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거의’ 완성된 마을에서 일어난 불완전한 사랑 이야기 - 올모스트 메인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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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기적 같은 일이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도 조그만 기적일 것이다
모든 조건이 딱 맞아 떨어질 때
눈이 내리기 때문이다
사랑도 그렇게 내린다.
- <올모스트 메인> 시놉시스
시린 겨울이 지나고 오지 않을 것 같던 봄이 성큼 다가왔다. 벚꽃이 곳곳에 만개해 SNS에 실시간 벚꽃.JPG와 같은 게시글이 대량 속출하고 있어, 봄의 시작을 더욱 실감하는 요즘이다.
벚꽃 시즌에는 항상 함께 떠오르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사랑’이다. 새 학기와 새 계절이 주는 특유의 몽글몽글함 때문인지 새로운 연인들의 탄생도 유독 많은 것 같다.
이맘때 딱 연인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연극이 있다. 시놉시스부터 사랑, 사랑, 사랑… 사랑에 대해 다루고 있기에 사랑하는 연인과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연극이다.
<올모스트 메인>은 눈 내리는 겨울밤, 한국에 오로라가 뜬다는 신비한 설정으로, 한국에서 일어나는 여덟 커플의 마법 같은 사랑의 이야기를 8가지의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한 연극이다. 이때 오로라는 무빙라이트를 사용하여 무대 업 스테이지 벽면에 색색의 빛을 만들고 그 범위를 키워나가는 조명 기법을 활용하였는데, 마치 관객이 오로라 안에 들어와 있다고 느끼도록 유도하였다.
[프롤로그]
가까워지고 싶은 여자와 남자. 하지만 왜인지 가까워질수록 멀어진다. 그리고 멀어질수록 가까워진다.
[돌려줘]
결혼하고 싶은 여자와, 아무 생각이 없는 남자. 이제 알겠다. 이 남자와 끝내야 한다는 것을. 어떻게 끝내는 게 좋을지 생각하다 서로의 사랑을 돌려받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남자는 여자에게 받은 사랑을 주기가 망설여지는데.
[본다는 것]
제재소에서 일하며 오랫동안 친구로 지내 온 두 남녀. 자신을 이성으로 바라보지 않는 여자에게 남자가 그림을 선물한다. 하지만 여자는 그런 남자의 마음을 몰라주는데. 과연 남사친 여사친 사이가 이어질 수 있을까?
[아파]
올모스트 메인 어디쯤에 있는 세탁실. 여자는 다림질을, 남자는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다. 이 둘은 같은 아파트 주민이다. 많이들 그렇듯, 알지만 모르는 사이다. 여자가 우연히 휘두른 다리미판에 남자가 맞게 되고, 여자는 남자의 비밀을 알게 된다.
[호프의 희망이야기]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그를 만나기 위해 한밤중에 택시를 타고 163마일의 거리를 달려온 여자. 하지만 그가 살던 곳에 더 이상 그는 없고 다른 남자가 살고 있다. 당황한 여자는 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데.
[슬픔과 기쁨]
올모스트 메인 어디쯤에 있는 클럽. 우연히 재회한 옛 연인들. FRIDAY NIGHT SPECIAL! 클럽에서 슬픈 일이 있는 사람에게 맥주가 공짜라고 홍보하지만, 남자는 전혀 슬프지 않다. 오늘 밤 그녀를 만나 기쁘다.
[빠졌어]
세상 누구보다도 친한 친구인 두 촌놈. 둘 다 데이트에 실패해서 우울하게 앉아 있다. 그런데 오늘 두 남자에게 이상한 일이 생긴다. 최근 불운만 가득했던 두 남자에게 이제는 좋은 일이 올 수 있을까?
[그녀의 심장]
오로라를 보기 위해 올모스트 메인까지 찾아온 낯선 여자, 그리고 자신의 집 앞을 서성이는 여자를 바라보는 남자. 올모스트 메인 주민들에 관한 소문을 듣고 남의 집 마당을 침범한 그녀가 싫지 않다. 하지만 그녀, 어딘가 이상하다.
각 에피소드에는 반전이 조금씩 숨겨져 있다.
그렇지만 에피소드 설명글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다양하고 특이한, 그러나 우리 일상에서도 일어날 법한 사랑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북부 메인주의 지도에는 없는 마을, ‘올모스트 메인’. 행정상 13구역 12블록에 위치한 아담한 마을인 이곳은 아직 행정 정리가 되지 않고 지명이 없어서, 마을 사람들끼리 ‘거의’ 다 준비되었다고, ‘거의 메인 주가 다 되었다’고 의미를 붙여 ‘올모스트 메인(Almost Main)’이 되었다.
‘올모스트 메인’ 마을에서 일어나는 여덟 커플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올모스트 메인>을 관람하며, 결국 공연이 이야기하는 ‘사랑’의 원형을 알 수 있었다. 바로 ‘불완전성’이다.
아직 행정 정리도 되지 않은 마을처럼 마을 사람들의 사랑도 불완전한 상태다. 멀어지려고 할수록 가까워진다는 제법 미친 소리가 한 편으로 이해되는 것도, 사랑이 어떤 감정인지, 아픈 것인지 무서운 것인지 알지 못하는 남자가 비로소 조금은 알게 된 것도 모두 불완전함에서 나온 것일 테다.
불완전성. 이는 동시에 인간의 모습이기도 하다. 어쩌면 사랑이 불완전한 이유는 불완전한 인간이 가지는 감정이어서일지도.
필자는 에피소드 중 ‘아파’와 ‘호프의 사랑 이야기’, '본다는 것’이 매우 인상 깊었다. 숨겨진 반전도 매력적이었고, 배우들의 연기가 일품이었는데, 무엇보다 위에서 언급한 불완전한 인간과 사랑, 그리고 이러한 사랑을 마주한 인간의 모습을 잘 느낄 수 있어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이 말을 좋아한다. 특히 사랑과 붙었을 때 이 부사의 힘은 더욱 강력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완전한 인간이 사랑하고 이별하고, 사랑에 빠지지 않으리라 다짐해도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것. 직관적으로 사랑을 표현하고자 했던 <올모스트 메인>을 통해 경험해 보기를 바란다.
[권수현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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