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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아홉 개의 인생, 한 번의 고백 ‘홀리 모터스’ [영화]

오늘 나는 누구로 살아가고 있는가

by 황아영 에디터
2025.10.2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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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무진은 주인공 오스카의 분장실이자 무대다.

 

문이 닫히는 순간, 그 안에서 그는 곧 다른 인물로 변한다. 거리의 거지, 모션 캡처 모델, 아버지, 암살자, 임종 직전의 노인까지. 영화 〈홀리 모터스〉는 한 남자가 아홉 개의 역할을 오가며 정체성을 끊임없이 바꾸는 여정을 그린다.

 

영화 중반, 오스카는 정체불명의 노인과 마주한다.

 

“무엇 때문에 이 일을 계속하는 건가?”

 

노인의 질문에 오스카는 잠시 침묵하다가, 조용히 답한다.

 

“처음 시작은 연기의 아름다움이었죠.”

 

그가 말한 ‘연기의 아름다움’은 단순한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오스카에게 연기란 인간의 감정을 경험하고 표현하는 행위 그 자체다.

 

그는 역할을 바꾸며 인간이 지닌 수많은 얼굴을 직면한다. 거지의 손바닥엔 자비와 수치가, 광인의 입가엔 욕망과 허무가, 죽음을 앞둔 노인의 눈빛엔 두려움과 안도가 함께 깃들어 있다. 오스카는 연기를 통해 인간 존재의 결을 느끼며, 그 속에서 삶의 본질을 발견한다.

 

오스카가 쓰고 벗는 가면은 때로는 위장이지만, 동시에 진심으로 세상을 마주하기 위한 도구이기도 하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스크린 속 오스카가 아니라, 스크린을 바라보는 ‘우리’를 향해 시선을 돌린다.

 

우리 역시 사회 속에서 끊임없이 역할을 바꾼다. 직장에서의 나, 친구들 앞의 나, 가족 앞의 나. 그 얼굴들은 세상과 부딪히며 살아남기 위한 우리의 방식이다. 그 얼굴들 속에는 진심이 담기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을 숨기기도 한다.

 

역할을 오가다 보면 가끔 진짜 나의 모습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워질 때가 있다. 하지만 그 모든 역할이 나의 한 부분이다. 서로 다른 상황 속에서 우리는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고, 새로운 시선을 배우며 조금씩 확장해간다.

 

오스카가 각기 다른 배역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마주하듯, 우리 역시 역할을 통해 자신과 타인을 이해해 나간다.

 

〈홀리 모터스〉는 말하는 듯하다. 각자 자신의 리무진 안에서 다음 역할을 준비하며, 멈추지 말고 나아가라고. 완벽한 일관성을 갖추려 애쓰기보다는, 매 순간 자신이 맡은 역할에 진심을 다하라고.

 

그렇게 서로 다른 얼굴로 세상을 살아가며 우리는 느끼고, 사랑하고, 상처받고, 다시 회복한다. 반복 속에서 삶은 깊어진다.

 

그 모든 감정과 경험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낸 시간들, 그 자체가 오스카가 말한 ‘연기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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