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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버거 감독이 연출하고 랄프 파인즈, 스탠리 투치, 이사벨라 로셀리니 등이 출연한 영화 <콘클라베>는 교황의 갑작스러운 서거 이후, 차기 교황을 선출하기 위해 모인 추기경들 사이의 긴장과 심리전을 정교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시스티나 성당 안에서 벌어지는 이 비밀스러운 의식은 신의 뜻을 묻는 자리이자, 인간의 야망이 드러나는 무대다. 영화는 폐쇄된 공간 속에서 권력과 신앙, 죄책감과 선택의 문제를 깊이 있게 탐구하며 관객을 고요한 긴장 속으로 끌어들인다.


<콘클라베>는 제82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총 6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고,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각색상을 포함한 주요 부문에서 수상하며 비평과 흥행 모두에서 주목받았다.


이 “우아한 정치 스릴러” 영화는 느리지만 긴장감 있는 분위기 속에서 전개된다.

 

관객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교황에 부적합한 인물을 가려내는 데 몰두하지만, 시스티나 성당의 엄숙한 분위기 때문에 조급함을 쉽게 드러낼 수 없는 이중적 상황에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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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활용한 연출 또한 인상적이다. 미켈란젤로 생애의 역작인 이 천장화는 창세기의 9개 중심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중 가장 유명한 '아담의 창조' 장면은 신이 손을 뻗어 아담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모습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서로 닿을 듯 말 듯한 두 손끝은, 투표를 통해 교황을 뽑으려는 추기경들의 손끝을 떠올리게 한다. 이 천장화는 영화 속에서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교황 선출 과정을 지켜보는 또 다른 증인들로 기능한다.


주인공 토마스 로렌스 추기경은 한 차례 자신의 이름을 투표함에 넣는다. 그러나 그 순간, 이를 지켜보던 증인들, 혹은 신의 분노를 암시하듯 천장화의 한 켠이 무너져 내리며 그의 권력욕이 부정당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교황이라는 자리는, 신앙과 권력의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는 존재로 여겨지지만, 이 장면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인간의 선택이 아닌, 신의 손끝이 최종 결정을 내리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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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랄프 파인즈는 절제된 연기를 통해 인물의 복잡한 내면을 표현하며, 그의 시선 속에는 신에 대한 두려움과 권력에 대한 욕망이 교차한다. 외부와 단절된 시스티나 성당은 마치 그의 심리적 미로처럼 작용하며, 인물의 내면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영화는 묻는다.


“신의 뜻은 무엇인가?”


그러나 영화는 이에 대해 명확히 답하지 않는다. 심지어 최종적으로 교황이 선출된 이후에도, 그것이 진정 신의 뜻인지 다시 한 번 의문을 품게 만든다.


그리고 그 질문을 통해 관객은 ‘누가’ 교황이 되었는가가 아니라, ‘무엇’이 그 결정을 이끌었는가에 집중하게 되며, 바로 그 순간 자신만의 콘클라베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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