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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타 에리카 주연 영화 '아침이 오면 공허해진다'의 주된 내용은 주인공 '이이즈카'의 '회사 퇴사 이후의 일상'이다.

 

<리틀 포레스트>, <심야식당>, <바닷마을 다이어리>등 특유의 잔잔한 일본 영화 감성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이 작품에서 눈에 띄는 점은 '평범함'이었다.

 

시청자의 기분이나 시각을 색다르게 전환시키기 위해, 또는 거창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특별하고 이색적인 장소로 여행을 떠난다거나, 입이 떡 벌어질만한 놀라운 사건들이 펼쳐지거나, 일상에서 꽤 벗어난 느낌의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들이 이 영화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정말 '일상'적이고 '평범'해서 누구나 겪을법한 상황을 영화 러닝타임 1시간 15분 내내 다루고 있다.

 

어찌보면 영화스럽지 않은, 다큐멘터리나 유튜브 브이로그도 이렇게 찍으면 심심하지 않을까 그러한 우려가 드는, 영화였다.

 

나에게 이 영화는 '영화스럽지 않다'는 느낌에서 차별성을 가지고, 색다른 충격을 주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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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첫 장면에서 이이즈카는 여느 때와 같이 회사로 출근을 하던 와중 멈춰서 퇴사를 결심한다. 멀끔한 차림새와 대비되는 어딘가 공허하고 초라해보이는 눈빛이 이 여자의 지난 날들을 짐작케해준다. 분명히 그러한 결심을 저 자리에서 처음, 한 번에 한 것은 아닐것이다.

 

"나 하나쯤 사라져도 이 세상은 변함없이 돌아간다"는 주인공의 나즈막한 독백이 들려온다. 마치 이 세상에 의미없고 초라한 소모품으로 전락해 버린듯한 주인공의 모습. 주인공답지 않은 모습. 우리 모두의 모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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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이후, 자취를 하는 이이즈카는 생계를 위해 곧바로 편의점 아르바이트 일을 시작한다.

 

회사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직종과 환경이 바뀌어 전혀 다른 삶을 사는 것 같지만 어쩐지 그녀의 무기력한 마음과 정신상태는 고된 삶의 연장, 반복을 보여주는 듯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여지없이, 그녀는 또 다시 삶의 무게를 견뎌낸다. 먹고 살려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밖으로 나가 굳은 일을 감당하며 돈을 벌어야한다. 반복되는 일상, 잡일, 담배를 빨리 내놓으라며 언성을 높이는 진상 아저씨 고객, 연장근무를 부탁하는 편의점 사장.

 

어느 날, 이이즈카의 무기력한 일상에 조금에 변화가 생긴다.

 

중학교 시절 같은 반이었던 친구 '오오토모'와 마주친 것. 둘은 서로를 곧장 알아보지만 아는 체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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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며칠 뒤, 가게 정리를 하던 이이즈카에게 오오토모가 조심스레 다가와 인사를 건네고, 둘은 연락을 주고 받으며 부쩍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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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적인 '이이즈카(주인공)'와 부모님의 이혼으로 갑작스레 전학을 간 뒤, 학창 시절 친구들과 굳이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내던 '오오토모(친구)'는 그렇게 우연한 계기로 만나 꽤나 오래토록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절친 사이가 되었다.

 

오오토모는 그 날 그렇게 이이즈카를 만난 이후 마음이 가고, 챙겨주고, 만나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친구', '인연'이라는 것은 이렇게 거창한 이유나 목적 없이 어느날 자연스레 서로를 아끼고 생각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사소하게보이는 이러한 마음들은 누군가의 일상의 변화를 주고, 변화되는 인생의 시발점이 되기도 한다. 그러한 운명은 언제나 우리 주변에서 도사리고있다.

 

각박하고 무료한 인생 속, 한 줄기 빛과 같은 존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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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함께 사는 오오토모(친구)네 집에 초대를 받은 이이즈카(주인공). 이이즈카는 매일 같이 진행되는 야근, 타 동료들에 비해 일을 제대로 완수해내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에 어느새 인생 자체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고 돌연 퇴사를 하여 반 년 째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믿을 수 있는 대상에게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양껏 눈물 흘리는 장면. 이는 영화를 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미 겪었을, 스쳐지나갔을 장면이기도 하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야. 울고 난 후에 다시 웃는 이이즈카의 모습처럼. 우리도 그렇게 될 거야. 그러한 위로를 건네받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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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그만 두었다. 회사라는 단체에 어울리지 않아 낙오되었다.

 

새로운 곳에서 일을 시작한다. 그곳에선 긍정적이고 씩씩한 아르바이트 동료 동생을 만나고, 관심이 조금 가는 남자 아르바이트생을 만나고, 잊고 지냈던 소중한 동창생 친구를 만난다.

 

또다른 일상 속 선물과 경험들이 계속해서 찾아온다. 이렇게 인생은 계속해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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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퇴사를 한 이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이즈카(주인공)의 일상'

 

어디선가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영화'라는게 별 거 없는 우리네 인생에 색을 입히는 것이라고. 이 영화에 정말 어울리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의미없고, 무료하고, 지루하고, 단조롭고 때로는 한심하게 느껴지는 일상이라도 새로운 만남, 새로운 날들은 계속 되며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본인을 아껴주면 된다고.

 

그런 위로와 메시지를 주는 영화였다.

 

영화 특성상 상업 영화관보다 특정 시사회에서 상영이 되고 있는데 시사회 영화를 처음 관람해봐서, 그리고 이러한 류의 영화를 영화관에서 처음 관람해보아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누군가는 이 영화를 보고 너무 심심하고 밋밋하다고 평할 수도 있겠지만 평소 액션영화, 스릴러 영화 등 오감에 강렬한 자극을 주는 영화를 선호하지 않는 편인 나에게는 적합한 재미를 주는 영화였다. 지나치리만큼 강렬한 자극을 받으면 오히려 마음이 더 공허해지고 내 삶의 방향을 잃는듯한 기분이 든다.


나 역시 주인공과 비슷한 이유로 퇴사를 하고, 혼자 자취를 하며 다시 취업 준비를 하는 상황에 알맞은, 담백한 위로를 받은 느낌이었다. 별 것 아닌 내 인생도 제3자의 시각에서 재구성하면 충분히 저렇게 아름다운 영화 속 장면이 될 수 있겠구나 내가 함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도 들었다.


눈에 띄는 성과, 뚜렷한 목표의식과 꿈, 화려한 삶만이 영화의 소재가 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묵묵히 보여주는 것 같았다. 우리네 삶이 그러하듯이.


모두의 인생은 그에 맞는 색이 있고 이야기가 있다. 많은 인생들 중 한 인생을, 한 영화를 본 것 같아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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