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위대함을 구태여 찬미하는 일은 이제 너무나도 고리타분하다. 수많은 미디어들은 그간 사랑이라는 감정이 지니는 가치가 어째서 우리에게 그토록 소중한 것인지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설파하였고, 결과적으로 우리는 ‘사랑’을 마치 ‘진부함’의 동의어인 것처럼 여기는 다소 애처로운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다만, 그럼에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사랑에 대해 노래하곤 한다. 사랑이라는 소재가 진부함 따위로는 쉬이 감출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한 매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일까? 어쩌면 그 소재 자체는 지나치게 낡았을지언정 그것을 그리는 방식에는 저마다의 사상이나 신념이 매우 선명한 형태로 아로새겨져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오늘날의 사람들은 잿빛 하늘 아래 존재할 리 없는 낭만적 허상에 곧잘 냉소를 보내는 한편, 이내 귓가에 들려오는 노랫말 속에 담긴 사랑에 탄복하며 그로부터 내심 커다란 위안을 얻기도 한다.
IU ‘Love wins all’
‘사랑이 이긴다’라는 진부한 메시지가 현세대를 관통하는 정서적 설득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적어도 ‘Love wins all’은 그러한 난제로부터 자유로운 형편에 위치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온갖 혐오가 만연해 있는 작금의 세태 속에서 서서히 낭만을 잃어가는 사람들로 하여금 사랑의 위대함을 상기시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음에도, ‘Love wins all’은 호소력 짙은 보컬, 그리고 단출하면서도 사랑의 모든 본질을 담고 있는 서정적인 형태의 가사를 통해 그 모든 고난과 역경을 가뿐히 넘어서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Love wins all’의 성공은 곧 하나의 거대한 메타적 서사로서 작동하기도 한다. 우리의 사랑을 되찾는 과정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들은 장황한 미사여구나 따분한 설득이 아닌, 진심이 오롯이 어려 있는 마음의 올바른 표출이라는 사실을 불특정 다수에게 아주 근사한 방식으로 설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Love wins all’은 그 존재 자체로서 사랑의 위대함을 훌륭히 대변하는 노래가 되었다. 사랑의 위대한 승리에 또 한 번의 박수를.
Sik-K & Lil Moshpit ‘LOV3’
2025년에 발매된 국내 힙합 트랙 중 장르 팬들 사이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노래를 한 곡 꼽아야만 한다면 ‘LOV3’의 이름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독창적이면서도 완성도 높은 사운드가 선사하는 청각적 쾌감 역시 그 인기의 주요한 원인이었겠지만, ‘LOV3’가 전달하는 감동의 기저에는 분명 ‘사랑의 전파’라는 핵심적인 주제가 굳건히 자리하고 있었다. ‘혐오를 멈추고 사랑을 퍼트리자’라는 메시지 자체는 다소 고리타분하게 다가올 수 있으나, 트렌드의 최전선에 위치한 뮤지션들의 주도하에 세련된 방식으로 일컬어지는 ‘사랑’은 대중을 상대로 새로운 차원의 설득력을 발휘하기도 하는 법이다.
해당 트랙이 한 세대를 풍미했던 에픽하이의 메가 히트곡 ‘Love Love Love’를 샘플링했다는 사실 또한 눈에 띈다. 장르 팬들뿐 아니라 다양한 대중 음악 소비 집단의 관심을 자연스레 유도함으로써 여러 개인 간의 소통, 나아가 세대 간의 화합을 아주 능숙한 솜씨로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마치 ‘한동안 잊고 지냈던 우리의 사랑은 여전히 여기에 남아 있다’라는 낭보를 접한 듯한 반가움이다.
이상의날개 ‘스무살’
과거 한 국내 예능 프로그램에서 임창정의 노래 ‘소주 한 잔’에는 과연 ‘소주’라는 단어가 몇 번이나 등장하느냐는 식의 문제가 출제된 적이 있었다. 정답은 ‘0번’이었다. ‘소주 한 잔’에서는 단 한 번도 ‘소주’가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방송이니만큼 다소간 과장된 반응 역시 섞여 있었겠으나, 정답을 들은 출연진들은 대개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짐작건대 소주가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는 것치고는 ‘소주 한 잔’이 소주의 취기를 빌려 옛사랑에 대한 그리움을 토로하는 상황을 너무나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여기서 ‘소주’를 ‘사랑’으로 치환해 본다면 어떨까. ‘사랑’이라는 단어 없이도 늘 사랑에 대해 노래한다. 누군가에게 이상의날개의 음악을 소개해야만 한다면 그런 식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을 성싶다. 당시에는 그것이 사랑이라고 느끼지 못했을지언정 뒤돌아보고 나면 우리네 삶이란 결국 모든 것이 사랑이었음을, 이상의날개는 자신들의 음악을 통해 담담히 이야기한다. 개중에서도 사람들로 하여금 가장 보편적인 공감을 자아내는 노래는 단연 ‘스무살’이 아닐까 싶다. 그 중심에 서 있을 때는 미처 눈치채지 못했지만, 돌이켜 보니 우리의 청춘은 지독할 정도로 찬란했음을 ‘스무살’이 들려오는 순간마다 새삼 깨닫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