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브마린>에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인물도, 흥미로운 사건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평범한 인물이 보내는 평범한 나날만이 담겨있을 뿐이다.
영화의 주인공 ‘올리버’는 성숙한 동시에 미숙한 인물이다. 그는 사전을 읽고, 해변을 거닐며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등 또래에 비해 성숙한 분위기를 띤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약자를 괴롭히는 것에 동조하는 등 어리석은 선택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그의 모순적인 면은 영화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올리버는 자신이 나름 어른스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는 아직 미성숙한 10대에 불과하다. 괴롭힘을 당한 친구에게 진심 어린 사과 대신 왕따가 되지 않는 법을 논문으로 작성해 건네는 장면은 그의 성숙함과 미성숙함이 충돌하는 대표적인 예시다.
<서브마린>은 1장과 2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에서는 여자 친구 ‘조다나’를 만나 연인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담겨 있으며, 2장에서는 부모님의 사이가 점차 멀어지는 모습을 조명한다. 관계에 있어 서투른 면이 많은 올리버는 조다나와 부모님을 통해 타인과 소통하는 법을 배워나간다.
올리버는 타인의 감정에 깊이 공감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그는 엄마가 암에 걸려 괴로워하는 여자 친구를 보고도 위로를 건네지 않는다. 대신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아이들이 상실을 배운다는 책의 구절을 읽고 조다나의 개를 죽이려는 계획을 세운다.
이 외에도 올리버는 점차 멀어지는 부모님의 관계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만의 기묘한 방식으로 이들을 다시 화해시키고자 노력하기도 한다.
올리버가 인간관계에 있어 서투른 이유는 그가 모든 관계의 중심에 자신을 투영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미 소원해진 부모님의 사이를 끊임없이 부정하며 변화가 싫은 자신의 이기심을 드러낸다.
조다나와 사귀게 된 이유 역시 그를 사랑해서가 아닌, 자신과 이어질 확률이 높아서였다. 이렇듯 올리버는 타인의 생각이나 감정을 고려하는 것에 익숙지 않은 인물이다. 그는 상대의 내면을 정확히 읽을 수 없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 가령 올리버는 개 알레르기가 있음에도 개를 기르고자 하는 조다나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는 그의 단순한 사고와 부족한 공감 능력을 명확히 보여준다.
영화 속 올리버의 서투른 면은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는 아직 배우고 발전해나가는 청춘이기 때문이다.
“난 내가 누군지 모르겠다. 파이프 담배를 피우고, 동전을 튕기고, 프랑스 사랑 노래를 들어도 모르겠다.”
- <서브마린> 中
이 대사는 올리버의 혼란스러운 내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문장이다.
그의 혼란은 다양한 인간관계를 통해 더욱 커져만 간다. 영화에서 그가 맞닥뜨린 문제들은 극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대신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올리버의 내면은 더욱 단단해졌고, 어떤 난관을 마주해도 버텨낼 것임을 암시하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서브마린>은 청춘, 성장이라는 단어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감독 ‘리차드 아이오아디’는 불안한 청춘의 성장 과정을 드라마틱한 사건이 아닌, 올리버의 평범한 나날들로 그려낸다.
영화의 담담하고 차분한 분위기는 밴드 ‘악틱 몽키즈’의 보컬 ‘알렉스 터너’가 참여한 사운드트랙으로 더욱 극대화된다. 영화 곳곳에 배치된 알렉스 터너의 목소리는 인물의 대사 없이도 많은 것을 설명한다. 잔잔하면서도 서정적인 리듬은 인물의 심리를 세심하게 표현한다.
‘방황하는 청춘’이라는 다소 진부한 주제를 향한 신선한 접근과 감각적인 연출, 알렉스 터너가 참여한 사운드트랙까지. 보는 내내 매력적인 요소를 발견하는 재미로 가득했던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