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출발점에 서서 바라보는 미래 – 박유봄 배우

글 입력 2024.06.02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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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는 이유는 시작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생각만으로 그치는 꿈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니 어떤 일이건 처음 떼는 발걸음에는 타인이 쉽게 가늠할 수 없는 용기가 깃들어 있다. 박유봄 배우의 첫걸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2022년 <트롤리>로 데뷔해 이제 막 배우로서 걸음마를 떼는 중인 그는 올해 열여덟이다. 또래와는 조금 다른 길을 걷기로 선택한 그 마음이 어땠을지 생각해본다.


첫걸음에 이어 다음 걸음을 걷기 위해서는 또다시 많은 다짐과 노력이 필요하다. 요즘 박유봄 배우는 다음 걸음을 위해 오디션을 보러 다니고 새 작품의 촬영 준비를 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가보지 않은 길을 택해 초조할 법도 하지만, 지난 22일 만난 박유봄 배우에게서는 불안한 기색보다 새로운 길을 가는 사람 특유의 반짝이는 눈빛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시작점에 선 사람은 어떤 풍경을 바라보고 있을까. 박유봄 배우에게서 시작하는 사람의 마음을 들어보았다.

 

 

 

'자연스러운 연기'를 추구하는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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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다기보다 재밌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거예요.

제 촬영이 끝났는데도 퇴근하기가 싫었을 정도였어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요.


얼마 전에 캐스팅 소식을 듣고 촬영 일정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작품이 하나 있고, 이제 막 촬영을 시작한 작품이 하나 있어요. 아이돌 역할을 맡게 되어 춤과 노래 트레이닝을 받으며 열심히 연습하는 중입니다.

 

 

데뷔작인 <트롤리> 이야기부터 들어보고 싶어요.


준비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가 오히려 좋지 못한 인상을 남길까 봐 오디션을 안 보다가, 처음으로 지원한 게 <트롤리> 오디션이에요. 오디션 볼 때는 모든 게 처음이었기에 많이 헷갈렸던 기억이 나요. 운이 좋게 작은 역할에 캐스팅이 되어 출연을 하게 되었습니다.

 

 

연기는 언제부터 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춤이나 노래, 운동을 배웠고 아이돌 가수를 꿈꾸기도 했어요. 연기도 처음에는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시작했어요. 그게 중학교 2학년 때예요. 연기를 배우고 첫 테스트 때 심사위원분 중 한 분이 제 연기를 보시더니 연기에 재능 있는 거 알고 시작했냐는 질문을 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어라?’ 하면서 연기를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어요.

 

 

연기에 본격적인 재미를 느끼고 배우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무엇이었는지도 궁금해요.


<트롤리> 촬영 때였어요. 폭염주의보가 내린 날에 야외에서 동복 교복을 입고 촬영해야 하는 장면이 있었죠.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나는 상황에서 걸어 다니고 대사도 해야 되는데, 힘들다기보다 재밌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거예요. 제 촬영이 끝났는데도 퇴근하기가 싫었을 정도였어요. 촬영을 마치고 현장에서 촬영본을 보면서도 정말 뿌듯했죠. 그때 배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트롤리> 이후 크고 작은 여러 작품에 출연했는데, 그중 배우님에게 많은 영향을 준 작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무인도의 디바>라는 작품이 생각나요. 제가 가본 촬영장 중 사람이 가장 많았거든요. 보조출연으로 오셨던 분 중에 저와 함께 다른 작품에서 연기했던 친구들, 동생, 언니분들도 많아서 더 신경이 쓰였어요. 제 역할은 경연에 떨어진 ‘은모래’라는 아이돌을 위로하는 팬이었어요. 많은 사람 앞에서, 그것도 아는 사람들 앞에서 연기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확실히 그때 이후로 많은 성장을 했습니다. 이제는 많은 사람 앞에서 연기하는 게 덜 부끄러워요.

 

 

연기를 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최대한 자연스럽게, 그냥 말하듯 연기하려 노력해요. 처음에는 저도 ‘연기하는 연기’를 했어요. 어떻게 고칠지 고민이 많았는데, 연기 선생님께서 제가 하는 연기를 일단 다 버리고 처음부터 한번 해보자고 말씀해주셨죠. 그래서 아예 발성부터 다시 연습했어요. 이미 한번 굳은 습관을 버리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헷갈리는 부분도 많았지만, 지금은 많이 고쳐서 연기가 자연스럽다는 말을 종종 듣습니다.

 

 

 

정답이 없기에 더 즐거운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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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연기라는 게 재미있어요.

대사 하나를 가지고도 연기 방법은 무궁무진하니 질릴 틈이 없죠."

 

연기를 하며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꿈을 빨리 찾았다고는 하지만 이쪽 분야에서는 저보다 훨씬 더 어릴 때부터 연기를 시작한 친구들이 많아요. 그에 비하면 저는 늦게 시작한 편이니 고민될 때가 있죠. 또, 연기라는 게 정답이 없잖아요. 그 점이 좋은 거긴 하지만 가끔은 참 어려워요. 특히 오디션에서 떨어졌을 때면 왜 캐스팅되지 못했을지 정말 궁금한데 명확한 이유를 알 수 없으니 답답해요.

 

 

오디션 이야기가 나왔으니, 평소 오디션 준비를 어떻게 하는지도 들어보고 싶어요.

 

보통 오디션 하루 전, 좀 여유 있으면 이틀, 3일 전에 지정 대사를 알려줘요. 그럼 그때부터 모든 일정을 멈추고 그 대사를 중심으로 오디션을 준비합니다. 연기만 연습하는 게 아니라 의상이나 소품도 준비해요. 예를 들어 오디션에서 일진 연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떤 스타일의 교복을 입을지, 신발과 가방은 어떠해야 할지 세세하게 고민한 다음 그렇게 갖춰 입고 오디션장에 들어가죠.


또 오디션장에서 연기를 보여드리고 나면 같은 대사로 다른 방향의 연기를 보여달라는 요청을 받을 때도 있어요. 거기에 대비해 2안, 3안도 준비를 해가요. 같은 대사도 밝게 연기할 수 있는가 하면 시니컬하게 연기할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연기라는 게 재미있어요. 대사 하나를 가지고도 연기 방법은 무궁무진하니 질릴 틈이 없죠.

 

 

연기를 시작하면서부터는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일반 시청자와는 조금 다른 관점을 가지게 되었을 것 같기도 한데, 어떤가요?

 

다른 사람은 애틋하다거나 감동적이라고 생각하는 장면을 볼 때면 저걸 어떻게 찍었을까 생각부터 나요. 요즘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를 재미있게 보는 중인데 극중 여자주인공이 물에 빠져 남자주인공이 구해주는 장면이 있거든요. 친구들은 다 남자주인공이 멋있다는데, 저는 찍을 때 진짜 추웠겠다는 생각만 들더라고요. (웃음)

 

 

다른 사람들보다 꿈을 빨리 찾은 편인데, 주변 반응은 어떤가요?

 

우선 친구들이 신기해해요. 촬영했던 작품 두세 개가 연달아 방영되던 시기에는 연락이 끊겼던 친구가 연락을 해오기도 했죠. 제 나이가 내년이면 고3이다 보니 주변에 진로를 고민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저한테 꿈을 어떻게 정했는지, 연기를 어떻게 하게 되었는지 많이 물어봐요. 저는 꼭 공부가 아니고 아니더라도 분명 본인이 재능 있는 분야가 있을 텐데, 그걸 찾아보자고 늘 이야기 나눕니다.

 

 

한편으로는 남들과 다른 길을 간다는 사실에 불안할 때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불안하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인데, 최대한 의식하지 않으려고 해요. 한번 그런 쪽으로 생각을 하다 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부정적인 감정이 커지거든요. 그런 생각이 들 기미가 보이면 일단 밖에 나가 한 바퀴를 뛰거나 아니면 친구들한테 만나자고 연락을 해요. 연기 선생님이나 같이 연기하는 친구들과 대화도 많이 하는데, 도움이 돼요.

 

 

그럼 유봄님만의 ‘멘탈 관리법’이 있다면 무엇인지도 들어보고 싶어요.


친구를 많이 만나고 다녀요. 특히 아예 다른 분야에 있거나 제가 연기를 하기 전부터 알았던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많은 위로를 받아요. 고민도, 보는 풍경도 서로 다르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서로에게 더 위로되는 말을 해줄 수 있는 것 같아요.

 

 

 

시작점에 선 내가, 미래의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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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제 이름을 말을 하면 ‘아, 그 연기 잘하는 사람’이라는 말이

제일 먼저 나올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유봄님이 생각하는 ‘좋은 연기’, ‘좋은 배우’는 어떤 건지도 들어보고 싶어요.

 

나만 느끼고 공감하는 게 아니라 시청자분들이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연기가 좋은 연기라고 생각해요. 좋은 배우도 마찬가지고요. 사실 어렵죠. 아직 명확히 정의 내릴 수는 없지만 저도 좋은 연기를 하는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캐릭터와 작품 분석을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분석은 어떻게 하시는지도 들어보고 싶어요.

 

주변을 보면 정말 하나하나 다 체크하시는 분도 계시고, 그렇게까지는 안 하는 분도 계신데, 저는 최대한 깊이 분석하되 그걸 말로 표현하는 연습은 굳이 하지 않아요. 말로 자꾸 뱉다 보면 나중에는 캐릭터가 너무 정형화되어서 실제로 촬영에 들어갔을 때 연기하는 티가 너무 나더라고요.

 

 

그럼 연기 롤모델이나 평소 좋아하는 배우가 있나요?

 

제 평생 롤모델은 염혜란 선배님이세요. 진짜 좋아해서 배우님이 출연하신 작품을 거의 다 봤을 정도예요. 작품마다 다 다른 사람처럼 보이는 게 너무 신기해요. 선배님 연기를 볼 때면 저도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완전히 녹아드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마침 제가 최근에 캐스팅된 영화의 주연 배우분들 중 한 분이 염혜란 선배님이세요. 운이 좋으면 현장에서 뵐 수도 있을 것 같아 매일 기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나 캐릭터가 있나요?

 

<사랑의 불시착>을 정말 좋아해서 언젠가 북한말을 쓰는 역할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장르로 말하자면 블랙코미디나 재난영화를 좋아하는데, 그래서 그런 장르에 나오는 이른바 ‘박복한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어요. 뛰고 구르기도 많이 하고, 고난과 역경을 겪으며 헤쳐나가는 캐릭터요. 꽤 다양한 역할을 해봤는데 아직 그런 캐릭터는 못 맡아봤어요.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요? 마지막으로, 10년 뒤의 박유봄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그냥 제 이름을 말을 하면 ‘아, 그 연기 잘하는 사람’이라는 말이 제일 먼저 나올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10년 뒤의 유봄아, 아마도 이제는 주요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가 되지 않았을까 싶어. 잘 되었으면 좋겠고 여전히 주연, 은지와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고, 논란 없이 담백한 사람이면 좋겠다.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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