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은 흠뻑 빠져 시간을 보내본 적이 있는 주제, 바로 게임이다. 오락을 위한 장르이지만, 오락만을 위한 장르는 아니다. 엄연한 종합 예술 장르 중 하나로서 오피니언 탭 중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게임’. 나 또한 게임을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나의 인생 속 한 시절들을 스쳐 지나간 몇 개의 게임을 되짚어 보고자 한다.
게임과의 첫 만남, 쥬니어네이버 ‘동물농장’
현시점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플레이 되는 게임 방식은 ‘모바일 게임’이라고 예상한다. 2010년 이후에 태어난 친구들은 스마트폰을 쥐고 태어났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러나 20세기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태어난 나에게 첫 게임은 ‘PC 게임’ 종류다. 초등학교에 막 입학할 무렵 처음 내 아이디가 생겼고, 이제는 사라진 쥬니어네이버, 야후! 꾸러기 등 아이들을 위한 사이트 속 게임들을 즐겨 했다.
나의 첫 게임이자 최애 게임은 단연 ‘동물농장’이었다. 동물농장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쥬니어네이버의 대표이자 근본 게임이다. 동물농장에는 다양한 기능들이 있지만, 동물농장이라는 게임의 이름에 걸맞게 ‘동물’과 ‘농장’이 주요 콘텐츠였다. 어릴 때부터 손재주와는 거리가 멀어 멋진 농장 콘테스트에서 상을 탄 적은 없지만, 내 취향을 담아 내 농장을 열심히 꾸몄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때부터 나의 ‘농장 꾸미기’를 향한 예술혼 내지 집착은 시작되었다.
첫 현질 게임, ‘테일즈런너’
초등학교에서 동생티를 벗고 중간 학년으로 올랐을 무렵, 친한 친구의 권유로 ‘테일즈런너’ 게임을 시작하게 되었다. 쥬니어네이버에서 혼자 동물을 키우고 농장을 꾸미던 시대는 진즉 벗어나 닌텐도를 만지고 있었을 무렵이었다. 게임기도 없고, 컴퓨터에 앉아 다른 사람들과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테일즈런너에 홀딱 빠지기 시작했다.
당시 테일즈런너에서는 캐시 충전을 해 ‘연금술사 아이템’을 구매하고 게임 캐릭터를 꾸미는 것이 유행이었다. 너도나도 캐릭터를 꾸미기 위해 캐시 충전을 했지만, 용돈을 받아 엄마를 겨우 졸라 현금을 충전한 나는 다른 선택을 했다. 바로 동물농장 때부터 이어진 ‘팜 꾸미기’였다. 친한 친구들이 보는 것이 고작인 팜을 그렇게까지 집착한 어린 나의 모습을 지금은 이해하기가 조금 어렵다.
나에게 테일즈런너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었다. 팜 꾸미기에 불태운 예술혼 때문만은 아니다. 방과 후에도, 늦은 밤에도 친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정말 게임 안에 사람들, 아니 그 나이에 누구보다 중요한 친구들이 있었다. “우리 학교 끝나고 8시에 테런에서 만나자! 이따 접속해서 봐!”가 가능하던 시기였다.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스마트폰은커녕 내 휴대폰도 없던 시기에 테런은 단체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용이한 공간이기도 했다. 학교 친구들과 여럿이서 만나 시간을 보내고 우정을 다질 수 있는 공간이 바로 게임이었다. 지금 와서 돌아보니 2000년대만의 낭만이고 추억이다.
게임 방송의 시청의 시작, ‘마인크래프트’
몰컴까지 감행하며 흠뻑 빠져있던 테일즈런너는 학년과 친구들이 바뀌자 자연스레 관심이 옮겨갔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며 ‘유투브’가 세상에 관심을 받던 시절이었다. 이제는 나보다 훨씬 게임을 잘 하는 사람들의 플레이를 유투브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만들기에 소질은 없지만 여전히 흥미를 가졌던 나는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을 만나게 됐다.
마인크래프트는 건축부터 서바이벌 게임, 탈출맵 등 여러 가지 컨셉 구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콘텐츠가 다양했다. 특히 보이스 채팅으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크루를 만들어서 게임하는 모습을 부럽게 시청했었다. 동시에 내가 게임을 직접 하지 않고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느낄 수 있음을 깨닫게 된 게임이었다.
‘오버쿡드’의 매력 탐구
성인이 되면서 점차 게임 장르에 대한 관심이 뜸해졌다. 물론 간간이 즐기는 게임은 있었지만, 어릴 때만큼 게임에 빠지지는 않았다. 주변 친한 친구들이 몇 번씩 게임을 옮겨가며 함께 플레이하는 와중에도, 난 꿋꿋하게 무관심의 길을 걸어갔다.
‘폴가이즈’에 이어 최근 친구들 사이의 붐은 요리 시뮬레이션 게임인 ‘오버쿡드’다. ‘오버쿡드’는 제한된 시간 안에 가능한 많은 음식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게임이다. 어느 순간 나를 제외한 친구들 모두가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보며 어리둥절했다. 그래서 오버쿡드의 매력을 알아보고자 직접 플레이해 보기도 했다. 지금까지와 다르게, 게임에 몰입한 친구들을 바라보는 ‘머글’의 시선으로서 오버쿡드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오버쿡드의 매력은 크게 ‘협동 게임’과 ‘귀여움’으로 꼽을 수 있다. 기본 2인 1조, 최대 4인 팀전으로 진행되는 게임으로, 친한 친구들과 보이스 채팅을 진행하며 게임을 플레이하면 재미가 배가 된다. 부엌 내 동선이 꼬이지 않도록 설거지, 굽기, 썰기, 튀기기 등 역할 분담이 필수적이다. 오버쿡드는 같이 만나서 놀기 어려울 때 게임 속 세상에서 만나 깔깔대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 협동해 라운드를 이어나간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또한 캐릭터 디자인 및 맵이 귀엽고 아기자기하다. 2등신 캐릭터로 구성되어 있고, 전체적인 디자인이 장난감같이 둥글둥글하고 무해한 느낌을 준다. 게임 방식도 간단하기 때문에 진입 장벽도 낮은 편이다. '귀여워 보이는 순간 끝이다'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귀여움은 게임의 큰 무기이자 장점이 된다.
적당한 시간의 게임 플레이는 단조로운 하루를 환기하는 취미가 된다. 지금은 예전만큼 꾸준히 게임을 즐기지는 않으나, 오랜만에 온라인 게임에 참여했을 때 발휘되는 승부욕과 짜릿함은 여전하다. 돌아보니 게임은 단순한 재미뿐 아니라 추억, 우정도 돈독하게 다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