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밴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여성 솔로 가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이름에 대해 한 번쯤은 들어봤거나 이미 나 보다 먼저 매니아가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부터 이야기하고자 하는 사람은 윤마치다. 문득 출근 시간에 사람이 가득 찬 지하철에서 어딘가 모르는 몸 속에서부터 피어오르는 지겨움과 피곤함, 더욱 심화해서 말하면 혐오에 파묻힌 채로 그녀의 노래를 들었다. 아주 잠깐이지만 나는 그녀의 목소리를 타고, 그녀가 말하는 이야기를 타고 내가 모르는(어쩌면 자각하지 못하는) 낭만의 세계로 떠날 수 있었다.
참 알 수 없는 이 기분
걷잡을 수 없는 난
의문 가득이야
내 맘을 한번 맞춰봐
예측 불가능 해 다
나도 날 모르니까
<마치 무드> 중
그녀를 하나의 컨셉으로 보여줄 수 있는 노래라고 생각해 인용한다. 사람들은 자신을 자신이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언제나 모르는 것 투성이다. 그리고 항상 혼란은 내가 나를 모른다는 회의감에서 찾아온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무엇에 대해 '아는 척'하지 않는다. 단지 자신이 느끼는 것을 말할 뿐이고,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세상에 대해 이야기할 뿐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첨언하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네가 뭘" 이라고 생각하기 쉽상인 사람들 사이에서 있는 그대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과연 쉬운 일일까.
한참 헤매이고 헤매이다
옆은 차마 볼수없네
워 차마 차마 차마 차마
한강을 지나가는 길에
돌아가는 고개들은
아직은 낭만이라 말해
<아직은 낭만> 중
뻔한 건 나 정말 싫어
더 파랗게 더 진하게
Color It 중
하지만 내가 그녀가 가진 능력 중에서 가장 언급하고 싶은 것은 '낭만'이다. 이 각박한 세상 속에서 낭만을 말할 줄 안다는 것은 아마 초능력에 가까운 일일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고, 점점 나의 특색을 지워가게 되는 과정 속에서 누구들은(나를 포함한) 자신을 그림자라고 쉽게 생각하기 쉬우니까.
하지만 그녀의 음악 속에는 낭만이 있다. 아직 색깔을 칠할 수 있는 세상의 한 부분을 믿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음악적으로 말할 수 있는 전문 지식은 없기 때문에 윤마치의 음악에 대해, 가창력에 대해, 어떤 멜로디와 같은 음악의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수 없다. 하지만 계속해서 그녀의 음악을 찾게 되는 것은 그녀가 보여주고자 하는 낭만의 세계가 마치 내가 바라는 어떤 미래와 맞닿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얄팍한 음악 지식 속에서 늘 생각해 오는 나만의 기준이 있다. 들었을 때 벅찬 마음이 들어야 한다는 것. 문득 윤마치의 음악을 들으면서 벅찬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본인의 낭만을 힘차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 일일까. 마치 아무 일도 없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속에서 들판을 뛰어다니는 기분을 느끼게 했다.
누군가는 이런 날 사랑해 줄까?
서성이는 나의 모습도
<다큐멘터리> 중
최근 발매된 윤마치의 노래 중에서 가장 자주 듣는 노래를 소개한다. 지금껏 윤마치가 보여주는 낭만에 대해 실컷 이야기해놓고 다시 현실적인 이야기라. 의아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녀의 노래를 계속해서 듣고 싶고, 무대가 보고 싶은 이유는 윤마치의 낭만 저 밑에는 현실이라는 바닥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허황된 꿈만 꾸면 미래의 내가 흐릿해지기 때문에(나만의 생각이면서도), 항상 낭만을 꿈꾸면서도 현실의 나를 얇은 끈에 묶어두어야 한다. 게다가 현실을 잘 아는 사람일 수록 낭만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현실의 자신이 다큐멘터리 속 인물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꿈을 꾸고, 낭만의 세계로 가는 행위의 시작은 스스로를 인정하고 들여다 볼 줄 아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녀의 노래를 한참 동안 듣다가 영상까지 찾아본 적이 있다. 그리고 <다큐멘터리>라는 노래를 부르다가 우는 것도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울었으며, 나의 인생이 나에게 너무나도 평범한 다큐멘터리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아마 그녀의 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지. 그녀가 만들어 내는 다큐멘터리 때문에 나의 삶은 드라마와 가까워졌을지도 모른다고. 드라마를 꿈꾸게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완벽한 다큐멘터리는 없고, 애매한 낭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