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랑을 기억해요, 뮤지컬 렌트

인생의 시간을 어떻게 잴까. 사랑은 어떨까?
글 입력 2024.01.10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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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장과 날개, 어느 쪽을 택하겠어?’

 

조너선 라슨의 삶을 다룬 넷플릭스 뮤지컬 영화 <틱, 틱... 붐!>의 마지막 넘버 “Louder Than Words’는 때로 세상을 바꾸는 청춘의 뜨거운 어리석음을 노래한다. 청춘의 불안과 좌절, 그리고 어리석음을 고스란히 담아낸 영화는 그 모두를 감싸는 희망을 노래하면서, 조너선 라슨 본인의 불꽃 같은 삶과 함께 끝난다.

 

좋아하는 배우가 나온다고 해서 본 작품이었는데, 오히려 영화가 끝나고 기억에 남은 건 조너선 라슨의 삶 그 자체였다.

 

그가 숱한 좌절 속에서도 끈질기게 전하고자 한 메시지가 무엇이었는지 조금 이해하게 되자 그의 대표작 <렌트>가 무척 궁금해졌는데, 얼마 전 좋은 기회로 3년 만에 돌아온 <렌트>의 9번째 시즌을 직접 볼 수 있었다.

 


[2023뮤지컬렌트] La Vie Boheme.jpg

 

 

뮤지컬 <렌트>는 조너선 라슨의 오랜 화두였던 젊음의 사랑과 불안을 노래한다. 직업도, 취향도, 삶의 자세도 다른 청춘들은 온 힘을 다해 사랑하고, 동시에 점점 가까워져 오는 죽음을 두려워한다.

 

등장인물들은 록, 탱고, R&B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빌려 꿈과 예술, 재개발과 시위, 마약과 에이즈를 노래하는데, 시시각각 요동치는 이야기와 멜로디는 그들의 청춘만큼이나 다채롭고 폭발적이다.

 

다양한 인물의 서사가 어지럽게 교차하기에 극의 흐름을 따라가기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그 모든 이야기가 결국 ‘사랑’이라는 주제로 한데 묶이기에 <렌트>는 묘한 완결성을 지닌다. 꿈과 사랑을 노래하는 1막의 짧은 행복 뒤에 이어지는 2막의 긴 고뇌와 불안마저 결국은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꿈과 현실의 괴리를 마주한 마크의 좌절도, 연인과의 관계가 잘 풀리지 않는 조앤과 로저의 고뇌도 그렇다. 사랑으로 시작된 불안이었기에, 결국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현실에 지쳐 뿔뿔이 흩어지던 등장인물들은 작품의 감초 캐릭터이자 사랑의 전도사인 엔젤의 죽음을 계기로 다시 모인다. 그들은 엔젤이 남기고 떠난 삶과 사랑의 가치를 되새기며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기로 다짐한다. 현실은 여전히 차갑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삶과 사람에 대한 사랑을 놓지 않은 그들은 마지막에 기적 같은 순간을 맞이한다.

 

병세가 악화되어 사경을 헤매던 미미가 다시 일어나는 장면은 언뜻 비현실적이지만, 조너선 라슨이 그의 작품에서 꾸준히 말해 왔던 '희망'을 무엇보다 선명하게 담아낸 결말이었다.

 


[2023뮤지컬렌트] Today 4 U_엔젤(김호영).jpg

 

 

그래서일까, 필자를 포함한 많은 관객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 등장인물로 엔젤을 꼽는다. 이는 그의 톡톡 튀는 캐릭터 덕분이기도 하지만, 그가 바로 조너선 라슨이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희망, 즉 사랑 그 자체를 의미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렌트>의 대표 넘버이자 원래 엔젤의 장례식 장면에서 추모곡으로 쓰일 노래였던 ‘Seasons of Love’의 가사처럼, 그는 등장인물은 물론 관객들도 자신들의 시간을 사랑으로 잴 수 있게 해 주었다.

 

“525,600분의 귀한 인생의 시간을 어떻게 잴까. 사랑은 어떨까?”

 

 

[박호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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