장 무언가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무용한 시간들이 우리의 내면을 더 깊고 넓게 만든다.
 


무언가가 달라지지 않더라도 문장과 그림 앞에 잠시나마 오래 머물며, 가벼운 마음으로 일상을 채워보라는 그 마음이 책의 도처에 머무른다. 어렵지 않은 소개와 해설, 작가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이소영의 해설을 지우고 독자만의 해설을 직접 적어보라는 여백까지.

 

의미를 발굴하는 것이 아닌, 순수한 시선으로 그림을 볼 수 해준다. 이제 그가 큐레이션 해둔 이 책에서, 한 장씩 마음 속에 남았던 그림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나의 시선으로.

 



1. 일상의 발견 - 그림 수럽, 장 조프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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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을 그린 장 조프루아는 아이들의 마음을 그린 화가로 유명하다고 하다. 작가로서 커리어를 시작할 무렵, 교사 부부와 함께 지내며 아이들의 일상을 가까이서 관찰한 것이 그 계기라고 한다.

 

이소영은 이 작은 화가가 세상에서 가장 진지한 일을 하고 있다며,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기르고,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그림을 보자마자 한눈에 쏙 들었는데, 그 이유는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림을 그리는 아이의 생기 있는 표정, 매끈한 묘사와 색감 등이 아름다웠다. 사실 그림을 보고 이런 평에 그치면 안 되지 않나, 하는 강박이 항상 있었다.

 

그러나 이소영이 비춰주는 그림 속 일상의 따스한 면면, 대단치는 않아도 쉽게 읽어내도록 해주는 그림 속의 온기는 내가 그림을 편하게 볼 수 있게 해주었다. 이 그림을 보니 어렸을 적 화가가 꿈이었던 시절이나, 그림을 그리고 칭찬을 받았던 기억, 종이에 내가 상상한 것들을 그려넣던 즐거운 기억들이 생각난다.

 

그때의 내 얼굴도 이 아이처럼 생기가 넘쳤을 것이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살아가는 법 - 홀로, 에밀리오 롱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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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오 롱고니는 활동 초기에는 사회적 현실과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주로 담아냈지만, 1890년대 이후로는 물질의 재현보다는 빛, 투명함, 정신성을 중시했다고 한다.

 

아주 섬세한 그림이다. 자세히 보면 선이 아닌 점으로 이루어진, 점묘화이다.

 

이 그림 속의 여인은 힘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지만,  그림 속에서 쏟아지는 부드러운 빛과 주위의 풍경, 꽃 덕에 마냥 슬퍼 보이지는 않는다. 모두가 그림을 다르게 읽어내겠지만, 이 그림은 내게 지침과 슬픔, 희망을 모두 보여주는 그림처럼 보였다.

 

여인에게서 느껴지는 분명한 슬픔과 고독이 존재하지만, 이 그림을 그려낸 작가의 따스한 시선이 함께 느껴지기 때문이다.

 

*

 

프롤로그에서 이소영은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나는 오래도록 읽는 사람이었다. 쓰는 사람이었던 시간보다 훨씬 더 긴 세월을 한 줄 한 줄 따라 읽으며, 때로는 같은 문장을 몇 번이고 되새기곤 했다. … 좋은 글을 쓰는 위대한 작가들을 늘 흠모했다."

 

나 역시 오랫동안 읽어온 자였기 때문에 그의 말에 공감이 간다.  이소영은 읽는 자에서 쓰는 자가 된 사람으로서 그 다음, 우리를 위해 책 곳곳에 여백을 두었다.


대단치는 않아도 그림을 가까이 하고 싶은 사람, 소박하게나마 그림을 느껴보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한다. 일기처럼 여백을 채워보며 새로운 재미를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녀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아트메신저 이소영>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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