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바다의 화가 - 이것은 라울 뒤피에 관한 이야기

글 입력 2023.09.01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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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화가를 분류하는 기준으로는 보통 특정 사조나 화풍의 시초였거나 대가였는가가 적용되는 듯하다. 라울 뒤피는, 저자 이소영도 여러 번 언급했지만 여러 사조를 넘나들며 미술사의 흐름을 함께했기 때문에 하나를 꼬집어 특정 화풍의 선구자 또는 대가였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그렇다면, 라울 뒤피는 어떤 화가로 기억되고 있을까? 어떤 화가로 기록되어야, 어떤 수식어가 붙어야 그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을까?


이번에 <이것은 라울 뒤피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확실한 것은, 그가 바다의 화가였다는 것이다. 책에는 그가 그린 수많은 바다 그림이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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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해변가 출신이다. 바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태어나 쭉 자랐다. 20살이 되던 해, 소꿉친구와 한강에서 만나 한 이야기가 있는데, 우리는 물과 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천이든 강이든 호수든, 바다가 아니라면 우리는 다른 물이 필요했다. 바닷가 마을을 떠나서도 우리는 계속해서 물가에서 살아야 하는구나, 물 근처에서, 물 내음을 맡을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에게 물이 주는 힘이 특별했다.


잠시 뉴욕에서 인턴을 하던 시절에도 나는 브루클린 아래에 있는 바다를 찾아갔다. 집 근처에 있는 공원의 연못을 찾거나 조금 떨어진 호수를 찾아가면 그렇게 평화로울 수가 없었다. 남들은 모두 맨해튼의 높은 빌딩 사이사이를 헤집고 다녔는데, 나는 맨해튼 아랫자락에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 모래사장의 바다를 찾곤 했다.


그래서, 라울 뒤피가 왜 그렇게 계속해서 바다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었는지 나는 조금은 알 것 같다.

 

 

[표1] 이것은 라울 뒤피에 관한 이야기.jpg


 

"바다와 멀리 떨어진 곳, 또는 눈부신 물결의 움직임을 조금도 느낄 수 없는 곳에서 산다는 것은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호수 정도로는 결코 만족할 수 없다." - 라울 뒤피


뒤피는 분명 나보다도 더, 강렬한 물의 힘을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뒤피는 항구도시인 르아브르에서 태어나서 다양한 모습의 바다 풍경, 해변가를 그려낸 화가이다. 파도를 삼각형이 가득한 패턴으로 표현하기도 하면서 그는 바다의 에너지를 화폭에 담아냈다.

 

창작자로서, 화가로서 바다의 힘을 작품으로 표현하고 구현하는 것이 뒤피의 의무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가 수채화를 유독 많이 그렸던 것, 뒤피 스타일의 상당수가 수채화인 것도 그 이유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Chapter 3 뒤피의 친구들 중, 자크 마로제는 특별한 주변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물감의 불투명성을 줄이고 투명함을 강조하려 하였던 그의 노력은 화학자 자크 마로제의 도움으로 실행할 수 있었다.


한 화가의 이야기를 폭넓게 다루는 것은 이런 사실들을 밝혀내기에 중요하다. <이것은 라울 뒤피에 관한 이야기>는 저자가 한 화가에 대해 '깊이 탐구하고 사색한 덩어리를 풀어놓는' 이야기이다. 독자들은 이 안에서 가치 있는 것들을 스스로 찾아간다. 책이 지도가 되는 것이다.


이 책의 묘미는 뒤피의 이야기를 총망라하고 있다는 점이다. 흔히들 알고 있는 뒤피 스타일뿐만 아니라 화가 활동 초창기에 인상파의 영향을 크게 받았던 작품들부터 야수파, 입체파 작품들까지 뒤피의 모든 작품과 화풍을 이야기하고 있다. 딱 어떤 화풍이라고 구분 지을 수는 없지만, 뒤피가 자유자재로 구사하였던 화풍들이 그의 작품 곳곳에서 느껴지고 있다.


뒤피의 색, 겹침 표현, 수채, 벽화, 경마와 음악 등 다양한 표현법과 소재들이 뒤피 스타일을 완성한다. 그가 예술 영역에서 넓게 자리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변화하는 미술계에도 빠르게 적응하고 도자나 벽화, 삽화, 패션계에도 넘나들며 다양한 활동에 앞장섰기 때문에 뒤피 스타일이 견고할 수 있지 않았을까?


뒤피의 모든 것을, 그의 인생 곳곳의 흔적을 알아보고 싶다면 이 책보다 더 자세히 뒤피를 훑어낸 글은 없을 것이기에 추천하고 싶다. <이것은 라울 뒤피에 관한 이야기>이다.

 

도판 하나하나를 바라보고 있으면, 뒤피의 색과 붓 터치에 푹 빠지게 된다. 그의 일대기와 함께.

 

 

[이홍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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