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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이 연극은 빵을 나눠준다.

   

극 중 빵집의 시식회가 있을 때마다 등장인물들이 나눠주는 빵을 먹으며 함께 즐길 수 있다.

 

좌석은 무대를 가운데 두고 마주보고 있어 마치 이 마을을 바라보는 군중이 된 기분이다. 몰려든 관객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 삶을 지켜보다 빵 한 조각씩을 나눠들고 웃음짓는다. 어디서든 먹을 수 있는 맛의 빵과 케이크지만 따스한 이야기가 함께라서 더 달고 맛있었다.

 


동백당 포스터(제공 프로덕션IDA).jpg

 

 

동백당은 반죽으로 빵을 만드는 연극이다.

 

연극 중 등장하는 대사에 따르면 반죽은 미래다. 어렵고 힘든 일이 있더라도 반죽이 있으면 다시 미래를 꿈꿔볼 수 있다. 삶에 위기가 찾아오고 반죽이 짓밟히더라도 충분한 시간과 따스한 마음들이 모이면 반죽은 결국 빵이 된다. 그리고 반죽이 빵이 되듯 미래에 대한 희망도 충분한 시간과 이야기가 모이면 현실이 된다.

 

구워진 빵을 나눠받으며 웃는 관객들을 보니 빵은 행복의 은유가 아닐까 싶다. 나는 이 연극을 미래를 현실로, 희망을 행복으로 만드는 이야기라고 말하고싶다. 이 글의 첫 문장도 이렇게 바꿔보자. 이 연극은 행복을 나눠준다고. 극장을 나서는 관객들의 표정은 정말로 그래보였다.


작품 속 동백당은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에 필요한 자금을 대가면서 해방의 시기를 이끄는데 큰 기여를 했다. 평화로운 시대가 왔지만 가게 운영은 나날이 어려워져가고, 가게를 둘러싼 다양한 인물들은 빵을 매개로 희망하고 좌절하고 또 일어나서 하루를 살아간다.

 

동백당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해방 이후의 삶, 일제시대와 전쟁이 마음속에 남긴 상흔, 그리고 평범한 소시민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연극 ‘동백당’은 어느 변두리의 인간들이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다. 국적과 상황을 넘어 서로의 가족이 되어주는 이야기이고, 죄책감으로 점철된 삶을 위로하는 이야기다. 숨을 쉬는 반죽이 부풀어오르듯 희망을 키워나가고, 미래의 가능성이 현실이 되는 것을 바라보는 이야기다. 관객들은 웃고 슬퍼하고 안타까워하면서 빵을 나눠먹는다. 따뜻하고 포근한 연극이었다. 이 연극이 어떤 빵(행복)을 나눠줄지 궁금하다면 다음에 찾아올 공연을 기대해주시길!


이 연극은 2024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신작으로 선정된 작품으로 지난 2월 15일부터 23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막을 열었다. 극을 제작한 프로덕션IDA는 그간 연극 ‘배소고지 이야기: 기억의 연못’, ‘그녀를 용서할 수 있을까’, ‘환희 물집 화상’ 등 다양한 장르적 시도를 해왔다.


이번 작품에서도 1947년 군산의 작은 빵집을 배경으로 해방 직후 격동의 시대, 사회적 변화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 스며드는 모습을 조망하며 소시민들의 꿈과 희망을 담았다. 연대과 공동체의 가치를 통해 좌절을 이겨내고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아가는 인물들의 삶은 우리에게 묘한 위로를 준다.

 

김희영 연출은 “어떤 시대에도 희망은 존재하고 꿈꾸는 사람들이 있었다”며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분명 깊은 울림을 주는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날 나눠먹었던 빵 맛을 생각하며 나는 후기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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