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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사키사카 이오의 청춘 3부작―순정만화 공식 이해하기 프로젝트 [만화]

사키사카 이오의 순정 만화 <스트롭 에지>, <아오하라이드>, <사랑하고 사랑받고, 차고 차이고>

by 정현승 에디터
2025.10.22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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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세 작품의 결말에 대한

직접적인 스포일러는 포함하고 있지 않으나,

일부 작품의 줄거리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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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 만화가 좋다. 취향은 대물림된다는 말도 있다던데, 그 말이 맞다면 내가 물려받은 건 이쪽일 거다. 로맨스가 대부분인 인기 작품을 과식하듯 섭렵하며 첫사랑을 시작하기 전부터 순정 만화를 읽었다. 이제는 공부하다 얻은 속독 능력으로 만화책을 한번 집어 들면 단숨에 읽어내는 애매한 어른으로 자랐다.

 

삶에 반짝이는 두 눈을 가진 등장인물들. 부딪히고 깨지고 행복해지는 뻔한 이야기. 플롯을 아주 단순하게 요약하면 뻔하다고 말할 수 있는 내용인데도 새로운 작품을 읽을 땐 늘 즐겁다.

 

함께 만화방을 자주 드나드는 친구 k가 물었다. 순정 만화가 왜 좋아? 나는 주x회전이나 귀x의 x날 같은 게 좋은데. 그 물음에 멋진 이유를 들려주지는 못했다. 글쎄... 왜 좋을까? 혼자 질문에 대한 답을 찾다가 꽤 좋아했던 작품들을 떠올려봤다.

 

아직까지 순정만화가 마냥 청춘예찬처럼만 느껴지는 독자라면, 반짝반짝 빛나는 등장인물들의 두 눈이 아~주 조금 부담스럽다면. 이 글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겠다. 일명 사키사카 이오의 청춘 3부작으로 순정 만화 공식 이해하기 프로젝트!

 

 

 

청춘 3부작: <스트롭 에지>, <아오하라이드>, <사랑하고 사랑받고, 차고 차이고>


 

대부분의 한국 독자에게는 <아오하라이드>의 원작 만화 작가로 유명한 사키사카 이오.  사실 사키사카는 그의 특정 세 작품이 묶여 청춘3부작이라고 불릴 만큼 순정 만화 속 ‘청춘’을 잘 그려내는 작가다.

 

사키사카의 청춘은 우리가 생각하는 순정만화 속 이미지와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정통으로 다루고 있다는 말이 맞겠다. 사키사카 이오가 밥집을 연다면 그냥 맛집 사장님 정도가 아니라 부산에서 3대가 운영하는 횟집 사장님 정도의 정통성을 가진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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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 만화란 로맨스 장르만을 칭하는 말이 아닌, 소녀만화 잡지에 실리는 모든 만화를 일컫는 말이지만 모두가 짐작하듯 순정 만화로 성공하는 공식은 대략 정해져있다.

 

로맨스, 두근거리는 사랑! 고등학생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두근거리는 사랑을 만난다. 역경을 맞는다. 결국 돌고 돌아 결말에 도착한다. 이건 순정만화의 필승 공식이자 사키사카 이오의 대표 메뉴다.

 

맛집이 맛집인 이유는 맛있어서인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성공 공식에는 당연하게도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는 게 먼저 선행한다. 사키사카 이오의 경우, 삶에 대한 면밀한 관찰이 있다.

 

평범한 삶을 사는 독자는 분명 동태눈으로 ‘현생’을 살아가지만, 하루를 마치고 펼친 만화책에서 일본 고등학교 1학년이 되어 두근두근한 사랑을 시작한 ‘것만 같은’ 경험을 한다. 작품 속 사랑이 내 사랑인 것 같다거나, 주인공이 처한 상황에 마음 한편이 찡해지거나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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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키사카 이오는 아주 섬세하게 사람들의 삶을 짚어낸다. 나보다 나아 보이는 친구를 순수하게 동경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나도 모르게 화내버리고 만다. 힘들게 얻은 사랑이라도 불쑥불쑥 불안감이 생긴다. 면밀한 관찰은 섬세한 작품을 만들어 내고, 섬세한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몰입과 공감을 하게 만든다.

 

비로소 주인공의 반짝이는 두 눈에서, 독자가 자신의 삶을 읽어낼 때 사키사카 이오의 순정만화 공식이 시작된다. 아, 나도 이 마음 이해돼! 가끔은 이해하지 못하기도 했던 자신의 마음을, 독자들은 만화 속 인물들에 투영해 이해받기도 한다.

 

그 지점에서 사키사카 이오의 작품 속 세심한 관찰이 빛을 발하는 것이다. 현실에선 순정 만화 같은 사랑은 일어나지 않지만, 종종 우리의 두 눈은 만화와 비교할 수도 없이 반짝이곤 하니까.

 

 

 

부끄러움을 감내하는 힘


 

사키사카 이오의 만화에서 가장 중심적으로 다뤄지는 것은날것의 감정이다. 독자는 서술자 시점에서 모든 주인공을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를 부여받는다. 등장인물들의 감정은 이리저리 날뛰며 다채롭다. 그건 남들에게 꺼내 보이기 부끄러울 수 있는 감정이지만, 누구나 가지고 있다.

 

누군가는 이걸 용기 있게 꺼낸 채 살아가기도 하고, 없는 척 모르는 척하며 살기도 한다. 현실 세계에선 누구 하나의 방법이 맞았다, 틀렸다고 판단할 수 없겠지만, 사키사카 이오의 작품 속 세계의 방식은 단 하나뿐이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긴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국에는 가장 나다운 나를 직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으니까. 사키사카 이오의 또 다른 공식은 성장이다.

 

소극적이고 자신감이 부족했던 주인공은 끝내 그런 자신을 자신이 원하던 사람이 된다. 사랑받기 위해 가면을 만들어 내며 살아갔던 소녀는 진짜 나를 마주한다.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았다’는 결말, 상대역과 예쁜 사랑을 만들어낸 결말은 사키사카 이오의 만화에서 가장 중요한 게 아니다. ‘내가 원하던 사람이 되는 과정’과 ‘진짜 나를 마주하는 순간’이 바로 가장 중요한 지점이다.

 

 

인간의 감정은 대개 희로애락으로 분류할 수 있지만, 가끔은 희로애락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감정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어요. 하지만 제가 그 진리를 깨닫지 못했거나, 혹은 희로애락이 마구 섞여서 쉽게 분류하지 못할 뿐인지도 모르죠. 그리고 전 그 영문 모를 감정이 일어날 때의 불안감이 싫지 않아요. 말로는 형용하기 힘든데 분명히 있어요. 불가사의합니다.

 

―사키사카 이오, 스트롭 에지 4권, #15 작가의 말 중에서

 

 

주인공은 고뇌한다. 아주 작은 한 발짝씩 걷는다. 그렇게 나아갔다가 뒷걸음질을 여섯 발짝을 걸으며 자신이 왜 그랬는지 고민할 수도 있다. 스스로 생각해 내는 것이다.

 

사키사카 이오는 그런 주인공을 그린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나’가 원하는 사람이 되는 것. 그러므로 그의 이야기는 노력하거나 도망치거나 주저앉거나 뛰어가는 것에 관한 이야기다. 사랑을 해서 성장하는 게 아니다. 성장했으니, 사랑을 할 수 있었을 뿐인 것이다!

 

성장기는 한참 지났어도 좋다. 우리 마음은 늘 영양제가 필요하니까. 각자 사랑에 대한 정의는 다를지 몰라도, 성장하는 사람을 곁에 두고 그 마음을 지켜보는 건 늘 이롭다. 오래오래 내 마음을 지켜온 사키사카 이오의 순정만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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