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주년을 기념해 영화 <비긴 어게인>이 재개봉했다.
해당 작품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뜨겁다. 개봉 첫날부터 10년 전 개봉일의 오프닝 스코어를 뛰어넘는 1만 9천 관객을 달성했으며, 영화의 OST는 다수의 음원사이트 일간 차트에 진입했다. <비긴 어게인>을 연출한 ‘존 카니’ 감독의 또 다른 대표작인 <원스> 역시 재개봉하며 관객들은 오랜만에 극장에서 그의 음악영화를 관람할 수 있게 됐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변함없는 감정의 울림을 선사하는 존 카니의 음악영화를 들여다보자.
존 카니가 연출한 작품들의 공통점을 꼽자면 단연 ‘음악으로 소통하는 인물’을 들 수 있다. 이를테면 <원스>의 두 주인공은 나고 자란 배경도 다를뿐더러 서로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지만, 음악에 관해 이야기하며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두 번째 만남에서 함께 ‘Falling Slowly’를 부르는 장면은 이들이 음악적 교류를 통해 본격적으로 서로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비긴 어게인> 역시 음악으로 소통하는 인물들이 다수 등장한다. 영화의 주인공 ‘그레타’는 ‘데이브’가 새로 녹음한 노래를 듣고 그가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노래 가사만으로도 상대방의 속마음을 단번에 알아채는 그레타를 통해, 영화는 이들이 음악으로 강하게 연결된 관계임을 보여준다. 시간이 흘러 다시 서로를 마주하게 됐을 때도 이들은 그동안 각자 만든 앨범을 함께 들으며 대화를 이어 나간다. 메이저 음반 회사와 계약해 녹음실에서 곡을 완성한 데이브와 계약된 음반사도 없이 길거리에서 곡을 녹음한 그레타. 데이브의 앨범에는 대중성이 강조됐지만, 그레타의 앨범에는 그가 생각하는 음악의 진정성이 담겨있다.
오랜 시간 각자 완성해 낸 음악은 이들이 너무도 다른 사람이었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처럼 존 카니의 작품에서 음악은 인물들이 소통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비단 인물뿐 아니라, 음악은 관객과 영화를 더욱 견고하게 연결하기도 한다. <비긴 어게인>에서 그레타와 ‘댄’이 듀얼잭으로 노래를 들으며 뉴욕의 길거리를 거니는 장면은 관객들로 하여금 이들과 함께 길을 걷는듯한 착각에 빠지도록 한다. 영화 속 인물들이 이어폰으로 감상하는 노래는 영화관의 스피커를 통해 스크린 밖으로 전달된다. 관객들은 뉴욕의 밤거리를 음악과 함께 감상하며, 인물들이 느꼈을 감정을 생생하게 경험하게 된다.
<원스> 또한 음악을 통해 관객들과 소통한다. 이 작품은 인물들이 간직한 개인적인 사연을 관객에게 낱낱이 설명하지 않는다. 옛 연인의 모습이 담긴 비디오를 바라보며 쓴 가사, 남편을 떠올리며 만든 곡을 부르는 목소리 등 영화 곳곳에 배치된 음악을 통해 관객들은 인물의 사연을 짐작할 뿐이다. 이는 오히려 영화가 관객에게 전달하는 감정을 더욱 극대화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인물의 삶 그 자체를 노래하는 음악은, 장황한 대사나 내레이션으로는 느낄 수 없는 날것의 감정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난 이래서 음악이 좋아. 지극히 따분한 일상의 순간까지도 의미를 갖게 되잖아. 이런 평범함도 어느 순간 갑자기 진주처럼 아름답게 빛나거든. 그게 바로 음악이야.”
- <비긴 어게인> 中
음악은 평범한 일상에 새로운 의미를 가져다주고, 때로는 지루한 순간에 크고 작은 활력을 불어넣어 주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존 카니의 영화에서도 음악은 인물들의 잔잔한 일상에 새로움을 더하고,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는 장면에서 감정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음악은 대사나 연출 등 영화의 다른 요소가 전달할 수 없는 새로운 영역의 감정을 건드린다. 그의 작품에서 음악은 더 이상 부수적인 존재가 아닌, 영화와 동등한 관계로서 존재하는 것이다.
영화와 관객이 소통하는 색다르면서도 매력적인 방식. 이것이야말로 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관객들이 존 카니의 작품에 열광하는 이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