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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이라 하면 흔히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는 능력’, ‘아이디어’, ‘예술’ 등의 키워드들이 떠오른다. 이 책에서 다루는 ‘창의성’은 우리가 기존에 알던 의미에서 보다 더 거시적 배경을 바탕으로 시대의 흐름에 따른 진정한 창의성의 의미와 발전에 대해 새로 알아가게 한다.

 

제 2차 세계대전 승리 이후, 정치, 경제적 세계 최강국이 된 미국은 새로이 소유하게 된 엄청난 권력을 두고 이에 대한 활용 방안을 모색하게 된다. 영국의 산업 혁명과 그에 따른 인간 기계화 문제와 마찬가지로 미국에서 역시 정책, 노동, 기업 관리, 군사 지출 등 여러 분야에서의 극도의 효율성 추구는 사람들을 영혼 없는 기계로 전락시키고 만다. 당시 모든 사람들이 느끼기에 대중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획일성’ 이었다.

 

기계적이고 관념적인 사상을 넘어 주체적이고 인간적인 창의력을 통해 이와 관련한 다양한 학문적 연구와 시도들로 교육 정책, 경제 정책 등 전반이 발전되었고 본질적인 세상의 변화가 일어났다. 이제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비즈니스, 개인, 인류, 지구에 대한 만병 통치약으로 활용된다.

 

초기 창의성 연구는 매우 실용적인 목표에서 시작되었다. 전후 시대는 적색공포 (공산주의에 대한 극도의 공포)가 미친 문화적 영향으로, 공산주의를 연상시키는 구조적 설명보다 심리학적 설명을 선호하였다. 동시에 심리학은 산업 자본가들과 정부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실용적 가치 또한 겸비하여야 하였고 이를 위해 진행된 심리학 관련 핵심 산업 중 하나는 ‘창의적 인재들을 선발하는 연구 개발’이었다. 이에 따른 다양한 창의성 측정 및 적용 연구 모델들이 수차례 등장하였다.

 

창의성 연구는 이전의 천재성 연구들과는 여러 측면에서 달랐다. 유전이나 인종에 초점을 두지 않아 인종적 논란에서 벗어났고 이념적으로 구미에 맞을 뿐 아니라 연구하기에도 쉬웠다. 창의적 생각은 ‘발산적 사고’ (문제에 대해 가능한 여러 가지 답을 다양하게 산출하는 사고)과 직결되었으며 유창성, 독창성, 실행 가능성에 따라 평가되었다.

 

1962년 5월과 6월, ‘시넥틱스: 창의적 잠재력 개발을 위한 새로운 방법’ 이라는 소책자가 USMC의 고위 경영진과 연구 관리자들 사이에서 회람되었다. 시네틱스(생소한 특정 문제에 대해 그것과 유사한 친숙한 유형을 찾아내고 개인적, 직접적, 상징적 유추 따위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는 방법)은 사실상 개인 치료의 일종이었다. 이 방법은 미국의 전문직 종사자들의 자아에 생긴 분열을 치유하고, 조직 속의 인간을 다시 온전한 사람으로 회복시키는데 큰 공헌을 하였다.

 

비슷한 시기, 미국의 토런스 연구 팀은 TTCT에서 따온 여러 과제를 활용해 창의성 식별과 개발 연구를 적용하였다. 그는 교실에서 예술교육을 장려하고, 정답이 정해진 과제 대신 여러가지의 가능성과 답이 열린 형태의 과제를 활용하며, 창의적 사고 훈련을 체계적으로 시행할 것을 제안했다. 유명한 탐험가와 발견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음반 세트를 제작하는 등 각 활동에는 교사와 학생 모두 발산적 사고 훈련을 진행할 수 있는 활동이 포함되어 있었다.

 

창의성 연구는 나아가 광고업계와 엔지니어 영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용적으로 활용되었다. 당시 많은 광고 회사는 조직 구조를 재정비하여 창의적 인재들이 관료적 층위에서 벗어나도록 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브랜딩이 광고에 있어 중요함을 인정받기 시작하였고 대표적으로 DDB의 모델을 채택하여 운영하였다. 이는 카피라이터 팀과 아티스트 팀이 임원으로부터 분리된 채 각각 작업하되 서로 긴밀히 협력하는 방식이었다. 이를 통해 그들의 생각이 상충되거나 불합리한 의견들로 손상되거나 왜곡되지 않고 온전하게 구현될 수 있었다.

 

1960년대 중반, 창의성 연구는 이미 초기 목표 중 많은 부분을 달성한 상태였다. 창의적 능력 평가가 공군과 NASA에서부터 제너럴 일렉트릭에서 쇼클리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주요 조직에서 활용되고 있었다. 수백 편의 논문이 발표되었고 심리학 교과서와 학부 강의 계획서에 창의성 연구가 포함되기 시작하면서 창의성이라는 주제는 점차 학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미국의 학자 아널드는 사회 설계를 정치가들에게 전적으로 맡기기보다 엔지니어들이 삶의 더 많은 영역을 점유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는 창의적인 엔지니어가 사회적 불평등을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어떻게든 원료를 더 유용하게 만들고, 에너지를 더 멀리 전달하며, 모든 인간의 삶을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1970년대 이후 ‘창의성’은 본격적으로 우리의 집단적 어휘와 상식 속으로 깊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이 시기의 창의성은 독일의 사회학자 안드레아스 레크비츠가 제시한 ‘창의성 디스포지티브’ 라는 개념으로 설명될 수 있다. 이는 미국 문화 뿐 아니라 유럽, 호주, 아시아의 여러 지역에서 뚜렷한 문화적 방향성이 되었다. ‘창의성 디스포지티브’는 우리의 언어, 제도, 정체성에 깊이 내재된 전반적인 창의성 지향 성향을 뜻한다.

 

이 새로운 경제 질서는 가치관의 변화를 동반했다. 과거 사회가 중시한 것이 신뢰성, 충성심, 전문성, 팀워크였다면 새로운 질서는 기업가 정신, 유연성, 그리고 관습을 거스르는 태도였다. 1970년대 이후의 시기는 개인의 해방, 자기 계발, 인간 잠재력, 정체성과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자유로운 탐색이 활발히 이루어진 시기였다. 이는 자기실현에 대한 갈망을 충족시키는 소비 자본주의와 완벽히 맞아떨어졌다.

 

‘창의성에 집착하는 시대’ 저서를 통해 창의성이 단순히 개인의 일상 변화, 아이디어를 적용한 재미추구, 자아실현 등의 개념을 넘어 인류 사회와 문화 산업 전반의 유의미한 발전을 도모하고 보다 더 다양한 기술, 의료 분야 등에서 또한 적용되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항상 전문적인 연구 저서를 통해서는 집약적으로만 알던 특정 개념에 대해 미시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거시적인 바탕, 배경, 개념의 적용을 통해 폭넓은 지식의 창을 늘릴 수 있다고 느낀다. ‘창의성’ 이라는 다소 모호하고 막연한 핵심 개념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례들과 이론적인 접근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초반에는 비슷한 표현과 연구 사례들이 계속 반복되는 듯한 느낌에 읽기에 다소 지루한 느낌도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산업분야에서 창의성이 어떻게 활용되어왔는지 알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시사점을 가진 책이라고 생각한다.

 

'창의성'에 대해 창의적으로 접근하지 못했었는데 '창의성'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얻어갈 수 있는 뜻깊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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