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벨 에포크 시대, 파리의 딜릴리 [영화]

글 입력 2023.10.14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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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리의 딜릴리>는 프랑스에서 활동한 예술가들과 예술작품, 그리고 당시의 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등장한다.

 

이 영화는 프랑스의 실제 거리와 풍경을 배경으로 하여 보는 내내 눈이 즐거운 영화이다. 하지만 동시에 프랑스의 빈부격차, 인종차별, 여성 인권, 소수민을 향한 편견 등 민감한 사회적 문제를 논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파리의 딜릴리>는 꼬마 주인공 딜릴리가 옛 파리를 돌아다니며 사건의 실마리를 하나씩 풀어나가는 모험을 그린 내용이다. 딜릴리의 사건 해결에 도움을 주는 예술가들과 실존 인물들이 100여 명 등장하는데, 이것은 마치 영화<미드나잇 인 파리>를 연상하게 한다.


<미드나잇 인 파리>는 주인공이 과거 파리의 예술가들을 직접 만나는 판타지적 요소를 가지고 있는 영화이다. 그것처럼 파리의 딜릴리를 보면 마치 미드나잇 인 파리의 주인공이 되어 파리의 많은 예술가들을 직접 만나고 온 듯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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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는 내내, 등장인물의 화려한 의상이 눈에 띈다. 이것은 그들의 매너와 교양을 중요시하는 행동규범과 화려한 외모 치장을 돋보이게 한다.

 

19세기 프랑스는 전쟁이 끝나고 제대로 된 민주주의의 안정을 찾게 된다. 당시에 돈이 많던 부자들은 여유로운 자신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남겨지길 원했다. 바로 이 시기, 벨 에포크 시기의 작품들은 유럽문화의 황금기인 르네상스와 대비된다. 르네상스의 예술은 주로 종교적인 활동을 중심으로 한 작품들이 많았지만, 벨 에포크 시기의 작품은 상류층의 모습과 파리의 카페, 거리, 고급 음식점 등을 묘사하는 작품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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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예술가가 나왔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예술가는 모네, 르누아르, 드뷔시, 로트렉, 까미유 끌로델이다.


모네는 색채에 골몰하고, 르누아르는 행복을 표현하는 데 몰두했다는 설명과 함께 두 인물이 같이 그림을 그리는 장면이 나온다. 두 사람은 실제로 같은 시점에서 같은 대상을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모네가 물 위에서 반사된 빛과 색채 표현에 집중하는 반면, 르누아르는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는 등. 같은 인상주의 화풍 속에서 두 거장의 스타일이 확연히 차이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페라 가수 엠마 칼베라의 노래를 듣고 평가해주며 잠깐이지만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젊은 모습의 드뷔시도 기억에 남는다. 드뷔시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인상주의 작곡가로,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의 가장 영향 있는 작곡가 중 한 사람이다.


드뷔시는 모네, 르누와르 같은 화가, 시인들과 교류하여 새로운 음악적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들은 사물의 원래 있는 선이나 색채로 표현하지 않고 햇빛의 양, 빛의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색채와 분위기를 묘사했다. 드뷔시도 마찬가지로 정해진 화성이나 규칙을 따르지 않고 조성, 음계, 대위법의 법칙들을 벗어나 자유롭게 특정한 분위기와 느낌만을 표현하는 인상주의 음악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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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댕의 뮤즈이자 제자, 그의 모델인 까미유 끌로델은 여성 조각가로 당시에 인정받지 못했던 예술가이다. 이 인물의 등장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당시에 알려지지 못했던 예술가들을 떠오르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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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인 로트렉은 순수한 소년 같은 감성을 가진 인물처럼 보여 영화를 보며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이다.

 

마차를 기다리는 도중 비가 오자 “걱정마 금방 그칠 거야 비 덕분에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잖나”라는 말에 ‘실제 인물도 순수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을까?’라고 생각하며 그에 대해 검색해 보았다.


그는 19세기 말 프랑스를 대표하는 화가이자 간결하지만, 핵심적인 메세지를 전하는 포스터를 그린 예술가이다. 그의 작품 대다수는 춤추는 사람을 묘사했는데 이는 19세기 말 밤 문화의 상징이었던 ‘물랑루즈’의 그림을 많이 남겼다. 내 예상과는 반대로 로트렉은 당대의 음란함과 퇴폐함을 상징하였다고 한다.

 

로트렉은 귀족 집안의 장남이이었다. 여기서 드는 의문점, 귀족인 로트렉은 왜 하층민이 모이는 파리의 가장 어두운 곳을 배경으로 그림을 그렸을까? 그 이유를 찾기 위해서는 당시 사회적 배경을 알 필요가 있다.


파리의 딜릴리의 시대적 배경인 ‘벨 에포크 시대(Belle Époque)’는 프랑스 역사에 있어서 중요한 시기이다. 이 시기는 ‘좋은 시대’라는 뜻의 프랑스어로, 산업기술이 발전하고 1차 세계대전이 시작되기 전까지 예술과 문화가 번창했던 시기이다. 하지만 빠른 사회적 변화에 따른 계급 분화는 증오와 불안감을 불러일으키고 빈부격차가 심하게 나타났다.


이때 신분과 재산에 관계없이 노동자, 예술가 외국인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물랑루즈’에서 공연을 즐기기 위해 몰려든다. 이 ‘물랑루즈’ 또한 영화에 등장하며, 캉캉을 추는 무용수들이 등장한다.


‘물랑루즈’에서는 가난한 자들과 귀족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한 사람들도 모였고, 로트렉의 신체적인 결함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렇기에 로트렉은 자신을 편견없이 바라봐준 이들을 바라보며 작품의 주제로 묘사한 것이 아닐까.


로트렉의 명언 “어디에나 항상 추암은 아름다운 측면에 있습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곳에서 그들을 발견하는 것은 짜릿합니다” 라는 말처럼 파리의 딜릴리에서도 파리의 아름다운 모습 속에 숨겨진 차별과 폭력에 대한 어두운 이면을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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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했다시피 이 영화에서는 민감하고 다소 무거운 주제를 예술적으로 풀어냈다.


첫 번째는 인종차별에 관한 내용이다. 파리의 딜릴리의 주인공 딜릴리의 대사 중 “카나키에 있을 때는 날 프랑스인이라고 했어. 나한테 카니키 피가 섞이지 않은 것처럼 말이야. 그런데 프랑스에선 날 카나키인이라고해. 프랑스 피가 조금도 섞이지 않은 것처럼!" 라는 대사처럼 카니키에서는 피부가 희다고 배척당하고 프랑스에서는 피부가 검다고 배척당한다. 이처럼 인종차별의 발언과 행동이 영화에 종종 등장하며 인종차별의 문제를 논하고 있다.


두 번째로는 여성 인권에 관한 내용이다. 영화의 주 에피소드인 소녀들을 납치한 무리, 바로 ‘마스터맨’은 여성을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여성을 두 발로 걷지 못하게 하고 네 발로 기어다니게 한다. 그는 파리에서 여자가 권력을 쥐면서부터 질서가 무너졌고 이를 바로 잡지 않으면 이런 혐오스러운 사상이 전 세계로 퍼진다는 사상을 갖고 있다. 여성의 권익이 커지는 것을 반대하는 지하조직의 등장이 바로 여성 인권을 다루고 있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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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영과 평화를 구가하던 파리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습 이면에 인종차별, 여성 차별, 빈부격차가 영화 곳곳에 숨어있어 생각할 거리가 많은 작품이다. 끝으로 영화 마지막 장면에 딜릴리가 소녀들을 구출하고, 이어서 오페라 가수 엠마 칼베가 노래를 부른다. 이 소프라노의 아름다운 목소리는 모든 사건에서 일어났던 상처를 위로해주고 따뜻하게 끌어안는 느낌이다.

 

많은 차별과 사건 속에서 빛나는 것은 주인공 딜릴리의 행동이다. 딜릴리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외형적 다름을 편견 없이 바라본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예술가의 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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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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