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올해도 어느덧 절반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하루하루는 이토록 길고 고단한 것만 같은데, 막상 뒤를 돌아보면 이렇게나 많은 세월이 흘러가 있다는 사실이 언제나 놀라울 따름이다.
여전한 것들은 여전하고, 달라진 것들은 달라졌다. 우리는 간혹 과거의 사진이나 영상 등을 접함으로써 이토록 당연한 진리를 새삼스레 깨닫곤 한다. 그리고 대중음악 역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훌륭한 매개체로서 작동하는 순간이 있다. 당시의 시대상 혹은 트렌드가 적절히 반영된 노래 가사들은 이따금 우리에게 ‘그땐 그랬지’라는 진한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이문세 - 조조 할인
돈 오백 원이 어디냐고 난 고집을 피웠지만
사실은 좀 더 일찍 그대를 보고파
이문세의 ‘조조 할인’. 저렴한 영화값을 빌미로 곧잘 조조 영화 데이트를 제안하곤 했지만, 돈은 그저 핑계였을 뿐 사실은 당신을 조금이라도 일찍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는 풋풋한 속내를 밝히는 한 청년의 노래이다. 솔직 담백한 가사가 자아내는 귀여움이 우선적으로 우리의 이목을 끌지만, 당시 조조 영화의 할인 가격이 고작 500원에 불과했다는 사실에도 적잖이 눈길이 가는 편이다.
OTT 산업의 성장과 전염병의 대대적인 유행, 티켓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 등으로 인해 근래에 들어서는 데이트 시장 내에서 이전과 같은 위상을 자랑하지 못하고 있는 영화관이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영화관은 그야말로 데이트 코스의 전형과 같은 장소 중 하나였다. 오로지 극장만이 선사할 수 있는 재미와 감동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한 명의 극장 애호가로서 이러한 작금의 현실이 유독 안타깝게 다가올 뿐이다.
‘조조 할인’에서 묘사하는 영화관 속 설렘과 낭만은 정녕 과거의 유물이 되어버리고 만 것일까?
에이트 – 심장이 없어
(웃자) 너의 미니홈피 제목처럼
(웃자) 행복했던 내 어제처럼
에이트의 ‘심장이 없어’, 티아라와 초신성의 ‘TTL’, 빅뱅의 ‘천국’, 그리고 언터쳐블의 ‘Tell Me Why’. 한때는 국민 소셜 미디어로서의 위상을 자랑했던 플랫폼인 미니홈피를 가사 속에 언급하고 있는 노래들이다.
이처럼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현재로서는 아련한 추억에 가까워진 소재를 가사에 활용한 노래들을 듣고 있노라면, 그 예스러움에 마음 한 구석이 마구 간지러워지는 한편 ‘그땐 그랬지’와 같은 상념에 잠겨 괜스레 한껏 감성적인 상태가 되어버리곤 한다.
발매 당시만 하더라도 ‘미니홈피’라는 시대적 트렌드를 적절히 반영함에 따라 감각적인 결과물로 여겨지기도 했던 가사들이 지금에 와서는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도 재미있게 다가오는 부분이다.
DEAN의 ‘instagram’이나 카드의 ‘Oh NaNa’와 같이 인스타그램이라는 소재를 가사에 활용함으로써 트렌디함을 부각하고 있는 최근의 노래들 역시 언젠가는 구시대를 상징하는 예스러운 가사의 대표적인 사례로서 소개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김현성 – 이등병의 편지
나팔 소리 고요하게 밤하늘에 퍼지면
이등병의 편지를 고이 접어 보내오
군에 입대한 청춘들에게 한 줄기 낙이자 따뜻한 위로가 되어 주었던 손편지는 점차 인터넷 편지로 대체되었고, 최근 들어서는 군대 내 개인 휴대전화 사용이 보편화됨에 따라 인터넷 편지 또한 역사의 뒤안길로 서서히 사라지게 되었다.
고된 군생활이 선사하는 고충의 정도는 여전히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겠지만, 외부 사회와의 소통이 비교적 수월한 환경이 조성됨에 따라 ‘이등병의 편지’라는 노래가 전달하는 특유의 아련함 또한 다소 옅어졌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고단한 훈련소 생활 중 많은 이들에게 가장 큰 위안이 되어주곤 했던 편지가 이제는 그저 과거의 전유물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이 다소간 아쉽게 다가올 수도 있겠으나, 애초에 편지의 쓸모를 느낄 새조차 없을 정도로 군인들의 생활 환경이 크게 개선되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본다면 오히려 이는 반가운 현상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손편지에서 인터넷 게시물로, 인터넷 게시물에서 개인 메신저로, 그 형태는 조금씩 변화해 왔지만 국가의 안녕을 위해 청춘을 바치고 있는 청년들을 응원하는 모두의 마음은 지금도 소중히 전달되고 있으리라 믿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