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25년의 마지막 주가 끝나간다.
매년 느끼는 바이지만, 그럼에도 올해는 또 유독 빠르게 지나간 한 해가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처음으로 학교라는 공간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며 혼란에 빠져 보기도, 그럼에도 꾸준히 달에 한 번은 어떠한 주제라도 글을 써왔다는 작은 기쁨과 새롭게 생긴 관심사들에 집중하고 경험해 보기도 한 그런 한 해였던 것 같다.
몇 년 전 대학 친구에게 당시 유행이었던 토이 카메라를 생일선물로 받은 적이 있다. 그 이후로 종종 친구들을 만나거나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싶은 추억이 생기면 그 작은 카메라로 그 순간순간을 기록하고는 했는데, 문득 방 속에 자리잡은 그 카메라가 눈에 밟혔다. 올해가 끝나간다는 명목하에 카메라의 메모리를 열어보니 미쳐 잊고 있었던 올해의 순간들이 꽤 모여 있었다.
친구들과 파티를 열었던 것, 바다에 가서 커피 한 잔을 즐겼던 것,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에 갔던 것, 첫 회사 사무실의 내 책상, 친구 집에서 같이 밤새 수다 떨다가 잠든 것을 비롯하여 혼자 집에서 독서를 하다 발견한 책의 구절, 애착 잠옷과 인형 등 정말 사소한 것부터 특별한 추억까지 모두 담겨 있었다.
물론 항상 그 카메라를 지니고 생활하진 않기에 핸드폰 만큼 세세한 추억이 담기지 못했을 것이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토이 카메라 특유의 낮은 화질로 올 한 해를 곱씹어보니 나의 일 년이 마냥 반복되는 단조로운 쳇바퀴는 아니었다는 것이 실감 났다.
어디선가 어렸을 땐 대체로 처음이기에 신기하여 1년이 비교적 길게 느껴지고, 곱씹을 추억거리가 많지만 나이가 들고 성장할수록, 모든 것에 익숙해지기 때문에 점차 반복으로 인지하여 1년이 보다 빠르고, 점점 추억할 거리는 사라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세상에 익숙해지고 무뎌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이 기상부터 잠에 들기 전까지 대체로 매일 비슷한 루틴을 겪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른들 말씀 중 평범한 것이 제일 좋다/ 어렵다라는 말이 있듯 말이다.)
그럼에도 토이 카메라 속 사진들이 보여주듯, 그런 삶 안에서도 우리는 다른 장면을 쌓아간다. 사실 같은 일상이라고 해도 매일은 다를 수밖에 없다. 다만 우리가 쉽게 잊을 뿐인 것이다. 그렇게 내가 쌓아온 크고 작은 기억을 한 번씩 곱씹으며 올 한 해도 그저 넘기는 한 해로 그치는 것이 아닌, ‘나’라는 사람의 소중한 시간이었음을 되새겨보는 것은 어떤가?
추억을 보관하고, 기억하기 위해서는 꼭 카메라라는 수단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누군가에겐 핸드폰의 메모장이, 또 다른 누군가에겐 짧은 일기 한 줄이 될 수 있다. 그 외에도 블로그나 영상, 카메라 등 다양한 수단으로 우린 우리의 순간을 기억해 내고 곱씹을 수 있다. 올해 내가 하마터면 잊을 뻔한 기억을 되새김질 시켜준 것이 작은 카메라였듯 말이다. 너무 당장 내일의 나를 걱정하느라 이전의 나를 놓쳐온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카메라 안엔 불과 1년도 안 된 시간 동안 묻어온 장면들이 많았다.
새해에는 쉽게 놓칠 수 있는 일상의 어느 순간을 쉽게 잊지 않는, 나의 작은 순간들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이 되어보고자 한다. 그러한 순간으로 그리고 이런 순간들이 모여 그저 반복적인 삶이 아닌 온전한 나의 하루, 일주일, 한 달, 일 년이 되는 그런 한 해를 지내보고자 결심하며 올해의 마지막 글을 마무리한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의 새해는 모두 꽉 채운 그런 일 년이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