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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시간이 흐를수록 뮤지션의 음악으로부터 완숙미가 느껴지는 것은 퍽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그 성숙의 방향은 저마다 다르기 마련이다. 자신의 짙은 색채를 더욱 공고히 하는 아티스트가 있는가 하면, 기존의 음악 스타일로부터 벗어나 파격적인 변신을 단행하는 아티스트들도 있으니 말이다.

 

겨울의 막바지에 이르렀기 때문일까. 괜스레 새로운 일들에 마구 도전해 보고 싶은 공연한 헛바람이 자꾸만 드는 요즈음, 돌연 후자에 해당하는 사례들을 몇 가지 정리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어쩌면 그들의 도전 자체가 우리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는 하나의 메타적 메시지로 작용할 수 있지 않을까.

 

획기적인 변신 내지는 진화에 훌륭히 성공한 그들에게 진중한 찬사의 박수를.

 

 

 

LIM KIM [SAL-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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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킴으로의 변신을 꾀하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가 ‘김예림’이라는 이름으로부터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는 다소간 한정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투개월의 풋풋한 소녀. 혹은 ‘All Right’과 같은 곡을 통해 짙은 매력을 발산하며 대중을 우아하게 매료한 몽환적인 분위기의 보컬리스트.

 

그렇기에 힙합과 일렉트로닉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생경한 음악을 통해 그녀가 화려한 귀환을 알렸을 때, 우리는 모두 적잖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싱글 [SAL-KI]를 통해 다년간의 공백기 동안 본인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또 다른 방법을 발견했음을 예고한 그녀는 이윽고 미니 앨범 [GENERASIAN]을 발매하며, 아시아의 여성 아티스트만이 던질 수 있는 주체적 메시지를 참신한 사운드 위에 녹여냄으로써 새로운 방식의 자기 해방을 꾀했다.

 

 

 

C JAMM [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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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잼은 특유의 화려한 랩 스킬과 재치 있는 가사를 바탕으로 국내 힙합 씬에서 독보적인 캐릭터성을 구축한 래퍼였지만, 그가 ‘앨범 단위의 결과물로 아티스트로서의 가치 입증에 성공했는가’라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긍정할 수 있는 이는 아마 많지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킁]의 발매 이전까지는 말이다.

 

한때 그를 대표하는 곡이었던 ‘신기루’, 혹은 대중적으로 크나큰 인기를 끌었던 경연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에서의 무대를 통해 씨잼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던 이들이라면, [킁]을 기점으로 변화한 그의 음악 스타일이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토튠 기반의 멜로디컬한 싱잉 랩과 다소간 적나라한 가사가 선사하는 생경함으로부터 비롯되는 [킁]의 입체적 감흥은 앨범에 대한 극진한 찬사를 이끌어 내는 동시에, 국내 이모(Emo) 힙합의 본격적인 발전 가능성, 나아가 한국어 멈블 랩의 새로운 작법을 제시하기에 이르렀다.

 

 

 

조용필 [Hel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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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이야기하는 ‘전설’로서 군림하는 원로 가수들은 수도 없이 많지만, 과거의 명성에 안주하지 않고 전 세대를 아우르는 새로운 작업물을 꾸준히 발매하는 뮤지션은 결코 흔치 않은 편이다. 조용필에게 ‘가왕’이라는 칭호가 그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Hello]는 조용필이라는 거장의 귀환을 대중에게 알리기에 가장 ‘알맞은’ 형태의 앨범이었다. ‘Bounce’나 ‘Hello’와 같은 트렌디한 트랙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새로운 리스너들의 유입을 꾀함은 물론, ‘걷고 싶다’나 ‘어느 날 귀로에서’와 같은 수록곡들을 통해 이전부터 조용필의 음악을 꾸준히 사랑해 온 팬들의 향수까지 적절히 자극하며 그야말로 모든 세대의 취향을 적절히 사로잡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트렌드의 첨단을 좇으면서도 본인이 지닌 매력과 강점은 그대로 보전하고 활용한다. 변신을 단행하고자 하는 뮤지션이라면 한 번쯤 마음에 담아 마땅한 이상적인 지향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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