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 페스티벌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야외 무대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듯한 자유로운 분위기였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실내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이라는 소식에 사운드베리 페스티벌은 다소 생소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약간 쌀쌀한 날씨와 높은 미세먼지 수치를 생각하면, 실내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은 오히려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기대감도 들었다.
페스티벌이 끝난 후에 돌이켜보면 쾌적한 환경에서 음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던 색다른 경험이었던 것 같다.
페스티벌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다양한 게스트를 통해 새로운 아티스트를 발견하는 것이다.
이번 페스티벌에서 나에게 그런 아티스트는 바로 소수빈이었다. 음악 서바이벌 프로그램 출연자로 이름은 몇 번 들어봤지만, 그의 음악을 잘 알지는 못했다. 발라드 가수 중 한 명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그의 무대가 시작되자마자 따뜻하고 부드러운 음색과 MR을 뚫고 나오는 압도적인 성량에 완전히 몰입하게 되었다.
노래를 잘 모르는 사람이 들어도 ‘이 노래는 부르기 쉽지 않겠다’라는 노래를 너무나 편안하게 부르는 안정적인 가창력까지. 한 곡 한 곡이 끝날 때마다 감탄할 수밖에 없는 무대였다. 중간중간 관객의 호응을 유도하는 무대 매너도 인상적이어서 함께간 친구와 무대가 끝날 때마다 "와, 진짜 잘한다"를 연발했던 기억이 난다.
페스티벌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서 소수빈의 노래를 플레이리스트에 담아 반복해서 듣고, 요새도 그의 노래를 듣고 있다.
뮤직 페스티벌은 오랫동안 기다려온 아티스트의 무대를 직접 만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내게 그 아티스트는 바로 죠지였다. 토요일과 일요일 중 고민 없이 토요일을 선택하게 만든 결정적인 이유도 그였다.
종종 가수의 라이브 무대를 들으면 실망하는 경우도 있다지만, 죠지는 그 반대였다. 음원에서 느껴지던 담백하고 편안한 음색이 라이브에서도 고스란히 전해졌기 때문이다.
페스티벌과 찰떡같이 어울리는 ‘Let’s Go Picnic’, 따뜻한 감성이 돋보였던 ‘하루종일’, 트럼펫과 함께 재즈풍으로 편곡한 ‘Think About Chu’까지. 그의 무대는 그야말로 황홀했다. 작별인사 겸 마지막 곡으로 부른 ‘Somuch’까지. 가수와 관객이 함께 ‘Thank you so much, I love you so much’(죠지 - ‘Somuch’ 가사 중)라고 외치게 되는 공연이었다.
뮤직 페스티벌의 또 다른 묘미는 가수와 한 공간에서 함께 호흡하는 순간이다. 특히 관객뿐만 아니라 아티스트도 이 무대를 손꼽아 기다렸다는 느낌이 들 때 공연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그런 의미에서 10cm의 무대는 잊을 수 없다. 헤드라이너로서 마지막을 장식한 그는 늦은 시간까지 자리를 지켜준 관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좋아하는 공연장에서 오랜만에 무대에 서게 되어 기쁘다는 소감을 먼저 전했다.
그리고 이어진 공연.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폰서트’, ‘그라데이션’처럼 익숙한 곡부터, 아직 발매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처음 듣는 곡까지 모든 무대가 완벽했다. 음원과 거의 흡사한 라이브 실력은 물론, 즉석에서 관객과 함께 응원법을 만들고, 재치 있는 입담으로 분위기를 풀어나가는 모습까지. 즐기는 사람의 에너지가 전달된다는게 이런거구나를 느낄 수 있었던 행복한 순간이었다.
실내 공연이라 덜 신날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했던 건 기우였다. 사운드베리 페스티벌은 그 어떤 야외 페스티벌 못지않게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오히려 스탠딩석과 좌석을 오가며 컨디션을 조절할 수 있어 관객들이 더욱 편안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페스티벌의 시작을 장식한 사운드베리 페스티벌. 매년 참석하고 싶을 정도로 잊지 못할 즐거운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