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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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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2020년 1월,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의 이야기다. 당시 인디스페이스는 지금과 달리 홍대가 아닌 종로에 위치해 있었고, 롯데시네마가 아닌 서울극장과 같은 건물을 공유하고 있었다. <영화로운 나날>의 GV 행사가 진행된다는 소식에 차가운 겨울바람을 뚫고 종로 인디스페이스를 향해 머나먼 여정을 떠났던 사실이 떠오른다. 해당 작품을 연출했던 이상덕 감독께서 이 영화를 본 관객분들이 조금은 덜 외로워졌으면 좋겠다는 식의 이야기를 남겼던 것 같은데 그 이야기가 괜스레 머릿속에 자꾸만 맴도는 바람에, 극장을 빠져나오며 ‘부디 올해는 덜 외로운 한 해가 되기를’ 하고 조심스레 바랐던 기억이 있다.

 

그 후로 나에게는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올해는 덜 외로운 한 해가 되기를’ 하고 바라는 습관이 생겨버리고 말았다. 그 목표가 제법 합리적인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올해는 행복한 일만 가득하라거나, 원하는 바를 전부 이루라거나 하는 상투적인 새해 인사말 속 등장하는 이상적인 한 해를 보내기란 너무나도 어려워 보이지만, 작년보다 조금은 덜 외로운 한 해를 보내는 일 정도는 충분히 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요컨대 6년 전 우연찮은 기회로 접했던 영화 한 편이 여전히 나의 신년 다짐에 적잖이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지난해 이 즈음에 ‘새해 첫 곡’을 주제로 삼아 글을 기고했던 적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 가사의 내용대로 올 한 해가 흘러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새해 첫 곡’에 저마다의 염원을 담는다는 이야기가 꽤 흥미롭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다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비단 새해에 처음으로 듣게 되는 곡뿐 아니라, 연초 즈음에 접하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들은 우리의 뇌리에 꽤 독특한 방식으로 각인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돌이켜 보면 2020년의 <영화로운 나날>이 그러하였듯이, 새해를 맞이할 무렵 나에게 다가온 작품들은 항상 적잖은 위안 내지는 그윽한 환희를 안겨주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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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작년 2월에 처음으로 접했던 ‘산만한시선’의 음악 역시 그러한 사례 중 하나였다. 평소 포크 장르를 아주 즐겨 듣는 편은 아닌 터라, 연초에 ‘산만한시선’이라는 이름의 듀오가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신인’으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제서야 그들의 작업물을 부랴부랴 찾아 들어 보았던 것이다.

 

사실 그들이 ‘올해의 신인’ 타이틀을 거머쥔 것은 조금은 이례적인 수상 결과였다. 아무리 한국대중음악상이 그 심사 기준에 있어 음악성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시상식이라지만, ‘올해의 신인’ 부문에서만큼은 최근 들어 대중 사이에서의 화제성이나 파급력 또한 적잖이 중요히 여기는 추세를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만한시선 이전 ‘올해의 신인’ 부문은 최근 3년간 모두 케이팝 분야의 라이징 스타들에게로 돌아간 바 있었다.

 

한국대중음악상은 이에 “지난 한 해를 대표하는 신인으로, 예년처럼 대형 히트곡을 낸 이름도, 유난히 독특한 개성을 지닌 이름도 분명 있었다. 그와는 거리가 있는 산만한시선의 음악에 여러 선정위원이 주목한 건 진솔한 노래가 지닌 단순한 미덕에, 그것이 주는 힘과 감흥에 깊이 공감했기 때문일 거다.”라는 선정의 변을 덧붙이며, ‘진솔함’은 결코 ‘화려함’에 뒤처지는 가치가 아님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역설했다. 구태여 호화스럽게 꾸미지 않은, 진심만을 오롯이 담은 음악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인정을 등에 업고 이 세상에 번듯이 울려 퍼질 수 있다는 사실이 당시에 얼마나 커다란 위안으로 다가왔었는지 모르겠다. “우리의 가난도, 우리의 아픔도, 노래가 되고 시가 된다면 예쁠 거야”라고 이야기하는 그들의 노랫말에 귀를 기울이며, 올해는 부디 모든 일에 진심을 다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스스로 되뇌던 기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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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2026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가장 짙은 인상을 남긴 콘텐츠는 단연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듯하다. 지난해 12월부터 시작하여 해를 넘기고서야 프로그램이 마무리되는 바람에, 올해는 자연스레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과 함께하는 1월을 보냈다. 프로그램 출연자들의 진심 어린 도전 정신, 그리고 에피소드가 누적됨에 따라 서서히 드러나는 참가자 개개인의 극적인 서사 역시 주요한 감동 요소로 작용했으나, 사실 내가 해당 프로그램에 가장 열렬히 환호했던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유행하는 콘텐츠’로서의 뜨거운 인기에 있었다.

 

그 말인즉슨 해당 콘텐츠가 사람들 사이에서 좋은 대화 소재로서 활약해 주었다는 이야기이다. 생각해 보면 새해만큼이나 훌륭한 만남의 장은 결코 흔치 않은 편이다. 오랜 인연들과 오랜만에 연락을 주고받고, 반가운 만남을 기약하기에 신년 인사보다 적절한 구실은 없기 때문이다. 여럿이 모여 도란도란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는 것도, 차마 이야기하지 못했던 서로의 근황과 관련한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최근에 트렌드로 떠올랐던 문화 콘텐츠 역시 제법 괜찮은 이야깃거리가 되어 주기도 한다.

 

혹시 흑백요리사는 보았니, 나는 그 사람을 응원하게 되더라, 전에 그 음식점에 가본 적이 있어…. 간혹 찾아오는 정적에 이런 유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잠시나마 어색해졌던 분위기도 금세 누그러지곤 한다. 결국에는 이렇게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힘이야말로 문화 콘텐츠가 지닌 가장 위대한 매력이 아닐까 싶다. 올해는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 삭막한 세상살이 속 머나먼 인연의 틈을 메우는 가교로서 훌륭히 활약해 주었던 듯하다. 이제 겨우 한 달 남짓이 지났을 뿐이지만, 덕분에 올해는 조금은 덜 외로운 한 해가 될 것만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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