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2001년부터 2024년까지 '틱틱붐'의 여정

글 입력 2024.12.30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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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나단 라슨의 자전적인 뮤지컬 <틱틱붐>이 내년 2월 2일까지 coex신한카드artium에서 공연된다.


2010년 오연 이후 신시컴퍼니가 14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공연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관객들을 다독인다. 2001년 한국에 처음 소개된 <틱틱붐>이 지금의 칠연에 이르기까지 그 여정을 톺아본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틱틱붐>이 소개되다


 

[2024뮤지컬틱틱붐] 존(배두훈), 수잔(김수하), 마이클(양희준), 앙상블_edit.jpg

 

 

<틱틱붐>은 원작자인 조나단 라슨이 사망한 후 사장될 위기에 처하지만, 같은 작가의 작품 <렌트>가 1996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라 큰 사랑을 받으며 새로운 기회를 얻는다. 한 배우가 여러 인물을 소화하는 1인극에서 세 명이 나오는 극으로 재정비를 거친 끝에 2001년 오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른 것이다. 서른에 접어든 예술가 '존'의 꿈과 고민을 다룬 이야기는 많은 관객의 공감을 얻어 영국 웨스트 엔드에 진출하고 미국에서는 전국 투어가 열리는 등 흥행에 성공한다.


의외의 사실은 <틱틱붐>이 두 번째로 소개된 나라가 다른 영미권 국가가 아닌 한국이라는 것이다. 그 배경은 2000년 신시컴퍼니가 한국에서 초연한 <렌트>의 성공에 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소재와 다소 낯선 형식이었지만 <렌트>는 젊은 세대의 큰 호응을 얻었고, 신시컴퍼니는 이듬해인 2001년 <틱틱붐>도 소개하기에 이른다. 라이센스 작품이면서도 원작 초연과 거의 동시에 공연이 진행된 이례적인 사례인데, 그만큼 당시 한국에서 새로운 뮤지컬에 대한 수요가 있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틱틱붐> 한국 초연은 <렌트>에 출연했던 남경주가 '존', 최정원이 '수잔' 역을 맡아 다시 한번 열연을 펼쳤다. 또한 강남(아츠풀 센터), 종로(연강홀), 신촌(산울림 소극장) 세 곳의 극장에서 동시에 개막하는 실험적인 시도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단순히 공연장만 달랐던 게 아니라 각 공연장에 따라 연출도 공연팀도 셋으로 나눠서 진행되어 같은 작품이면서도 각각 다른 개성이 있는 공연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2001년부터 2024년까지 <틱틱붐>의 여정


 

[2024뮤지컬틱틱붐] 존(배두훈)_edit.jpg

 

 

초연 이후 한국에서 <틱틱붐>은 2010년까지 2~3년 간격으로 꾸준히 관객을 만나 왔다. 2002년에는 오프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공연팀의 내한 공연이 있었고, 2005년에는 대학로 신시뮤지컬극장 개관작 퍼레이드 '뮤지컬 즐겨찾기!'의 첫 작품으로 공연되었다. 2007년에는 초연때 활약한 심재찬 연출이 군더더기 없는 무대 활용으로 인물에 집중한 <틱틱붐>을, 2010년에는 이항나 연출이 추상적인 무대를 배경으로 '역할놀이를 하는 배우'라는 과감한 형식을 택해 좀 더 실험적인 <틱틱붐>을 선보였다.


<틱틱붐>이 한국에서 꾸준히 사랑받았던 이유 중 하나로 나이에 대한 강박이 심한 한국 사회의 분위기를 꼽을 수 있지 않을까. 이 작품에는 서른 살이라는 구체적인 나이가 제시되는데, 우리나라에서 서른은 분수령 같은 나이로 여겨진다. 서른이 키워드인 노래나 책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정도다. 시간이 흐르며 서른이 주는 느낌도 조금씩 달라졌다지만, 이 즈음 느끼는 두려움과 막막함은 여전하기에 그토록 많은 관객의 공감을 받았을 것이다.


2001년 주연을 맡았던 배우 이석준, 이건명, 배해선의 데뷔 20주년을 맞아 2017년 열렸던 특별 공연을 제외하면 한동안 <틱틱붐>은 무대에서 만나기 어려웠다. 이 작품이 다시 활발하게 이야기되기 시작한 것은 2020년을 지나면서다. 당시 9년 만에 돌아온 <렌트>로 인해 조나단 라슨에 관심을 보이는 관객이 늘었다. 이듬해인 2021년에는 영화 <틱틱붐>이 공개되기도 했다. 뮤지컬 <해밀턴>의 창작자 겸 배우이면서 조나단 라슨의 열렬한 팬으로 알려진 린 마누엘 미란다가 감독을 맡고 앤드류 가필드가 '존' 역을 맡아 화제가 되었던 이 영화를 보고 원작인 뮤지컬을 알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리고 2024년, <틱틱붐>이 새롭게 다시 돌아온다.

 


 

2024년, 변화와 함께 돌아온 <틱틱붐>


 

[2024뮤지컬틱틱붐] 존(장지후), 수잔(김수하), 마이클(김대웅), 앙상블 (2).jpg

 

 

14년 만에 돌아온 <틱틱붐>에는 여러 가지 변화가 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공연 규모의 확대다. 이전까지는 대부분 중소 규모의 극장에서 공연되었지만, 이번에는 지난 <렌트>와 마찬가지로 1000석 규모의 극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무대 위에 서는 배우 세 명에 앙상블 5인이 더해져 총 여덟 명이 무대에 오르는 구성이 되었고, 이에 맞게 악기 구성도 추가되었다. 관객은 이번 공연에서 이전의 <틱틱붐> 공연에서 듣기 어려웠던 풍성한 음악을 만날 예정이다.


규모가 크지 않은 극장에서는 최소한의 소품으로 인물에만 집중하는 연출이 가능했지만, 무대가 커지면 거기에 맞는 새로운 연출이 필요해진다. 이번 공연에서는 가로, 세로, 높이 6미터가 넘는 대형 정글짐이 무대 중앙에 등장한다. 최영은 무대 디자이너와 임재덕 조명 디자이너, 이수경 영상 디자이너의 섬세한 협업으로 탄생한 이 구조물은 공연이 시작되면 조명과 영상이 더해져 존의 집과 그가 일하는 식당, 마이클의 집과 회사 등 다양한 공간을 표현한다. 특히 인물의 섬세한 감정 변화와 심리를 전달하는 데 활용되는 영상은 이전까지의 <틱틱붐>과는 또 다른 느낌의 공연을 선사한다.


캐스팅 부분에서는 실제 30대인 배우들이 출연해 관객이 공감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모습을 표현한다. 배두훈, 장지후, 이해준이 '존' 역을, 방민아와 김수하가 '수잔' 역을, 김대웅과 양희준이 '마이클' 역을 맡았다. 제작사와의 인터뷰에서 배두훈은 유망한 지망생이었던 조나단 라슨에게서 무명 시절의 자신을 봤다고 밝혔고, 방민아도 이번 작품에 출연하며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견뎌낸 시간에 충만한 행복도 있었다는 걸 발견했다고 소감을 전한 바 있다. 배우 각자의 경험이 녹아든 존과 수잔, 마이클을 보며 관객은 자신의 고민도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새롭게 다듬은 번역으로 만나는 넘버들


 

 


이번 시즌 <틱틱붐>의 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번역을 새롭게 다듬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연된 2010년 이후 적지 않은 시간의 공백을 메꾸고 2024년의 관객에게 좀 더 와닿는 작품이 되도록 황석희 번역가가 이지영 연출과 함께 대본과 가사 번역을 다시 작업했다. 기존의 라이센스 뮤지컬이 어색한 번역으로 비판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걸 생각하면 반가운 변화다. 우리 입말에 맞게 다듬어진 번역이 어떤 모습일지 기대를 모은다.


공연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듣게 될 넘버는 '30/90'이다. <틱틱붐>의 원래 제목이기도 했던 이 넘버는 1990년에 30살이 된 남자를 의미한다. 마지막 넘버인 'Louder than words'와 함께 <틱틱붐>을 대표하는 넘버 중 하나로, 이제 막 서른이 된 존이 구구절절 심경을 토로하는 내용이다. 첫 넘버라 자연스레 인물 소개를 겸하는 곡이기도 하다. 다듬어진 번역은 울며 겨자 먹기로 서른 살을 맞이하는 심경을 재치 있는 표현으로 전달한다.


입말의 맛을 특히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넘버로는 'SUNDAY'와 'THERAPY'가 있다. 'SUNDAY'는 모든 캐스트가 함께 부르는 넘버인데, 이번 공연에서는 앙상블이 늘어나 좀 더 합창 같은 느낌의 웅장한 곡이 되었다. 그런 웅장한 분위기와 대비되는 지극히 생활밀착형의 자질구레한 가사가 재미있는 부분이다. 'THERAPY'는 존과 수잔이 싸우는 모습이 담긴 넘버다. 이 역시 리드미컬하게 오가는 대화와 말의 맛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넘버로, 대사와 가사를 암기했을 배우들의 노고를 짐작하게 되는 중독성 있는 곡이다.

 

*

 

새로운 제작진, 새로운 콘셉트로 돌아온 <틱틱붐>은 지난 11월 16일 개막해 순항 중이다. 공연은 내년 2월 2일까지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계속된다.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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