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노트 작가의 분신이자, 노트 안에서 맹활약 중인 캐릭터 '떰즈맨'
필자는 도서 [한 페이지를 만드는 사람]의 출간 이전부터 한 페이지 비주얼 노트를 알고 있었다. 우연한 계기로 인스타그램 제이노트 계정(@_j.note)을 접했고, 지금까지도 쭉 팔로우를 유지하고 있었던 덕분이었다.
언제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정처 없이 디지털 파도에 휩쓸려가며 친구들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염탐하던 중이었다. 누군가 특이한 콘텐츠를 공유해놓은 것이 눈에 들어와 자세히 살펴보니, 엄지손가락처럼 생긴 귀여운 캐릭터가 진하고 알록달록한 색감을 지닌 그림 안에서 무언가를 설명하고 있었다. 한 페이지 안에는 빼곡하게 그림과 글귀가 적혀 있었고, 이를 통해 상처받지 않는 법이나 사람을 대하는 태도 같은 삶의 지혜를 말하고 있었다.
필자는 자기 계발 장르엔 흥미가 없고, 남들이 건네는 조언도 깊이 생각하지 않는 편이다. 그렇기에 자기 계발서는 내게 기피 독서 장르 1순위이지만, 제이노트의 비주얼 노트는 평범한 자기 계발서와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기존의 자기 계발서들은 작가의 노력을 뽐내듯, 두터운 책 두께를 자랑하며 고리타분하고 단편적으로 여겨졌지만, 제이노트 계정의 콘텐츠는 한 페이지 안에 그려져 가볍고, 유머 감각을 겸비해 더욱 흥미롭게 다가왔다.
나는 이런 편식쟁이 유치원생 같은 이유로 도서 [한 페이지를 만드는 사람]이 출간되기 이전부터 제이노트 작가를 알고 있었다. 게시글마다 ‘좋아요’를 누르거나 팬이라며 댓글을 다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팔로우를 해놓고 종종 피드에 올라오는 한 페이지 비주얼 노트를 훑어보는 식으로 소심한 독자의 본분을 다했다.
그로부터 꽤 시간이 흐르고 제이노트 계정 피드를 통해 [한 페이지를 만드는 사람]의 출간 소식을 접했다. 게시글을 보자마자 구미가 당겼다. 디지털 화면이 아닌, 빳빳한 종이에 인쇄된 컬러풀한 비주얼 노트가 머릿속에 그려졌기 때문이었다.
도서 [한 페이지를 만드는 사람]은 제이노트의 시그니처 콘텐츠, 한 페이지 비주얼 노트와 프리랜서 콘텐츠 창작자의 내밀한 마음속 이야기, 그리고 비주얼 노트 제작 과정과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다. 제이노트를 알고 있던 팔로워, 처음 들어본 예비 독자 모두 눈이 반짝거릴 도서 [한 페이지를 만드는 사람]의 세계로 함께 떠나보자.
독자에게 친절한 콘텐츠는 창작자의 고통에서 탄생한다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다녀온 북토크. 본 기사를 쓰는 데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한 페이지 비주얼 노트(이하 노트)는 책, 강연, 기사, 영상, 팟캐스트 등 다양한 형식과 분야의 자기 계발 콘텐츠를 소스로 하여 재창작되었다. 노트 안에는 풍부한 원천 콘텐츠의 내용이 한 페이지 안에 직관적으로 요약되어 있다.
제이노트 계정이 탄생하지 않았다면, 사전처럼 두꺼운 책이나 한 시간은 훌쩍 넘는 강연을 한 장으로 요약하는 것은 시도조차 어려운, 불가능의 영역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그런 만큼 노트의 창작 과정이 궁금했다. 책을 읽으며 재료로 삼은 원천 콘텐츠를 요리하는 방법과 독자들이 이를 편하게 맛보게 하는 노력이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에 대한 해답은 책 42페이지에 수록된 노트와 북토크를 통해 제이노트 작가에게 직접 들을 수 있었다.
오늘날, 단순한 요약은 더 이상 인간의 영역이 아니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새로운 기술. AI에게 빼앗긴 영역이라 할 수 있다. 한 사람이 다섯 시간 동안 열심히 책을 읽어 내용을 파악하고 두 시간 동안 머리를 싸매 장장 반나절 동안 내용을 요약한다고 한다면, AI는 지구를 잠시 정복한 영장류의 노력을 비웃듯 3분 안에 내용을 정리하고 주어진 숙제를 끝낸다.
그러나 넘볼 수 없는 존재에 곧바로 굴복하기엔 살아오며 무수히 먹은 쌀이 아깝다. AI가 넘볼 수 없는, 인간만이 해낼 수 있는 영역을 생각한다면 비로소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창작자들은 왜 콘텐츠를 만드는가. 흥미와 같은 자기만족의 이유는 정답이 아니다. 혼자 쓰고 혼자 읽는 글은 문학이 아닌, 일기로 치부된다. 쓰인 글이 다른 사람에게 닿아 무형의 가치가 창출되었을 때, 우리는 그때야 글을 문학 콘텐츠라 일컫는다.
이처럼 콘텐츠는 수신자가 존재해야 본연의 목적을 이룬다는 특징을 지닌다. 제이노트의 노트에는 콘텐츠의 본질에 충실하기 위해 깊게 사유한 흔적들이 곳곳에 나타나 있다. 52개의 노트를 모아서 만든 책 [한 페이지를 만드는 사람]. 그 안에는 현대인들이 공감할 만한 52개의 고민과 사려 깊은 조언이 담겨 있다. 이 52개의 이야기는 무분별하게 선정한 것이 아닌 예비 독자의 니즈와 시의성 모두를 고려한 최적의 주제들이다.
책은 넘쳐나는 정보를 분별하여 받아들이기, 건강한 생활패턴 형성하기와 같은 포괄적인 주제들부터 자신감과 매력 찾기, 실패하는 삶을 위로하는 법 등 현대인의 상처를 감싸안는 메시지를 건네기도 한다. 이 외에도 다양한 주제를 담은 노트로 책이 구성되어 있지만,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본질적인 의미는 노트마다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이런 느낌이 드는 건, 모든 노트에서 공통으로 힘겨운 현실을 살아가는 독자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애썼던 흔적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노트의 내용이 나의 고민을 따뜻하게 감싸안는 느낌이 든다면, 작가의 섬세한 배려가 당신에게 닿았다는 증거다.
단순한 요약이 아닌, 고도의 편집
책을 읽다 보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었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방대한 정보를 한 페이지로 요약하는 것을 넘어, 이를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내는 한 페이지 노트의 비밀은 바로 ‘연상’ 기법에 있다.
책 98페이지, [자신감과 매력, 끌어올려!] 노트를 함께 살펴보자. 노트에는 외모 자신감을 높이는 몇 가지 주장과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담겨 있다. 같은 내용일지라도 줄글로 표현했다면 참견 많은 친구의 잔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노트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미지와 주제를 엮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익숙한 형태로 표현했다.
그림을 자세히 보자. 버스 유리창이 때로는 자기 자신을 비춘다는 점에서 착안해 시선을 외부에서 나에게 돌리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친구들에게 칭찬받는 나를 물을 머금은 식물에 비유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직관적으로 표현했다.
이처럼 노트는 독자들에게 자기 계발 콘텐츠의 핵심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글과 그림을 조화롭게 구성하는 방식을 택했다. 주제 선정부터 배열 방식과 연상 키워드까지. 한 페이지 안에는 슬기로운 메시지와 독자 친화적인 요소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이 특별한 표현 방식을 통해 쏟아지는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제이노트가 사랑받게 되었고, 도서 [한 페이지를 만드는 사람]의 출간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책에는 노트 콘텐츠와 함께 제이노트의 경험이 담긴 진솔한 에세이가 수록되어 있어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제이노트 계정의 게시물에서도 창작자의 간단한 코멘트를 읽을 수 있지만, 도서는 그보다 더 깊게 들어가, 작가 내면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
일상에서 비롯된 콘텐츠 창작의 동기나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작가의 결함은 독자에게 위로를 주기도 하고, 삶의 활력을 불어넣기도 한다. 이처럼 노트 우측에 적힌 에세이와 한 페이지 노트는 서로 떼어놓을 수 없는 상보적인 관계를 맺으며 신선한 끌림을 촉진한다.
독서는 편식해도 비주얼 노트는 잘 먹어요
앞서 말했듯, 필자는 자기 계발서를 전혀 –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읽지 않는 편식쟁이 독자이다.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받는 느낌은 썩 유쾌하진 않기에 막연한 거부감이 느껴진다. 선입견이겠지만 자기 계발서 하면 떠오르는, 딱딱한 문장들로 가득한 내지가 상상되어 책을 펼치는 것조차 시도하지 않았다.
그러나 수많은 자기 계발 콘텐츠를 요약한 책, [한 페이지를 만드는 사람]이 독자에게 말을 건네는 방식은 내가 자기 계발서를 꺼리는 이유와 대척점에 자리 잡고 있다. 조언을 건네는 선생님이나 부모님의 말투처럼, 수직적인 내용 전달 방식은 [한 페이지를 만드는 사람]에서 단 한 톨도 찾아볼 수 없다.
책 속에서 작가는 친한 친구와 수다를 나누듯, 독자에게 세심하게 다가온다. 문제점을 제기하고 해결하는 기존 자기 계발서의 논리 전개 방식을 무시하지는 않지만, 독자가 처했을 상황에 대해 공감해 주는 태도를 우선적으로 취한다.
책 54페이지, 의심의 목소리를 거두고 아웃풋 도출을 시도하라는 내용의 노트에서 작가의 주의 깊은 배려를 찾아볼 수 있다. 이 노트에서 작가는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논리를 펼치기보다 먼저 일반적으로 상정한 독자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는 방식을 취한다. ‘인풋의 저주’라는 원천 소스의 개념을 단순히 늘어놓기보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부족한 것’을 채워가도록 교육 받아왔어요. 그때부터 아무리 해도 끝이 없고 성과도 잘 보이지 않는 ‘인풋의 저주’에 빠져 있는지도 몰라요.”라며 독자가 가지고 있는 걱정을 달랜다.
이러한 부드러운 말하기 태도는 독자와 작가의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는 데 아주 효과적이다. 존중을 받은 독자는 작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조금이라도 더 들여다보게 되며, 어느새 자신이 자기 계발 콘텐츠를 편식한다는 사실을 서서히 잊게 된다.
극도로 자기 계발 콘텐츠를 편식하는 필자가 [한 페이지를 만드는 사람]을 완독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이런 방식의 세심한 배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노트 옆에 살포시 자리 잡은 작가의 에세이도 따뜻한 분위기를 형성해 냉철한 콘텐츠로 여겨지는 자기 계발서의 편견을 누그러뜨리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친구 같은 책, 한 페이지를 만드는 사람
이처럼 [한 페이지를 만드는 사람]은 기존에 제이노트를 알던 사람, 몰랐던 사람 모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친구 같은 책이다. 오랫동안 못 본 친구와 쌓인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하루에 몰아서 완독해도 좋고 수시로 만나는 동네 친구처럼 자주 조금씩, 하루에 한 페이지씩 넘겨봐도 좋다.
효율로 따져보아도 본 도서의 장점은 빛난다. 52개의 자기 계발 콘텐츠를 한 권으로 전부 향유할 수 있다는, 서점 어디에서도 대체제를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책이다. 지금도 작가는 노트 안에서 명란젓같이 –어떤 독자의 의견이라고 한다- 귀여운 ‘떰즈맨’을 내세워 독자들에게 슬기로운 삶을 전하고 있다.
행복한 떰즈맨이 소개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52개의 지혜. 큰 그림의 한 페이지 비주얼 노트와 제이노트의 경험이 담긴 소중한 문장을 함께 향유하고 싶다면, 당신의 서재 한편에 [한 페이지를 만드는 사람]의 자리를 마련해 놓는 것은 어떨까.
제이노트의 [한 페이지를 만드는 사람]은 현재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절찬리 판매되고 있다. 새로운 지식을 따뜻하게 품고 싶은 당신에게 본 도서의 구매를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