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공간, 그리고 비틀즈 [공간]

글 입력 2024.09.26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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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꼬마 적 무심코 듣게 된 하얀 자켓 LP 한 장

인생을 온통 바꿔버릴 마법을 걸어 놓았죠

 

I Want to Hold Your Hand, Get Back,

All My Loving, Yellow Submarine,

Can’t Buy Me Love, Michelle, Let It Be,

Help!, Penny Lane

 

My favorite song

 

- 러브홀릭 ‘리버풀 키드의 생애’ 中

 

 

존 디콘을 제외한 퀸의 멤버 3명은 가장 좋아하는 밴드로 비틀즈를 꼽았고, 마이클 잭슨은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비틀즈의 음악을 들으며 자랐다는 사실을 공공연히 드러냈다. 커트 코베인은 ‘The Beatles’로부터 영감을 받아 ‘Nevermind’라는 불후의 역작을 만들어 냈으며, 레이디 가가는 공전의 히트 앨범 ‘The Fame’ 제작 당시 ‘Abbey Road’를 거의 강박에 가까운 수준으로 들으며 작업에 임했다는 일화를 밝힌 바 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어린 시절부터 비틀즈와 폴 매카트니의 음악을 교보재 삼아 작곡을 공부했고, 포스트 말론은 자신의 손가락에 존 레논과 조지 해리슨의 얼굴을 타투로 새겼다.

 

1960년대를 풍미한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 비틀즈는 문자 그대로 하나의 문화이자 역사가 되었다. 대중음악이라는 테두리 안에 위치해 있는 한 그 어떤 이도 비틀즈의 거대한 그늘로부터 완벽히 자유로울 수는 없으리라. 비틀즈의 등장은 로큰롤의 화려한 부활을 온 세상에 알렸고, 그들의 작업물은 록 음악이 지닌 매력과 가능성을 모든 이들에게 전파했으며, 그들의 다양한 실험적 시도는 수많은 대중음악 장르의 탄생 및 발전이라는 위대한 흐름을 낳았다.

 

물론 처음부터 모두가 그들의 가치를 단번에 알아보았던 것은 아니었다. 메이저 데뷔 이전, 비틀즈는 리버풀의 ‘캐번 클럽’을 본거지 삼아 300여 번의 공연을 진행하며 자신들의 명성을 착실히 쌓아 올렸고, 마침내 그곳에서 훗날 비틀즈의 매니저로 널리 알려진 브라이언 엡스타인과의 연을 맺기에 이른다. 그 뒤에 펼쳐진 놀라운 일들에 대해 구태여 설명을 늘어놓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다. 데뷔 싱글 ‘Love Me Do’를 거쳐, 두 번째 싱글 ‘Please Please Me’를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스타덤에 오르기 시작한 그들은 이윽고 영국 전역을, 미국을, 나아가 세계를 점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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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미디어의 발전, 그리고 스트리밍 플랫폼의 대중화로 인해 언제 어디서나 쉽게 다양한 음악을 접할 수 있는 요즈음이라지만, 결국 라이브 공연만큼 뮤지션의 매력을 오롯이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은 여전히 드물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캐번 클럽에서 진행되었던 300여 번의 공연, 그리고 그 당시의 공연을 통해 비틀즈의 매력에 서서히 감화되었던 팬들의 존재가 이후 비틀즈의 화려한 전성시대를 여는 하나의 서막과도 같은 역할을 수행해 주었듯이, 모든 공연 하나하나는 곧 뮤지션에게는 자신들의 역사를 펼칠, 관객들에게는 새로운 우상을 발견할 소중한 기회와도 같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뮤지션들은 야외 거리, 클럽, 라이브 펍 등 다양한 무대를 본거지 삼아 왕왕 공연을 진행하며 자신들의 역사를 착실히 기록해 나가고 있다. 그들은 1960년대로부터 너무나도 멀리 지나와 있고, 비록 리버풀에 거주하고 있지도 않지만, 그럼에도 저마다가 발견한 자신만의 캐번 클럽에서 공연에 몰두하며 기나긴 꿈을 펼쳐 나간다.

 

우리 역시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다양한 장소에서 이러한 비틀즈 키드들의 공연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지만, 오늘은 그중에서도 우리와 조금 더 가까운 곳에 자리해 있는 한 특별한 공간에 대해 소개해 보고자 한다. 바로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라이브 펍 ‘공간비틀즈’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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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비틀즈. 홍대입구역에서 5분 정도 걷고 난 뒤, 지하로 향하는 고즈넉한 계단을 내려가면 도착할 수 있는 아담한 라이브 펍이다. 풍미 가득한 음식, 그리고 그에 곁들일 수 있는 가벼운 음료 한 잔의 존재만으로도 이 공간의 가치를 논함에 있어 아무런 부족함이 없겠으나, 그럼에도 이곳의 진가는 다름이 아니라 주 1-2회 이상 진행되는 여러 뮤지션들의 공연에서 드러난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음악을 업으로 삼고 있는 수많은 아티스트들을 비롯하여, 대학 동아리, 직장인 밴드 등 훗날의 영광을 도모하며 연습에 몰두하는 다수의 유망한 인디 뮤지션들까지. 공간비틀즈는 무대를 향한 열망을 지닌 모든 이들에게 주기적으로 소중한 공연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모두가 자유로이 관람할 수 있는 형태의 공개 공연은 물론, 자체적인 규모의 대관 행사나 일부 아티스트들이 주관하는 작곡 스터디의 장으로도 활용되고 있으니, 가히 뮤지션들이 자신의 역사를 기록해 나가는 일종의 공방과도 같은 공간이라고 소개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대부분의 공연들이 별도의 입장 비용 없이 무료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소셜 미디어에 업로드되는 공지를 통해 사전에 공연 일정을 확인하고 찾아오는 이들도 있는 한편, 때마침 현장을 방문했다가 우연찮게 공연에 합류하는 이들 또한 적지 않은 편이기 때문이다. 공연의 접근성을 높임으로써 뮤지션들에게는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하고, 관객들에게는 지금껏 잘 알지 못했던 다양한 아티스트와 새로이 조우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어쩌면 이 공간이 발산하고 있는 짙은 매력은 이와 같은 선순환적 운영 구조로부터 기인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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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업 이래 오랜 세월이 흐른 만큼 두 번의 폐업과 재개장을 반복하며 다소간의 부침을 겪기도 했지만, 리버풀의 캐번 클럽은 여전히 유서 깊은 뮤직 클럽으로서의 명맥을 이어가며 비틀즈 팬들 사이 위대한 성지로 자리잡고 있다.

 

공간비틀즈를 바라보며 자연스레 머나먼 이국 땅에 위치해 있는 캐번 클럽을 떠올린 것은 단지 ‘비틀즈’라는 공간명 때문만이 아니라, 이곳에서 열정 어린 공연을 펼치는 수많은 뮤지션들의 모습으로부터 마치 비틀즈의 지난날과 같은 풋풋함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혹자에게는 이러한 감상이 괜스러운 의미 부여 내지는 알량한 감수성 등으로 비추어질지도 모르겠으나, 감각적인 공간을 발견하고 마주했을 때 찾아오는 희열의 충만함을 구태여 외면할 필요 또한 없으리라.

 

부디 공간비틀즈가 꿈의 무대로서 오랜 시간 존속하여 언젠가는 캐번 클럽과 같은 상징적인 명소로 도약할 수 있기를, 그리고 아무쪼록 이곳의 무대 위에 섰던 모든 아티스트들이 앞으로도 자신의 꿈을 온전히 펼쳐 나갈 수 있기를 조심스레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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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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