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거의’ 완성된 마을에서 일어난 불완전한 사랑 이야기 - 올모스트 메인 [공연]

사랑이 불완전한 이유는 불완전한 인간이 가지는 감정이어서일지도
글 입력 2024.04.04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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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기적 같은 일이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도 조그만 기적일 것이다

모든 조건이 딱 맞아 떨어질 때

눈이 내리기 때문이다

사랑도 그렇게 내린다.

 

- <올모스트 메인> 시놉시스

 

 

시린 겨울이 지나고 오지 않을 것 같던 봄이 성큼 다가왔다. 벚꽃이 곳곳에 만개해 SNS에 실시간 벚꽃.JPG와 같은 게시글이 대량 속출하고 있어, 봄의 시작을 더욱 실감하는 요즘이다.

 

벚꽃 시즌에는 항상 함께 떠오르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사랑’이다. 새 학기와 새 계절이 주는 특유의 몽글몽글함 때문인지 새로운 연인들의 탄생도 유독 많은 것 같다.

 

이맘때 딱 연인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연극이 있다. 시놉시스부터 사랑, 사랑, 사랑… 사랑에 대해 다루고 있기에 사랑하는 연인과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연극이다.

 

<올모스트 메인>은 눈 내리는 겨울밤, 한국에 오로라가 뜬다는 신비한 설정으로, 한국에서 일어나는 여덟 커플의 마법 같은 사랑의 이야기를 8가지의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한 연극이다. 이때 오로라는 무빙라이트를 사용하여 무대 업 스테이지 벽면에 색색의 빛을 만들고 그 범위를 키워나가는 조명 기법을 활용하였는데, 마치 관객이 오로라 안에 들어와 있다고 느끼도록 유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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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가까워지고 싶은 여자와 남자. 하지만 왜인지 가까워질수록 멀어진다. 그리고 멀어질수록 가까워진다.

 

[돌려줘] 

결혼하고 싶은 여자와, 아무 생각이 없는 남자. 이제 알겠다. 이 남자와 끝내야 한다는 것을. 어떻게 끝내는 게 좋을지 생각하다 서로의 사랑을 돌려받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남자는 여자에게 받은 사랑을 주기가 망설여지는데.

 

[본다는 것] 

제재소에서 일하며 오랫동안 친구로 지내 온 두 남녀. 자신을 이성으로 바라보지 않는 여자에게 남자가 그림을 선물한다. 하지만 여자는 그런 남자의 마음을 몰라주는데. 과연 남사친 여사친 사이가 이어질 수 있을까?

 

[아파]

올모스트 메인 어디쯤에 있는 세탁실. 여자는 다림질을, 남자는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다. 이 둘은 같은 아파트 주민이다. 많이들 그렇듯, 알지만 모르는 사이다. 여자가 우연히 휘두른 다리미판에 남자가 맞게 되고, 여자는 남자의 비밀을 알게 된다.

 

[호프의 희망이야기]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그를 만나기 위해 한밤중에 택시를 타고 163마일의 거리를 달려온 여자. 하지만 그가 살던 곳에 더 이상 그는 없고 다른 남자가 살고 있다. 당황한 여자는 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데.

 

[슬픔과 기쁨]

올모스트 메인 어디쯤에 있는 클럽. 우연히 재회한 옛 연인들. FRIDAY NIGHT SPECIAL! 클럽에서 슬픈 일이 있는 사람에게 맥주가 공짜라고 홍보하지만, 남자는 전혀 슬프지 않다. 오늘 밤 그녀를 만나 기쁘다.

 

[빠졌어] 

세상 누구보다도 친한 친구인 두 촌놈. 둘 다 데이트에 실패해서 우울하게 앉아 있다. 그런데 오늘 두 남자에게 이상한 일이 생긴다. 최근 불운만 가득했던 두 남자에게 이제는 좋은 일이 올 수 있을까?

 

[그녀의 심장] 

오로라를 보기 위해 올모스트 메인까지 찾아온 낯선 여자, 그리고 자신의 집 앞을 서성이는 여자를 바라보는 남자. 올모스트 메인 주민들에 관한 소문을 듣고 남의 집 마당을 침범한 그녀가 싫지 않다. 하지만 그녀, 어딘가 이상하다.

 

 

각 에피소드에는 반전이 조금씩 숨겨져 있다.

 

그렇지만 에피소드 설명글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다양하고 특이한, 그러나 우리 일상에서도 일어날 법한 사랑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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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 메인주의 지도에는 없는 마을, ‘올모스트 메인’. 행정상 13구역 12블록에 위치한 아담한 마을인 이곳은 아직 행정 정리가 되지 않고 지명이 없어서, 마을 사람들끼리 ‘거의’ 다 준비되었다고, ‘거의 메인 주가 다 되었다’고 의미를 붙여 ‘올모스트 메인(Almost Main)’이 되었다.

 

‘올모스트 메인’ 마을에서 일어나는 여덟 커플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올모스트 메인>을 관람하며, 결국 공연이 이야기하는 ‘사랑’의 원형을 알 수 있었다. 바로 ‘불완전성’이다.

 

아직 행정 정리도 되지 않은 마을처럼 마을 사람들의 사랑도 불완전한 상태다. 멀어지려고 할수록 가까워진다는 제법 미친 소리가 한 편으로 이해되는 것도, 사랑이 어떤 감정인지, 아픈 것인지 무서운 것인지 알지 못하는 남자가 비로소 조금은 알게 된 것도 모두 불완전함에서 나온 것일 테다.

 

불완전성. 이는 동시에 인간의 모습이기도 하다. 어쩌면 사랑이 불완전한 이유는 불완전한 인간이 가지는 감정이어서일지도.

 

필자는 에피소드 중 ‘아파’와 ‘호프의 사랑 이야기’, '본다는 것’이 매우 인상 깊었다. 숨겨진 반전도 매력적이었고, 배우들의 연기가 일품이었는데, 무엇보다 위에서 언급한 불완전한 인간과 사랑, 그리고 이러한 사랑을 마주한 인간의 모습을 잘 느낄 수 있어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이 말을 좋아한다. 특히 사랑과 붙었을 때 이 부사의 힘은 더욱 강력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완전한 인간이 사랑하고 이별하고, 사랑에 빠지지 않으리라 다짐해도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것. 직관적으로 사랑을 표현하고자 했던 <올모스트 메인>을 통해 경험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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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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