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쇼팽을 연민하며 - 쇼팽, 블루노트

글 입력 2024.01.02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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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을 좋아합니다. 공연을 앞두고는 그의 작품들을 좋아해왔다는 것을 알았지만요.

 

쇼팽 음악에서 드러나는 유려한 선율, 섬세한 감정을 애정합니다. 쇼팽의 음악은 제게 위안이자, 즐거움이자, 익숙함 등의 단어로 치환됩니다.

 

하지만 쇼팽을 좋아한다는 말이 곧 쇼팽이라는 사람을 좋아한다는 말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의 작품을 즐겨 듣고, 찾아 듣지만, 그의 생애는 크게 아는 바가 없었거든요. 이번 <쇼팽, 블루노트>를 통해 쇼팽이라는 인물을 좀 더 알아갈 수 있었습니다.

 

<쇼팽, 블루노트>는 쇼팽의 삶을 보여줍니다. 연인 조르주 상드의 시선에서, 거대한 음악가였지만 한편으로는 나약한 개인이었던 쇼팽이 비춰집니다.

 

조국을 잃어 불안감에 사로잡힌 생애, 폐렴 악화가 만들어내는 위태로운 모습, 그리고 그런 상황 속에서 조르주 상드에게 의존하는 한 남자의 모습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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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콘서트’ 형식의 <쇼팽, 블루노트>. 극과 연주가 합쳐진 편지 콘서트가 이루어지는 작은 무대 위에는 간단한 가구와 피아노만이 놓여 있었는데요. 단출한 무대 구성이 대사 한 마디, 배우의 표정에 집중하게 만들어 좋았습니다.

 

또한 공연은 쇼팽의 생애를 설명하는 상드의 방백, 상드와 쇼팽과의 대화, 그리고 쇼팽의 피아노 곡 연주로 구성되었습니다. 상드의 설명이 제법 일방적이라고도 느껴졌지만, 위와 같은 무대 구성에서는 쇼팽의 생애를 압축적으로 설명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편지 콘서트의 형식을 차용한 무대를 보면서, 극과 연주의 결합이 시너지를 터뜨렸다고 느낀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Etude in c minor Op. 10 No. 12 (Revolution) ‘혁명’이라고 잘 알려진 곡이 연주되었을 때입니다.

 

‘혁명’은 조성진 피아니스트의 21년 음반에 수록되어 제게는 상당히 익숙한 곡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익숙한 곡이 연주되었을 때, 저는 연출이 가져온 시너지에 감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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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이 조국의 침탈의 통탄함을 하늘에 외치고, 이에 뒤편에 있던 피아니스트가 ‘혁명’을 연주합니다.

 

배우의 절규 이후 쏟아지는 피아노 소리. 힘이 넘치는 타건과 휘몰아치는 듯한 격렬함. 당시의 상황과 쇼팽의 심리가 정확하게 맞물려 만들어진 피아노 연주에 평소 느끼지 못했던 짜릿함을 느꼈습니다.

 

아주 일상의 음악에서 오랜만에 이질감을 느꼈습니다. 쇼팽의 고민과 절규가 담긴 결과라는 새로운 관점으로 곡을 대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공연이 끝난 이후 쇼팽의 유약한 모습을 알게 되어 좋았습니다. 한없이 인간적이었던 그의 생애를 알고 난 후 그의 음악이 여러 상황과 건강으로 탄생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마음이 아팠지만, 그만큼 섬세하고 부드러운 곡을 소중히 여겨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쇼팽을 안타까워하고, 그를 연민하게 된 만큼, 그의 음악을 아껴 듣겠다고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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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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