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사에 이어 2025 사운드베리 페스타 23일 일요일 무대에 오르는 아티스트를 살펴본다.
일요일에는 거니, 다섯, 원위, 카더가든, I.M, 하현상, 엔플라잉까지 총 7팀의 아티스트가 무대에 오른다. 1시 50분부터 시작되는 무대는 밤 10시 무렵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토요일 라인업처럼 봄바람을 불러올 노래부터 페스티벌의 활기를 더해줄 노래까지 다양한 라인업이 준비되어 있는 가운데, 그중 4팀의 아티스트를 미리 만나보자.
오후를 깨우는 목소리, 거니(g0nny)
일요일 첫 번째로 무대에 오르는 아티스트는 싱어송라이터 거니(g0nny)다. 2020년 다른 아티스트와의 합작 싱글 'Vanilla'로 데뷔한 거니는 'Loop', '다 좋을 때', '어디라도 갈까'에 이어 작년 10월에는 첫 EP앨범 [Ours]를 발표하며 자신의 자리를 조금씩 넓혀가고 있다. 2023년에는 처음으로 단독 콘서트를 열기도 했고, 2024년에는 페스티벌에 얼굴을 비추며 관객들을 만났다. 무료한 오후에 생기를 불어넣는 그의 목소리는 이번 페스티벌에서도 에피타이저처럼 무대를 예열해줄 것이다.
아티스트는 음악으로 자기를 말하는 사람이기에, 모든 음악에는 그 음악을 만든 사람 고유의 분위기가 들어가 있다. 때론 그것이 음악을 완성하는 마지막 요소가 되기도 한다. 거니의 음악에는 유독 활기차다거나 생기 넘친다는 반응이 많은데, 그 에너지가 어디서 오는지 데뷔 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꾸준히 업로드하는 거니의 유튜브 채널을 보며 알 수 있었다. 팬들과 소통하는 영상, 브이로그, 데뷔 전 올린 커버곡 영상에서도 특유의 밝은 에너지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작년에 발표한 EP앨범 [Ours]는 그러한 거니의 색을 더 진하게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특별한 사건으로서의 사랑이 아니라 우리 곁에 늘 은은하게 존재하는 사랑을 노래하는 곡들은 우리가 그 사랑을 알아채는 순간 일상이 좀 더 특별해질 거라고 말하는 듯하다. 어느 한 대상에 국한되지 않는 사랑의 노래를 들으며 아티스트가 가진 사랑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이번 페스티벌에서도 [Ours]의 곡들을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란다.
불안한 젊음을 노래하다, 밴드 다섯(Dasutt)
젊음과 청춘을 노래하는 아티스트는 많지만 들여다보면 그 결은 다 조금씩 다르다. 일요일 두 번째로 무대에 오르는 밴드 '다섯(Dasutt)'은 몽환적인 사운드로 젊은 날의 불안과 방황을 노래한다. 2016년 '나의 그 때'로 데뷔한 다섯은 EP앨범 [漠(막)], [YOUTH]을 발매하며 활동해왔다. 한동안 멤버들의 입대로 공백기를 거친 이들은 작년부터 다시 뭉쳐 신곡들을 발표하고 새롭게 무대에 오르고 있다.
밴드의 매력은 페스티벌 무대에서 그 진가를 드러내곤 한다. 멤버들이 서로 긴밀하게 합을 맞추는 모습이나 특정 악기가 두드러지는 긴 연주는 주로 밴드 무대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페스티벌에서 종종 들을 수 있었던 '야, 야', '등불', 'Life'는 모두 밴드로서 다섯의 매력이 잘 드러나는 곡이다. 기타 소리의 질감이 공기 중에 울려퍼질 때면 원래 알고 있었던 곡도 완전히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음악을 들으며 밴드만이 가진 매력에 푹 빠져보자.
작년에 발표한 두 개의 EP앨범 곡들 역시 이번 페스티벌에서 들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전과 비교하면 좀 더 성숙해진 면모가 돋보이는 곡들이 많다. [For the person who think like me]의 타이틀곡 'It better one shot of Jameson'은 "I hate my life"라는 직설적인 가사로 시작하지만 분노보다는 체념과 관조의 정서로 흘러간다. 지난 11월 발표한 EP [30.5]는 어느덧 모든 멤버가 30대가 된 오늘의 다섯이 잘 담겨 있다. 앨범의 마지막곡이자 타이틀곡인 'Done'에서는 지나간 시간과 사람에게 오늘에야 비로소 마침표를 찍는다는 내용이다.
짙은 감성으로 다가가는, 카더가든
일요일 네 번째로 무대에 오르는 아티스트는 카더가든이다. 여러 사람이 헷갈려하는 독특한 활동명으로 이름 자체가 밈이 되기도 했지만, 그 밈 때문에 호기심에 노래를 들었다가 예상치 못한 매력에 푹 빠져든 사람이 많을 것이다. 개그 이미지와는 달리 허스키한 음색으로 그루브한 알앤비 계통 음악부터 정통 발라드에 가까운 곡까지 폭넓게 소화해내고, 데뷔 초반부터 힙합을 비롯해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와 꾸준히 교류하며 자유롭게 장르를 넘나드는 팔방미인 아티스트다.
예전부터 카더가든을 좋아했던 많은 사람은 지금의 예명으로 발표한 첫 정규 앨범 [APARTMENT]를 명반으로 꼽는다. 오혁, 선우정아 등 여러 아티스트가 참여한 것으로도 잘 알려진 앨범으로, 카더가든만의 씁쓸한 초창기 감성이 잘 녹아난다. 물론 카더가든의 이름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린 곡은 2019년 발표한 '나무'일 것이다. 잔잔한 멜로디에 서정적인 가사를 얹은 이 곡은 '그대 춤을 추는 나무 같아요/그 안에 투박한 음악은 나예요'라는 가사로 큰 사랑을 받으며 카더가든의 대표곡이 되었다.
카더가든은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긴 곡들을 꾸준히 발표하는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유년시절를 담은 '꿈을 꿨어요', 소중한 사랑의 마음이 담긴 '그대 작은 나의 세상이 되어', 지난 날을 조용히 추억하는 '네 번의 여름'과 같은 곡에서는 보여지는 이미지와 달리 섬세하고 예민한 사람이라는 것이 잘 드러난다. 이번 페스티벌 무대 역시 유쾌하면서도 그만의 감성이 묻어나는 시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몇몇 곡은 카더가든이 직접 기타 연주를 하기도 하는데, 이 역시 라이브를 보는 재미를 더해줄 것이다.
투명하고 단단한, 하현상
일요일 헤드라이너 직전, 여섯 번째 순서로 무대에 오르는 아티스트는 하현상이다. 그는 자신만의 섬세한 감성을 꽉 찬 밴드 사운드에 실어 담백한 미성으로 전달하는 싱어송라이터다. 2019년 수줍고 앳된 얼굴로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그가 어느덧 시간이 흘러 데뷔 7주년을 맞았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시간 동안 부지런히 발표해 온 곡들에는 싱어송라이터로 성장해 가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잔잔한 곡에 잘 어울리는 미성을 갖고 있지만 하현상의 곡들은 얼터너티브 록, 모던 록에 뿌리를 두고 있기에 드라마틱하고 화려한 곡도 많은 편이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코로나19로 공연이 연달아 취소되고 연기되던 시기 발표했던 싱글과 EP앨범은 그러한 하현상의 음악색을 더 뚜렷하게 만드는 기간이었다. '심야영화'는 신디사이저 소리가 두드러지고, '불꽃놀이'는 시작부터 하현상의 고음과 함께 터져나오는 일렉기타 소리가 화려한 곡이다. EP앨범 [Calibrate]의 곡들 역시 쓸쓸한 정서가 두드러지지만 전체적으로 드럼과 기타가 강조되어 잔잔함과는 거리가 있다.
가장 최근에 발표한 EP앨범 [Elegy] 소개글에서 그는 슬픔이 자신의 원동력이 아닌가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그의 곡들에는 군데군데 슬픔이 묻어 있다. 유리처럼 투명하면서도 섬세한 느낌을 주는 곡들이다. 그러나 그 안에서는 단단한 심지 같은 것이 있다. 끝을 마냥 아쉬워하기보다 끝이 있어서 아름답다고 말하거나('불꽃놀이'), 괴로움 속에 영영 머물기보다 시간이 흘러간 대로 견뎌내고 달라지겠다 다짐하기도 하기('시간과 흔적') 때문일까. 앞으로도 그가 흔들림 속에서도 차근차근 만들어갈 궤적이 궁금해지는 동시에, 그 일부가 될 이번 무대도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