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ift: 묘한민요》는 ‘The Gift’라는 이름이 왜 붙었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만드는 공연이었다. 쉽게 접하기 어려운 퓨전 국악 무대를 관객에게 선물하고, 동시에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는 예술가들에게는 소중한 무대가 되어주는 프로젝트라는 점이 공연을 통해 분명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의 주인공은 퓨전 국악 밴드 차차웅이었다. ‘왕(차)’과 ‘무당(웅)’을 뜻하는 이름처럼, 이들은 무대 위에서 자유롭고 신명나는 에너지를 거리낌 없이 풀어냈다. 보컬을 중심으로 기타, 베이스, 드럼, 건반으로 구성된 이 그룹의 외형은 전형적인 밴드처럼 보이지만, 음악이 시작되자 분명히 민요의 결이 느껴졌다. 전통 악기가 하나도 없음에도 우리나라 국악의 가락이 느껴져서 신기했고, 록과 재즈, 전자음악 같은 현대적인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차차웅만의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제일 첫 곡인 ‘렁드건’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건드렁타령’의 ‘건드렁’을 뒤집은 제목의 노래는 어딘가 이국적인 느낌을 주지만, 노래의 뿌리는 분명 민요였다. 전통적인 가락 위에 현대적인 단어와 감각이 더해지면서 어딘가 낯설면서도 묘하게 귀에 남는 곡이었다. 두 보컬의 에너지가 강렬하게 느껴지던 도입부였다.
무대 뒤편에서 엄청난 연주를 펼치던 밴드 단원들도 훌륭했지만 공연에서 특히 눈길이 갔던 건 함께 무대에 오른 세 명의 무용단원들이었다. 이들의 몸짓은 단순히 보컬을 보조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함께 끌어가는 또 하나의 언어처럼 느껴졌다. 어떤 곡에서는 가사를 직관적으로 풀어내듯 움직이다가, 또 다른 노래에서는 감정을 폭발시키듯 격렬한 춤으로 무대를 채웠다. 그 덕분에 노래의 분위기와 감정이 훨씬 또렷해졌고, 자연스럽게 차차웅의 무대에 더 깊이 빠져들게 됐다.
차차웅의 노래 가사 또한 인상적이었다. 로또나 소주 등 현대적인 단어가 종종 등장해 이질적인가 싶다가도 그런 가사들이 바로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것 또한 민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농사짓던 시절에 불리던 노래만이 민요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 역시 충분히 민요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런 점에서 차차웅은 또 다른 방식으로 우리 사회의 민요 계보를 이어가고 있는 그룹처럼 느껴졌다.
공연 중간에는 스페셜 게스트로 소리꾼 서진실과 오단해가 무대에 올랐다. 차차웅의 무대가 처음 접하는 퓨전 국악의 새로운 결을 보여줬다면, 두 소리꾼의 공연은 압도적인 성량으로 분위기를 단숨에 바꿔놓았다. 같은 국악이라는 틀 안에서도 이렇게 다른 에너지가 공존할 수 있다는 점이 놀라우면서도 신선한 경험이었다.
무엇보다 공연 내내 멤버들의 에너지가 한결같이 뜨거웠다. 곡마다 분위기는 달라졌지만, 무대를 대하는 집중력과 열정이 끝까지 이어지면서 퓨전 국악이 낯설었던 나 같은 관객도 자연스럽게 집중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 그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느낌을 받은 건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공연 후반부로 갈수록 주변에서 노래를 흥얼거리는 소리를 자주 들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묘한민요》라는 제목처럼, 이번 공연은 쉽게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무대였다. 전통과 현대, 국악과 밴드 음악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도 그 중심에는 분명 ‘민요’라는 뿌리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런 공연이 ‘The Gift’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관객에게 전해졌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더욱 크게 다가왔다.
우리나라 음악인 국악이 과거에 머무는 장르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다양한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걸 보여준 <묘한민요>. 그래서 다음 ‘The Gift’ 프로젝트에서는 또 어떤 공연을 만나게 될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